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 없었으면 리그 최강자… KBO의 재발견, 11월에 대만 못 갈 이유가 없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15일 고척스카이돔은 온통 하나의 대기록으로 떠들썩했다. 김도영(21·KIA)이 드디어 모자란 홈런 하나를 채우고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했다. 30-30 자체가 나오기 어려운 기록인데 역대 최연소·최소 경기 타이틀까지 달았으니 모두가 집중하는 것은 당연했다. 경기도 KIA가 12-1로 이기며 잔치집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날 김도영의 반대편에서 대활약을 펼친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송성문(28·키움)이다. 송성문은 이날 장타 두 개를 때리며 분전했다. 1회 첫 타석에서는 가운데 담장을 직격하는 대형 2루타를 때렸고, 3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양현종을 상대로 동점 좌월 솔로홈런을 치며 키움 더그아웃의 분위기를 살렸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송성문의 타격감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은 키움의 한가닥 위안이었다.
올해 전체적인 분위기를 보는 것 같았다. 스포트라이트는 김도영이 다 빨아들이고 있다. 성적은 그만한 자격이 있다. 김도영은 시즌 111경기에서 타율 0.347, 30홈런, 34도루, OPS(출루율+장타율) 1.059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멜 로하스 주니어(kt)와 더불어 최고 공격 생산력을 놓고 일전을 치르는 중이다. 여기에 30-30, 내추럴 히트 포 더 사이클 등 화려한 임팩트도 많았다. 리그 최우수선수(MVP) 선수의 가장 유력한 후보이자, 3루수 골든글러브가 확실시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런데 송성문의 성적도 만만치 않다. 비록 전체적인 성적에서는 김도영보다 살짝 떨어지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다. 평소 같았으면 골든글러브의 유력 후보자가 될 만한 성적이다. 송성문은 15일까지 109경기에서 타율 0.345, 15홈런, 83타점, 13도루, OPS 0.933을 기록 중이다. 공격력이나 주루는 김도영보다 조금 떨어지지만 수비력은 김도영보다 오히려 더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성문은 올 시즌 리그 타율 4위, OPS 8위를 기록 중이다. ‘스포츠투아이’가 집계한 조정 득점생산력(wRC+)에서는 139.2로 리그 6위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에서는 4.34를 기록해 로하스(5.82)와 김도영(4.34)에 이어 3위다. 김도영의 활약상에는 조금 못 미치지만, 국내 선수로는 최정(SSG), 김혜성(키움), 구자욱(삼성), 박건우(NC) 등과 더불어 최고 성적을 내고 있는 선수가 맞는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타격 능력을 주목받아 일찌감치 기회를 얻은 기대주였다. 군 복무(상무)도 일찌감치 마쳤다. 제대 후 첫 시즌인 2021년 송성문에 대한 기대는 다른 선수 못지않았다. 그러나 2021년 66경기에서 타율 0.249, 이듬해인 2022년 142경기에서는 타율 0.247에 머물렀다. 중거리 타자로서의 가능성은 항상 인정받았지만 성적으로 증명하지 못했다. 지난해에도 큰 기대를 모았으나 104경기에서 타율 0.263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타격에서 완벽한 ‘스텝업’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원기 키움 감독은 “장충고 시절부터 타격도 굉장히 좋았었고, 입단 때부터 타격은 어느 정도 재능은 있다고 봤다. 상무에서 제대하고 2~3년 정도 그 기대치에 못 미치니까 본인 스스로도 굉장히 좀 힘들어했다”면서 “작년 겨울에 본인 스스로 어떤 생각이나 그 마음가짐의 변화가 제일 크지 않았나라고 생각한다”고 대견스럽게 바라봤다.
6월 초 있었던 주장 교체에서 팀 주장직을 맡게 된 것도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고 본다. 홍 감독은 “김혜성과 주장을 맞바꿈 하면서 개인적인 성적도 성적이지만 팀 성적이 안 좋은 상황에서도 이제 팀원들을 이끌고 솔선수범하면서 책임감이 더 커졌다고나 할까”면서 “그런 부분에서 좀 더 많은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성격은 세렝게티에 갖다 놔도 살아남을 선수다. 워낙 붙임성도 좋고, 다른 선수들과 함이 좋다. 성격 자체가 좋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올해 11월 열릴 프리미어12 대표팀 승선에도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는 평가다. 일단 올해 성적만 놓고 보면 안 뽑히면 이상한 수준이다. 여기에 주전은 아니더라도 내야에서 활용성이 넓다는 평가를 받는다. 송성문은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보고 있다. 올해 3루수로 572⅔이닝, 2루수로 144⅔이닝, 심지어 1루수로도 103이닝을 소화했다. 모두 평균, 혹은 그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유격수는 송성문의 포지션은 아니고, 2루는 김혜성이 출전만 한다면 부동의 주전이다. 3루는 김도영이나 노시환(한화)이 우선권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1·2·3루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송성문의 가치는 내야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고고 남음이 있다. 현재의 성적을 유지하며 그 기세를 11월의 대만, 그리고 일본에서도 테스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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