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최고 타자도 인정, 코리안 특급 조카의 완벽투…키움 선택, 또 대박 터지나
[스포티비뉴스=최민우 기자] “막상 마운드 올라가니까 자신감이 생기던데요.”
현 시점 KBO리그 최고 타자는 KIA 타이거즈 김도영이다. 콘택트 능력과 장타력까지 겸비한 김도영은 맹타를 휘두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4월 한 달 동안 KBO 최초 월간 10홈런-10도루를 달성했고, 6월에는 역대 5번째로 전반기 20홈런-20도루를 기록했다. 7월에는 역대 최소 타석 히트포더 사이클도 달성했다. 그리고 마침내 최연소, 최소경기 30홈런-30도루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그 야말로 역대급 시즌을 보내고 있는 김도영이다. 그런 김도영도 인정한 신인 투수가 있다. 바로 키움 히어로즈 우완 김윤하(19)다.
김윤하와 김도영은 지난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투타 맞대결을 가졌다. 이날 김도영은 김윤하에게 3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홈런 한 개만 더 기록하면 30홈런-30홈런 고지를 밟을 수 있었던 김도영. 그러나 김윤하는 완벽한 피치응로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걸 거부했다.
1회 김윤하는 김도영에게 커브를 던졌는데, 중전 안타를 허용했다. 앞서 안타를 맞았어도, 김윤하는 또 결정구로 커브를 선택했다. 4회 김윤하는 커브를 던져 김도영을 3루 땅볼로 잡아냈다. 커브로 재미를 본 김윤하. 6회에도 다시 김도영에게 같은 공을 던졌고 2루 플라이로 처리했다. 경기를 마친 후 김도영은 “김윤하의 패스트볼이 구속에 비해 힘이 느껴지더라. 실투가 거의 없었다. 김윤하가 잘 던졌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김윤하의 투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리그를 주름잡고 있는 김도영도 인정한 김윤하는 장충고를 졸업하고 2024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입단한 신인 투수다. 고교 시절 ‘코리안 특급’ 박찬호 조카로 알려져 유명세를 탔다. 시즌 초반에는 여느 신인 선수들처럼 헤매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에는 완전히 달라진 경기력을 뽐내고 있다.
김윤하는 지난 7월 25일 두산전에서 7이닝 2피안타 3볼넷 4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데뷔 첫 선발승을 수확하며 반등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8월 1일 NC전에서는 4이닝 10피안타 1피홈런 3볼넷 1탈삼진 9실점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7일 SSG전에서 다시 7이닝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고 13일 KIA전에서 7이닝 6피안타 1볼넷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했다. 2경기 연속 7이닝을 책임졌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사령탑도 김윤하의 성장세에 기뻐했다. 홍원기 감독은 “김윤하가 선발 투수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 투수로 자리 잡는 과정에 있는데,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리그 최강 타선인 KIA를 상대로 7이닝 동안 공격적인 투구를 보여줬다. 효율적인 피칭을 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며 김윤하의 피칭을 칭찬했다.
그러면서 “김윤하는 마운드에서 표정 관리를 정말 잘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피칭을 할 수 있다. 다른 투수들에게도 농담으로 ‘너희들 신인 때보다 김윤하가 더 잘 한다’고 한다. 다만 한 경기 결과로 선수를 평가하진 않겠다. 시즌 종료 후 김윤하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그래도 경기를 거듭할수록 김윤하는 ‘계산이 서는 투수’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긴 이닝을 책임졌지만, 김윤하는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아쉬움은 없었을까. 김윤하는 “1회부터 전력투구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공을 던졌는데, 끝나고 보니 7이닝을 던졌더라. 정신없이 던지다 보니 인지하지 못했었다. 나에게 지금은 승패가 중요하지 않다. 선발 투수로서 긴 이닝을 끌고 가는 게 첫 번째 목표라 생각한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한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정구로 사용하는 커브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 고교 시절부터 낙차 큰 변화구를 구사했던 김윤하는 “원래도 커브와 스플리터에 자신감이 있었다. 최근에는 커브가 더 잘 들어가고 있어서 많이 구사하고 있다”고 했다.
앞선 등판에서 겪었던 시행착오가 성장의 밑거름이 됐다. 시즌 초반 김윤하는 중간 계투로 등판했는데, 실점을 내주는 날이 더 많았다. 김윤하는 “점수를 믾이 내줬던 날은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초반부터 승부를 피했다. 그러다가 안타를 허용했는데, 돌이켜 보면 그런 피칭이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빠르게 승부를 하고 맞춰 잡는 피칭을 해야 더 긴 이닝을 끌고 갈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지금은 초반에 과감하게 스트라이크를 잡기 위해 들어간다”고 말했다.
사실 KIA전에는 긴장했다는 김윤하. 하지만 막상 등판 이후에는 자신감이 더 생겼다고. “1위 팀이라 걱정이 들기도 했다. 등판 전날부터 그랬다. 그래도 막상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 말했다.
포수 김건희와 호흡도 좋았다. 김윤하는 7회 이우성에게 좌전 안타, 김선빈에게 중전 안타를 맞았고 김태군에게 희생 번트를 내주며 1사 2,3루 실점 상황에 봉착했다. 김윤하는 결국 이창진에게 볼넷을 내주며 만루 상황에 몰렸다. 이때 포수 김건희는 김윤하에게 “공이 좋으니까 자신 있게 던져라”고 했다고. 그리고 김윤하는 앞서 2루타를 맞았던 박찬호에게 병살타를 뺏어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1사 2,3루 상황에서 9번 타자였던 이창진에게 적극적으로 승부를 하다가 안타를 맞으면 아쉬울 것 같았다. 1루가 비어 있는 상황이라서 조금은 어렵게 접근을 했는데, 결과적으로 볼넷을 줬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본 김윤하는 “그리고 1번 타자 박찬호와 맞붙었는데, 오히려 자신감이 생기더라. 땅볼을 유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실제로 그렇게 결과가 나와서 놀랐다. 평소에도 타자를 누구인지를 생각하지 않으려는 편이라 박찬호 선배에게 안타를 맞았던 걸 잊고 있었다”며 웃었다.
선발 투수로 경험을 쌓은 김윤하는 자신만의 루틴도 정립해나가고 있다. 김윤하는 “경기 전에는 몸을 회복할 수 있도록 운동을 하고 있다. 팀 선배들에게 노하우를 전수 받고 있다”고 말했다.
키움은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트레이드로 수집한 지명권을 행사해 미래를 이끌 주역들을 여럿 선발했다. 그리고 투수진에서는 김윤하가 가장 먼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윤하를 선발한 키움의 선택이 대박 조짐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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