일본 방위상 ‘야스쿠니 신사 참배’, 현지 언론도 우려···“자위대원 참배 부추겨”
기하라 미노루 일본 방위상이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을 두고 일본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16일 “야스쿠니 신사는 과거 군국주의의 정신적 지주였던 국가 신도의 중심 시설”이라며 “방위성 수뇌부의 참배는 심각한 문제를 내포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기하라 방위상은 일본 패전일인 15일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일본 국방 책임자인 현직 방위상이 패전일 전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2021년 8월13일 기시 노부오 당시 방위상 이후 3년 만이다. 기하라 방위상은 “개인 입장에서 참배했고, 사비로 참배비를 냈다”며 “한국과는 계속 관계를 강화해갈 생각”이라고 했다.
아사히는 이에 대해 “조직 수장으로서 사실상 자위대원들의 참배를 부추긴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사히는 특히 올해 들어 거듭 자위대 간부들의 집단 참배 사례가 밝혀진 데 주목했다. 방위성은 정경분리 차원에서 육해공 3개 자위대의 야스쿠니 신사 ‘부대 참배’를 금지하고 있다. 대원 상대 ‘참배 강요’도 금지 사항이다.
한국, 중국 등 주변 국가와의 관계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아사히는 윤석열 정부 들어 일본 정부가 한국과의 관계를 개선해가는 가운데 그간 노력을 허무는 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과 중국은 그간 일본 정치권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반대 입장을 내왔다.
한국 외교부는 전날 참배 직후 일본 공사를 초치해 항의했고,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일부 일본 정치인들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잘못된 태도를 다시 보여주고 있다”며 “침략의 역사를 올바르게 받아들이고 깊이 반성하는 것은 전후 일본이 아시아 이웃 국가들과 우호 협력 관계를 수립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중요한 전제 조건”이라고 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야스쿠니 신사에 다마구시(비쭈기나무 가지에 흰 종이를 단 것) 대금을 봉납했다. 기하라 방위상, 신도 요시타카 경제재생담당상 등 현직 각료는 이날 신사를 직접 찾아 참배했다. 현직 각료의 일본 패전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는 2020년 이후 5년 연속이다.
야스쿠니 신사는 메이지 유신 전후 일본 내전뿐 아니라 일제가 일으킨 전쟁에서 숨진 246만6000여명 영령을 추모하는 공간이다. 극동 국제군사재판(도쿄재판)에 따라 처형된 도조 히데키 전 총리 등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합사돼 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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