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늙는다, 44살 그리고 60살 두 번의 고비 넘는 법

곽노필 기자 2024. 8. 1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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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심혈관질환·카페인 대사·피부·근육 관련 분자 급변
지방 대사는 44살, 탄수화물 대사는 60살 분기점
게티이미지뱅크

인생에서 중년은 청년 시절부터 쌓아온 사회적 경력이 꽃을 피우는 시기다. 종합적인 사고와 업무 처리 능력이 정점을 맞는다. 그러나 한편에선 신체 노화와 함께 일과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누적되면서 건강에도 적신호가 켜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40대 초반에서 60대 초반에 이르는 기간을 중년으로 본다. 중년의 건강 위기는 언제 어떻게 올까?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노화와 관련한 질병 위험이 특정 시점에 가속화하는 데 착안했다. 예컨대 미국에서 파킨슨병 및 알츠하이머병 같은 신경퇴행성 질환의 유병률은 노화 진행과 함께 증가 추세를 보이지만 각각 40살, 65살 즈음에 뚜렷한 변곡점을 보인다.

마이클 스나이더 교수(유전학)가 이끄는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우리 몸은 중년의 기간 동안 서서히 변화하는 게 아니라, 두 차례에 걸친 극적인 변화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제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확인한 급변의 시기는 44살과 60살이다.

사람의 몸은 평생 변하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는 두 번의 기간이 있다. 하나는 40대 중반에 도달했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60대에 도달했을 때이다. 픽사베이

스나이더 교수는 “사람은 평생 동안 변하지만 큰 변화가 일어나는 두 번의 주요 기간이 있다”며 “하나는 40대 중반에 도달했을 때이고, 다른 하나는 60대에 도달했을 때”라고 말했다.

앞서 같은 대학의 다른 연구진은 2019년 혈액 속의 혈장 단백질 분석을 통해 ‘사람은 평생 세 번 늙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노화와 관련한 단백질 수치는 34살과 60살, 78살에 급격히 늘어난다. 이번 연구도 노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변곡점을 가진 비선형적 경로를 거친다는 걸 확인했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한다.

노화 및 건강과 관련한 분자와 미생물군집 수치는 44살과 60살에 급변한다. ‘네이처 노화’ 논문에서 인용

예상하지 못한 40대 중반의 급변

이번 연구는 3~6개월 간격으로 25~75살의 건강한 성인 108명의 혈액 및 대변 표본과 구강, 피부, 비강에서 면봉 채취한 표본을 분석한 것이다. 추적 기간은 중앙값이 1.7년, 최대 6.8년이었다.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기증한 표본에서 RNA, 단백질, 대사산물 등 13만5239종의 다양한 생체 분자와 미생물 군집의 변화를 살펴봤다.

이를 통해 확보한 2460억개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분자(81%) 수치는 서서히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44살과 60살에 크게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혈관 질환, 카페인 대사, 피부 및 근육과 관련한 분자의 변화 폭이 컸다. 두 연령대에서 변화 폭이 다른 분자도 있었다. 알코올과 지질(지방) 대사와 관련한 분자는 44살에, 면역 조절과 신장 기능 및 탄수화물 대사와 관련한 분자는 60살에 변동 폭이 훨씬 더 컸다.

스나이더 교수는 “60대는 원래 심혈관 질환이나 암 등 노화와 관련한 질병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이기 때문에 60살의 분자 변화는 놀랍지 않았지만 40대의 분자 변화는 의외였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처음엔 40대 중반의 급격한 변동이 여성의 폐경기와 관련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으나, 같은 나이대의 남성들한테도 비슷한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런 분자 수치의 변화가 두 연령대에 집중되는 정확한 이유는 알아내지 못했다.

40대 중반과 60대 초반이 되면 카페인 대사와 관련한 분자 수치가 급변한다. 픽사베이

아직 건강할 때 생활 습관·행동 조정해야

연구진은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방법은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예컨대 탄수화물 대사가 나빠지고 있다면 그에 맞춰 식단을 바꿀 수 있다. 두 연령대에 알코올과 커피 대사 능력이 감소한다는 사실을 안 만큼 이 시기 이후엔 두 가지 음료의 섭취량을 이전보다 줄이는 것이 좋다.

스나이더 교수는 이러한 변화 중 일부는 생물학적 요인이 아니라 이 연령대에 집중된 생활 습관이나 행동과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알코올 대사 기능 장애의 경우 스트레스가 많은 시기인 40대 중반에 알코올 소비량이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40대에 접어들면 라이프스타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신체가 변하기 시작하는 이 나이에 들면 식단과 운동을 개선하라”고 조언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두 연령대의 몸에 왜 급변 사태가 벌어지는지 그 원인을 탐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이든 이런 변곡점이 일어난다는 사실은 해당 시기의 건강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말해준다. 스나이더 교수는 “아직 건강할 때 생활 습관이나 행동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논문 정보

https://doi.org/10.1038/s43587-024-00692-2
Nonlinear dynamics of multi-omics profiles during human aging.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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