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서민 세부담 완화해야"…물가연동제 도입 목소리↑

김동현 기자 2024. 8. 1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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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연동해 세금 부담…중립성 및 예측·안정성 확보
재량적 세부담 조정…물가 상승시 증세 논란도 발생
정부, 고소득자 세수감소 우려 등 물가연동제 부정적
세무전문가 "서민 세부담 감소 위해 연동제 도입해야"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고물가로 식비를 아끼려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24일 서울 시내의 한 구내식당에 점심식사를 하는 직장인들로 붐비고 있다. 2024.04.24. ks@newsis.com


[세종=뉴시스]김동현 기자 = 실질 소득은 그대로이거나 되레 후퇴했는데 물가가 오르면서 세금 부담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세금과 물가를 연동해 중산층의 세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물가연동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물가상승률에 따라 세법상 모든 과표와 공제금액을 조정할 경우 세제가 복잡해질 수 있는데다 고소득자 위주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선 미국, 캐나다, 영국, 프랑스, 뉴질랜드 등 일부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데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4월 총선 공약 중 하나로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을 검토한 만큼 22대 국회에서 추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물가를 연동해 세금 부담해 중립성 및 예측·안정성 확보

소득세 물가연동제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세율 및 각종 공제제도에 물가를 연동시켜 자동적으로 조정하는 제도로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활용해 매년 또는 3년 등 일정기간을 기준으로 물가를 연동해 세금을 매긴다.

물가연동제는 물가 변동에 의한 초과 또는 과소 세부담 문제를 자동으로 해결해 실질 세부담 변화를 방지할 수 있어 중립성, 예측가능성,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제도가 복잡하고 급격한 경제 구조적인 변화에 대응한 융통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는데다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세수 규모가 감소한다는 단점도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2개국은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운용하고 있으며 이중 20개 국가는 과세표준 기준금액에 물가를 연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韓, 재량적 방식으로 세부담 조정…물가 상승시 증세 논란도

우리나라의 경우 재량적 방식으로 세부담을 조정한다. 정책 당국의 필요에 따라 물가 변동 등 과세 환경이 변할 경우 세부담을 조정하기 위해 비주기적으로 세제를 개편하는 방식을 취한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않은 명목소득만을 놓고 과표를 적용하다보니 발생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인해 소득세 세부담이 증가해 세후 실질소득이 감소하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가령 물가 상승률이 10%인 상황에서 근로자의 연봉이 5000만원에서 5250만원으로 올랐다면 명복소득은 250만원 상승하게 되지만 실질소득은 4773만원 수준으로 같은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는 물건의 양은 줄어들게 된다.

실질소득은 하락했는데도 명목소득이 늘어난 만큼 과표 적용 구간이 위로 올라가면서 한계세율이 높아진다. 인플레이션으로 각종 공제액의 실질 가치가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근로자에 대한 증세가 이뤄지는 셈이다.

[세종=뉴시스]22대 국회 입법정책 가이드북에서 소개한 해외 주요국의 소득세 물가연동제 적용 사례와 범위(사진=자료 캡쳐)

정부, 면세자 비율 증가 등 이유로 물가연동제 부정적

기재부는 물가연동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이다. 세제가 복잡해질 수 있는데다 2022년 기준으로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 33.6%로 일본에 비해 두배 이상 높은데 물가연동제를 도입하면 소득세를 안내는 근로자가 더 많아질 수 있어서다.

또 고소득자의 세수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2012녀부터 과세표준 8800만원 초과 구간을 세분화하고 최고세율을 인상하는 등 고소득자의 세부담을 강화했는데 물가연동제가 이를 무력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7월말 내놓은 세법개정안에서도 소득세 개편은 뒷전으로 밀렸다. 2년 연속 세수펑크가 유력한 상황에서 기재부가 물가연동제 도입 또는 소득세 과표 구간을 조정해 세금 부담을 줄이기 힘들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직장인들이 낸 근로소득세가 59조1000억원으로 10년새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총국세에서 17.2%를 근로소득세가 차지하는 만큼 세수확보를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도를 고수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세무전문가 "서민 세부담 감소위해 물가연동제 도입해야"

정치권과 세무 전문들은 서민과 중산층의 세금 부담을 줄이고 물가상승에 따른 소득세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다. 명목 금액을 기준으로 과표와 세율을 고정함에 따라 물가 상승에 따른 세금 증가를 고쳐야 한다는 것이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물가연동제를 일부 도입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중산층 대부분이 속해 있는 1억5000만원 이하의 과표 구간을 조정해 세금 부담을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또 기준연도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한 해당연도 소비자물가지수 비율인 '물가조정계수'를 매년 기재부 장관이 발표하고 이를 과표에 반영해 소득세가 물가에 연동되도록 했다.

한국세무사회는 지난달 4일 국민의힘 재정·세제개편특별위원회에서 "물가 상승에 의한 세부담 증가를 완화해야 한다"며 "소비자물가지수를 기초로 산출된 물가연동지수를 과표구간·세율·공제에 연동하는 물가연동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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