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역할 못하는 분조위, 금감원서 떼어 내야"
"현행 금감원 산하서 독립성 의문"
"비영리 법인 등으로 분리·확대 필요"
"제한적 편면적 구속력 도입해야"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등의 분쟁 조정기구인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단 지적이 시장 안팎에서 제기되고 있다. 금융분쟁 건수가 늘고 있는 반면 분조위에 회부되는 건수의 비중은 되레 감소세여서다.
인력과 독립성의 한계도 뚜렷한 만큼 분조위를 현행 금감원 산하에서 별도의 비영리법인이나 준정부기관으로 분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해외 금융분쟁 해결제도의 특징 및 국내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금융소비자보호법에 근거한 법적 기구다. 금감원은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되면 사실조사를 거쳐 분조위에 안건으로 올릴 사안인지, 당사자 간 합의를 권고할 사안인지 판단한다. 특정 분쟁신청에 대한 분조위 회의는 위원장을 비롯해 7~10명으로 꾸려져 심의·의결한다.
이 연구위원은 분조위 개최 수가 매우 낮다는 데 주목했다. 2021년 금감원에 접수된 분쟁 민원접수 건수는 3만495건으로 2016년 2만5226건 대비 20.8% 늘었다. 하지만 분조위에 실제 회부된 건수는 오히려 감소세다.
2021년 분조위에 회부된 건수의 비중은 전체 금융분쟁 건수의 0.1%에도 못 미친다. 이는 담당인력의 부족과도 맞닿아 있는 문제다. 금융분쟁 사건의 복잡성이 큰 금융투자 업권의 경우 2020년 기준 관련 분쟁조정 처리 인력이 총 4명이었다. 이들은 그 해 1인당 746건을 처리했다.
분조위 결정에 구속력이 없다는 점도 꾸준히 제기돼 온 지적사항이다.
이 연구위원은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에는 편면적 구속력이 없어서 분쟁 조정의 당사자 중 한 주체가 결정을 안 받아들이면 그 결정의 효력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금융소비자가 조정결정을 받아들일 경우 다른 쪽 당사자인 금융회사는 이를 거부할 수 없는 제도를 말한다. 실제 2019년 12월 키코(KIKO) 사건에 대해 분조위가 내린 결정을 대부분의 시중은행이 수락하지 않고 피해 중소기업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거부한 바 있다.
분조위의 독립성에도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미국의 FINRA와 AAA, 영국의 FOS, 그리고 일본의 FINMAC 등은 행정부와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는 "이들 분쟁조정 기구들은 특정 사건에 대한 조정인과 중재인 선발 시 분쟁 당사자의 동의를 받는 방식으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의 분조위는 금감원에 소속돼 있어 행정부로부터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불완전판매 사건과 관련해 집단분쟁조정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점도 지적된다. 금감원 분조위에 집단 피해자들을 위한 구제책이 없는 탓에 금융에 특화하지 않은 한국소비자원 등을 통하는 등 한계가 있어 왔다.
이 연구위원은 분조위를 금감원에서 분리하는 게 우선적인 제도 개선사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립된 비영리법인으로 세우거나,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한국소비자원을 모델로 삼아 준정부기관으로 확대하는 것 등이 그 예"라며 "현재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금융투자협회의 '분쟁조정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의 '분쟁조정' 기능도 이 기구에 통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제한적 편면적 구속력 도입도 주장했다. 다만 구속력을 주더라도 금융회사에게 최소한의 소명할 기회나 재판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한적' 방식으로 가져올 것을 주장했다.
분조위 독립은 금융정책 당국인 금융위원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가 2022년 인수위원회 때 '110대 국정과제'에 분조위의 독립성 강화를 포함하기도 했다. 다만 산적한 현안이 많아 연내 논의되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분쟁조정 업무가 금감원에선 주요 업무도 아닌 데다 본업도 아니"라며 "소비자들의 직접적인 구제를 돕기 위해 감독시스템 개편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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