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눈으로 봐봐…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어” [어린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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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첫 장에는 앙증맞은 인형과 블록, 태엽 자동차 장난감들이 있다.
"어른의 눈에 아이는 아주 어려요"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책은 "노인이 보면 어른도 아직 어려요" "거북이 눈에는 노인도 젊어요" "늙은 나무 눈에는 거북이도 어리지요" "높은 산과 깊은 바다가 보면 늙은 나무는 아주 젊어요" "지구의 눈에는 산과 바다도 어려요" "우주의 눈에 지구는 너무 젊어요"라는 식의 연쇄를 거쳐 "정말 정말 늙은" 우주까지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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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눈
하이거우팡둥 글│천페이슈 그림│신순항 옮김│섬드레
그림책 첫 장에는 앙증맞은 인형과 블록, 태엽 자동차 장난감들이 있다. “어른의 눈에 아이는 아주 어려요”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책은 “노인이 보면 어른도 아직 어려요” “거북이 눈에는 노인도 젊어요” “늙은 나무 눈에는 거북이도 어리지요” “높은 산과 깊은 바다가 보면 늙은 나무는 아주 젊어요” “지구의 눈에는 산과 바다도 어려요” “우주의 눈에 지구는 너무 젊어요”라는 식의 연쇄를 거쳐 “정말 정말 늙은” 우주까지 나아간다. 이 상대적인 도식에서 우주보다 더 오래된 대상은 이제 등장할 수 없다.
‘∼에 비하면’이라는 도미노 같은 패턴 앞에서는 누구도 자신을 지키기가 어려워진다. 아이에 비해 나이가 많은 어른,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노인, 그보다 더 나이가 많은 거북이가 계속해서 점철됐듯이 더 지혜롭고, 더 부유하고, 더 강한 사람들의 무한 행렬 앞에 자아는 언제나 압도될 수밖에 없다. 타율적인 비교 구조 속에서 존재는 왜소해지고 무가치해진다.
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이렇게 늙은 우주도 아주 새로워요”라는 전언은 희미해지던 존재를 기적적으로 빛나게 한다. 어른과 노인, 거북이와 늙은 나무, 산과 바다 그리고 지구와 우주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는 모든 것이 새롭다. 새롭거나 오래됐거나 모든 존재는 고유한 아우라를 지닌 역동적인 존재가 된다. 새로움을 발견하는 아이의 주체성이 비로소 존재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는 것이다.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기 직전 돌아보고 찍은 우리의 지구는 태양 빛 속에 부유하는 먼지 한 톨에 불과해 보인다. 티끌처럼 보이는 지구를 보고 칼 세이건은 이 땅에서 벌인 인류의 오만을 반성하며 ‘창백한 푸른 점’(Pale Blue Dot)이라고 이름 붙였지만, 어떤 아이는 씨앗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 작은 씨앗 안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지 알 수 없다. 무한하고 따뜻한 씨앗. 그것은 아이가 지닌 ‘마음의 눈’에 의해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순수하고 절대적인, 어떠한 편견도 미움도 갖고 있지 않은, 우리가 잃어버린 새로움으로 말이다.
신수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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