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당당해서 더 빛난 Z세대의 눈물과 포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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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눈물은 너무 짙어서 뜨겁고, 어떤 눈물은 한없이 뭉클해서 아름답다.
눈물겹도록 깊은 감동을 주는 눈물들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정화의 순간을 안겨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자 탁구 단식 종목 8강전에서 맞닥뜨린 한국의 신유빈과 일본의 히라노 미우가 쏟아낸 눈물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특히 선수가 경기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해 터뜨리는 눈물은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무겁게 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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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김재태 편집위원)
어떤 눈물은 너무 짙어서 뜨겁고, 어떤 눈물은 한없이 뭉클해서 아름답다. 눈물겹도록 깊은 감동을 주는 눈물들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정화의 순간을 안겨주기도 한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도 우리는 다양한 색깔로 터져나온 많은 눈물을 보았다. 선수들은 슬퍼서도 울고, 아쉬워서도 울고, 기쁨에 북받쳐서도 울고, 분해서도 울었다. 예를 들어 여자 탁구 단식 종목 8강전에서 맞닥뜨린 한국의 신유빈과 일본의 히라노 미우가 쏟아낸 눈물은 같으면서도 달랐다. 7게임 듀스까지 가는 접전 끝에 이긴 신유빈은 승리에 감격해 눈물을 터뜨렸고, 히라노는 진한 아쉬움 속에서 울었다. 끝까지 모든 것을 쏟아낸 뒤 주체할 겨를도 없이 닥친 눈물의 습격이었을 것이다. 그 울음은 어쩌면 이정하 시인이 자신의 시에서 표현한 것처럼 '눈물로 덜어내지 않으면 제 몸 하나도 추스를 수 없는' 상태에서 터져나온 모든 감정의 결정체였을지 모른다.
신유빈, 히라노의 사례 외에도 올림픽 기간 동안 큰 화제를 일으킨 눈물은 많다. 역도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후 몇 년 전 세상을 떠난 자신의 옛 지도자를 떠올리며 굵은 눈물을 흘린 전상균 선수가 있었고, 경기 결과를 보고 선수보다 더 크게 복받쳐 눈믈을 쏟아낸 코치도 있었다. 특히 선수가 경기에서 기대한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해 터뜨리는 눈물은 보는 사람의 마음마저 무겁게 해 안타까웠다. 그가 이 올림픽을 위해 힘 쏟았을 시간의 부피, 인내의 무게를 충분히 헤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 여자 탁구에 16년 만의 단체전 동메달을 안긴 신유빈도, 16세10개월의 나이로 한국의 하계올림픽 사상 최연소 금메달을 따낸 사격의 반효진도 경기가 끝난 후에 진한 눈물을 쏟아냈지만 그 눈물만큼 인상 깊었던 것은 또 있다. 한때 크게 회자됐던 '중꺾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처럼 강렬했던 Z세대(1990년대 중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 사이의 출생자) 선수들의 흔들림 없이 당당한 태도였다, "내가 메달 유력 후보가 아니라고 해도 신경 안 썼다. 그냥 순간을 즐겼다"라고 밝힌 사격 금메달리스트 오예진(19세)이나 "질 자신이 없었다. 내가 어떤 놈인지 보여줄 수 있어 기쁘다"라고 한 펜싱 금메달리스트 도경동(25세)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그들처럼 이번 올림픽에 나선 대다수 Z세대 선수는 당당한 마음과 그것을 받쳐준 단단한 실력으로 한국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며 종합순위 8위에 오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대한민국이 이 같은 결과를 얻기까지 든든한 버팀목이자 원군이 되어준 양궁협회 등 각 경기종목 협회나 연맹 조직의 노력도 빼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대회 막바지에 배드민턴협회의 선수 보호·관리 문제를 두고 불거진 여자배드민턴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의 폭로는 이런 협회·연맹의 역할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일각에서는 배드민턴협회의 국가대표 운염지침에 들어있는 '선수는 지도자의 지시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달라진 스포츠문화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드러내기도 했다. 결과만큼 과정의 소중함을 중시하고, 당당하면서도 자유분방한 특성을 지닌 Z세대 선수들이 이처럼 경직된 운영 방식을 앞으로도 계속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런 와중에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구시대의 행태라는 비판 속에서도 강행한 국가대표 선수의 해병대 캠프 훈련에 대해 "올림픽을 앞두고 해병대 훈련을 거친 결과 '원팀 코리아' 분위기가 조성됐다"라고 자평한 대목은 두고두고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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