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제약 합병 무산…주주 96% "합병에 찬성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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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이 주주들의 반대로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셀트리온은 16일 이사회를 통해 "주주 의견 청취 결과 및 특별위원회의 검토 의견 등을 보고 받은 후 이사 상호간 논의를 가진 결과,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통한 시너지가 존재하더라도, 다수 주주분들의 반대 의견과 다양한 제반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는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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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조 달하는 반대 주식매수청구권도 부담으로 작용한 듯
내년 셀트리온제약 실적 크게 개선…합병 재추진 가능성
셀트리온이 주주들의 반대로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 셀트리온이 주주를 상대로 합병 찬성 여부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6%의 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셀트리온그룹은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 양사 합병과 관련해 ‘합병 추진 여부 검토 1단계 특별위원회’의 검토 결과를 토대로 양사 이사회가 최종적으로 현시점에서는 합병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지었다고 16일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 앞서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4일까지, 양사 합병에 대해 주주들의 의견을 확인하는 ‘주주 설문조사’를 비롯해 회계법인의 외부평가, 글로벌 컨설팅사가 참여한 내부 평가를 진행했다.
양사 특별위원회는 합병 시너지, 재무적·비재무적 위험 요소, 자금 요소, 사업성 요소, 주주의견 등 5개의 항목으로 나눠 합병 추진 타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현시점 합병 절차 추진 시 각 요소에 미치는 영향과 양사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점이 없는지에 중점을 두고 검토를 진행했다. 해당 결과는 각각 이사회에 제출됐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종 합병 추진 여부가 결정됐다.
주주 설문조사에서 셀트리온 주주들은 다수 반대를, 셀트리온제약 주주 다수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설문조사에 응한 셀트리온 주주들은 합병 여부에 대해 찬성 8.7%, 반대 36.2%, 기권 55.1%의 의견 비율을 보였다. 찬반 다수 의견에 대주주 지분을 합산한다는 원칙을 다수인 반대 의견에 적용하면 반대 비율은 최종 70.4%로 추산됐으며, 여기에 기권 의견까지 합하면 96%의 주주들이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 의견을 낸 주주들의 세부 의견으로는, 58%가 현재의 양사 합병비율이 만족스럽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고, 21%는 자회사로 합병 시 실익이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반대 의사 표명 주주들은 합병을 추진할 경우 주요 선결조건으로 ‘합병 비율에 대한 재검토’를 꼽았다.
실제 다수의 셀트리온 개인주주들은 셀트리온제약의 주가가 너무 고평가 돼 있고 합병의 실익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셀트리온의 주가는 셀트리온제약보다 2.5배 높고, 시가총액 역시 12배 높다. 영업이익(지난해말 기준)은 17배 차이다. 셀트리온 주주 입장에선 합병시 재분배되는 주식수를 결정하는 합병비율에서 손해를 볼수 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셀트리온제약 주주 설문에서는 합병 여부에 대한 찬성이 67.7%, 반대 9.8%, 기권 22.6%로 집계됐다. 찬성 의견을 제시한 주주들은 합병 시 종합생명공학연구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견과 신약개발에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을 찬성 사유로 꼽았다. 시장에선 셀트리온홀딩스의 나스닥 상장을 앞두고 합병시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합병의 찬성하는 주주가 있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을 비롯한 셀트리온홀딩스 등 대주주들은 과거 약속한 대로 중립 입장을 유지한 후 다수 주주 의견 비율에 보유 지분을 산입하는 방식으로 주주들 의중에 힘을 실었다.
특별위원회는 주주 설문조사와는 별개로 객관적 평가를 위해 회계법인을 통한 사업성 평가, 평가 적정성 등 ‘외부평가’ 및 글로벌 컨설팅사의 자문을 거친 합병 시너지, 위험 분석, 자금분석 등 ‘내부평가’도 함께 진행했다.
회계법인의 외부 평가에서는 셀트리온제약이 항체의약품 판매, 위탁생산(CMO), 항체·약물접합체(ADC) 개발 등 향후 성장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성과가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이런 성장 계획이 구체화되고 시장에 전달 가능한 시점에 주가 적정성이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결론 내렸다.
합병 추진 시 예상되는 재무적 위험에 대해서는 셀트리온이 가진 포합주식(합병 법인이 합병 전에 보유하고 있던 피합병 법인 주식)이 소멸됨에 따라 미래성장자금 활용이 제한되고 합병 법인의 재무지표도 소폭 악화될 것으로 판단했다. 비재무적 위험 분석에서는 일부 내부거래 해소에 따른 리스크가 감소할 것으로 분석한 반면, 합병 법인의 영업조직 흡수에 따라 조직관리 위험은 일부 증가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자금검토에 대해서는 합병 진행 시 셀트리온 주주들의 압도적인 반대·기권 의견을 고려할 때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인한 자금 유출이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 시 수준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분석했다. 재무건전성에 심각한 악영향이 발생하는 셈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측 관계자는 "합병 반대 주식매수청구권은 5조원을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시너지에 대해서는 합병 시 양사 간 바이오·케미컬 기술 융합으로 인한 R&D 강화, PFS 제조설비 내재화를 통한 공급 안정성 제고, CMO 사업 확장 가능성 등 포트폴리오 강화, 비용 절감, 생산효율화 등 긍정적 시너지 효과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했다.
셀트리온제약 이사회는 합병에 따른 다수의 중장기적 사업 시너지가 성장에 기여하며 사업적 리스크를 헷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특별위원회의 판단이 있었지만, 셀트리온 이사회에서 합병 추진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현시점의 합병 추진은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합병 추진 여부 검토를 맡은 셀트리온 특별위원회 이재식 위원장은 “양사의 합병 추진 결정이 과연 주주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검토가 필요함을 인식해, 특별위원회 설치를 건의했다"면서 "특별위원회에 참여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은 심도있는 분석을 통해 도출한 결론을 이사회에 제출했으며, 이 같은 의사 결정 과정은 ESG 경영과 주주가치 제고 관점에서 매우 합리적이고 투명하게 진행된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현 시점에서 양사 합병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양사 이사회의 결정이 나왔기 때문에 양사는 이제 본업에 집중해 성장과 그룹내 시너지 창출에 더 몰두할 계획”이라며 “양사 주주의 이익이 수반되는 통합은 주주가 원하면 언제든 검토할 수 있는 만큼 앞으로도 주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최우선해 성장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장에선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이 내년이나 내년 이후 재추진될 것으로 전망했다. 셀트리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제약의 실적이 내년에 크게 개선될 것"이라며 "내년엔 합병 분위기가 무르익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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