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선 고려아연·영풍의 엇갈린 실적…무엇이 희비 갈랐나

최지훈 2024. 8. 16.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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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억 번 고려아연 대비 영풍 1억 실적 초라해
고려아연 배당·지분 없었다면 영풍 손실 더 커져
꾸준한 생산투자·본업 경쟁력 강화서 차이 극명

동반자에서 경쟁 관계로 바뀐 고려아연과 영풍의 엇갈린 실적이 대조를 이루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 2분기 수천억원의 영업이익으로 크게 웃은 반면, 영풍은 1억원에 그쳤다. 영풍의 경우 이들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에서 파생되는 배당마저 없었다면 손실을 면치 못했을 전망이다. 고려아연의 경우 생산능력 향상을 위해 꾸준한 투자에 나선 반면, 영풍의 본업 경쟁력 강화에 소홀했던 것이 희비를 가른 요인으로 분석된다.

​ /그래픽=비즈워치. ​

양사 실적 차이 극명

16일 제련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올해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각각 3조581억원, 268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23.8%, 영업이익은 72.6% 증가했다. 전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액과 영업이익 각각 28.7%, 45.6% 늘었다. 

반면, 영풍은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영풍의 올해 2분기 매출액은 7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4%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2분기 대비 흑자전환했으나 이익 규모는 8338만원에 그쳤다.  

이러한 실적 차이는 상당 기간 지속돼 왔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5년간 고려아연은 매년 영풍보다 수조원의 매출액을 더 올려왔다. 같은 기간 두 기업의 매출액 격차는 3조원대에서 6조원대로 늘어났다. 

지난 5년간 고려아연은 매년 대규모 영업흑자를 기록하면서 연평균 영업이익 8756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풍은 두 번의 영업적자로 연평균 영업이익이 약 7억원에 머물렀다.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 관계로 보기 어려울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제련업 한 길만 걸으며 해당 분야에 대한 기술 개발과 투자를 지속한 것과 달리 영풍은 제련업과 다소 무관한 전자(인쇄회로기판) 사업에 뛰어들면서 본업 경쟁력이 약해졌다"며 "제련업 미래에 대한 경영진의 비전과 실행력이 실적 격차를 만든 근본적 원인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풍 석포제련소 전경./사진=영풍 제공.

고려아연 배당 없었다면? 더 초라한 영풍 실적

영풍 실적에서 고려아연 지분 보유를 통한 배당 수익을 제외할 경우 결과는 더 초라해진다. 영풍은 올해 상반기에 지난해 연간 실적에 대한 결산배당으로 고려아연으로부터 배당금 약 263억원을 수령했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25.4%를 보유한 1대 주주다. 고려아연의 경우 영풍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영풍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영업손실은 5억8499만원이었지만 263억원 규모의 배당금 수익으로 순이익은 253억원을 기록했다. 본업 경쟁력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실적 방어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셈이다.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으로 얻는 이익은 또 있다. 지분법 이익이다.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율만큼 고려아연 순이익이 영풍의 '연결기준' 실적을 집계할 때 반영한다. 지분법 이익은 배당금 수익과 마찬가지로 영업 외 수익으로 인식된다. 이는 영풍의 순이익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영풍이 고려아연 지분 보유로 올린 지분법 이익은 약 740억원이다. 이는 같은 기간 43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영풍이 궁극적으로 455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이유다. 

영풍이 고려아연에게서 받은 배당금과 지분법 이익을 통해 손실을 메꾸면서 업계에서는 영풍이 고려아연과 경쟁 관계로 바뀌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이 없었다면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더욱더 악화돼 현금성자산을 더 많이 소진해야 했을 것"이라며 "경쟁관계로 바뀌고 있는 시점에서 영풍이 고려아연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배당과 지분법 손익 이외에는 찾기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 ​ /그래픽=비즈워치. ​ ​

본업 경쟁력 강화 여부가 실적 희비 갈라

이들의 실적 희비를 가른 요인으로는 본업에 얼마나 충실했느냐 여부가 지목된다. 생산능력 향상과 공정 혁신,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노력 면에서 오랫동안 다른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고려아연은 현재 아연과 연, 금, 은, 동, 반도체 황산, 인듐 등 10여 종의 금속을 생산하고 '연-아연-동 통합 공정'을 세계 최초로 구축, 생산성 향상과 함께 원가 절감 통해 이익을 증가시켰다.  반면 영풍은 고려아연보다 제품 수가 적어 고객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고, 제품 포트폴리오도 아연과 황산, 전기동, 은 부산물 생산에서 멈춰있다. 다양한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역량 면에서 고려아연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영풍은 비재무적 요소를 평가하는 ESG 경영 평가에서도 고려아연에 밀리는 모습이다. 최근 고려아연은 한국ESG연구소로부터 철강 금속업계 기준 1위 수준인 'A+' 등급을 받았다. 또 다른 ESG 평가 기관인 서스틴베스트로부터 고려아연은 'AA'를 받았다. 이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2위다. 영풍은 한국ESG연구소 평가에서 고려아연보다 2단계 낮은 B+를 받았고, 서스틴베스트로부터 는 고려아연보다 4단계 낮은 'C'를 받았다.

영풍이 ESG 등급이 낮은 이유로는 해결되지 않은 환경오염과 빈번한 안전사고가 지목된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8개월간 총 세 차례 발생한 근로자 사망 사고로 영풍의 석포제련소 가동률은 50% 후반대로 떨어졌다(고려아연은 100%). 이는 생산량과 판매량 감소로도 이어져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제련 기업에 ESG 경영은 단순한 구호가 아닌 임직원, 지역주민, 주주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하는 필수적 경영 방침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영풍은 기업 성장성을 위해서라도 ESG 경영에 대처가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지훈 (jhchoi@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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