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몰락이냐, 신냉전 리스크냐… 美대선에 달렸다[북리뷰]

신재우 기자 2024. 8. 16.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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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필패
야성 황 지음│박누리 옮김│생각의힘
■ 로빈 니블렛의 신냉전
로빈 니블렛 지음│조민호 옮김│매일경제신문사
“중국 몰락한다”
中 부흥 공식이 이젠 쇠퇴 불러
복종 주입한 안정·기술의 발전
시진핑 1인체제 이후 뒤흔들려
“지금은 신냉전”
中, 경제 현대화 등 최대 수출국
美, G7 → G9 키워 힘 확대해야
동반성장한 양국, 갈등도 커져
게티이미지뱅크

미·중 갈등은 세계의 의제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통해 견제에 나섰고 세계의 공장 역할을 했던 중국은 자국의 생산력을 중심으로 주변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 연구자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누군가는 ‘중국의 패배’를, 또 다른 누군가는 ‘새로운 냉전’을 예상한다.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이 시점, 변해온 중국과 이에 따라 새로워질 대치 상황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중국은 예측할 수 없는 독특한 국가다. 세계에 남은 단 다섯 공산주의 국가 중 하나이며 대약진운동,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태와 같은 대재앙급 격변을 견뎌냈다. 자유화되는 세계 경제 상황에서 경제 발전은 민주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지만 중국은 중국공산당 정권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01년 미국의 저명한 중국 전문가 고든 창은 ‘중국의 몰락’을 예상하기도 했지만 지난해 10월 중국은 세계 최초였던 구소련을 뛰어넘어 가장 오랫동안 남아 있는 공산주의 국가가 됐다. 당시 ‘중국의 몰락’을 불신했던 매사추세츠공대(MIT) 슬론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책의 저자인 야성 황 교수는 이제 ‘중국필패’를 화두로 던진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주장의 근원은 무엇인가.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EAST 공식’을 열쇠로 제시한다. 시험(Examination)과 독재(Autocracy)와 안정(Stability)과 기술(Technology) 네 가지 주제의 머리글자를 딴 이 공식은 과거 중국의 확장 공식이자 현재 중국의 붕괴를 설명하는 근거이기도 하다.

EAST 공식의 첫 글자인 ‘시험’은 나머지 요소까지 아우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흔히 과거 시험이라고 불리는 ‘가오카오’ 시험은 587년 수나라 때 본격적으로 도입돼 당, 원, 명, 청을 거쳐 중국공산당 정권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관료제도와 사상, 정치 체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명대에 절정에 달했던 과거제도는 자국 내 인재들의 사상을 동질화하고 의도적으로 설계한 지표에 따라 관료를 등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 현대 중국에의 보상 시스템은 공무원의 국내총생산(GDP) 성과를 기초로 한다. 중국의 공무원이 계급 투쟁이나 정치 개혁보다 능력 위주의 지표에 몰두하도록 만든다.

과거제도의 영향력은 이후 A, S, T 모두에서 발견할 수 있다. 중국 왕조에서 오랜 기간 독재가 가능했던 이유도 과거제도에 있다. 인적 자본의 정치적 독점을 가능케 했고 과거 시험으로 인해 관료제가 일찍 도입된 덕분에 정치의 발전도 늦었다. 즉, 관료제는 전쟁, 세금 징수 등 업무별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생겨난 것이지 의회, 권리장전, 삼권분립과 같은 정치 제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오늘날 중국에 독재의 규범과 경쟁할 만한 강력한 사회적 규범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는 중국에서 정치가 탄생하기 이전에 독재가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안정’에도 시험은 크게 기여했다. 과거 시험은 중국 내에서 문이 무를 앞선다는 가치를 지속해서 주입했고 중국에서 쿠데타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이유 또한 무의 호전성이 아닌 수동성, 복종, 유순함을 강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의 발전은 중국의 확장과 떼어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중국이 원시 농경 사회의 단순 노동 대신 일찍이 창의적 활동을 수행할 만한 여유가 있는 기술자를 고용한 덕분이다.

개혁주의 중국공산당은 EAST 모델을 현대화했고 기존의 성공 서사를 일부 이어받았지만 ‘격변의 시대’는 2018년 시진핑 국가주석이 임기 제한을 폐지한 후 시작됐다. 시진핑은 일인 정치 체제를 공고히 한 후 우선 ‘시험’을 흔들었다. 2021년 그는 ‘결의’를 통해 공무원 선발 기준을 투표, 평가 점수, GDP 등 ‘인기 경쟁’을 통해서가 아닌 “덕을 우선으로 한다”고 밝혔다. 다소 모호하고 상대적인 ‘덕’이라는 평가 기준이 생겨난 것이다. 시진핑의 반부패 캠페인 또한 기존의 중국식 독재 시스템에 큰 타격을 줬다. 400만 명의 공무원을 부패 혐의로 조사·처벌받게 한 이 조치는 독재와 안정을 위해 ‘필요악’으로 여겨졌던 부패를 차단하는 대신 불안정을 불러왔다. 624쪽, 3만2000원.

앞서 야성 황이 ‘중국필패’를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중국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부정할 수 없다. 2009년 중국은 세계 최대 수출국에 올랐고 지금도 미국, 독일 등 경쟁국을 한참 앞서고 있다. 2022년까지 영국 왕립국제문제연구소 채텀하우스 소장을 역임한 로빈 니블렛이 다가올 상황을 ‘신냉전’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다.

니블렛에 따르면 사실 미국은 지금의 숙적인 중국이 성장하는 시기에 경제적 상호 관계를 맺고 동반 성장했다. 소련과의 냉전 이후 경제적 동력이 필요했던 미국은 중국의 생산력에 기댈 수밖에 없었고 이는 중국의 성장을 촉진했다. 그리고 중국 기업은 주요 해외 자본을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해 조달하는 등 미국을 통해 경제 현대화를 이룩했다.

그러나 이러한 특수 관계와 변화된 세계정세로 인해 ‘신냉전’은 다른 양상을 띨 가능성이 크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G7이 하루빨리 한국과 호주를 끌어안아 G9으로 확대해야 세계의 균형이 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G2를 넘어 G9, 더 나아가 G20을 글로벌 거버넌스의 합의를 이뤄내는 최고 국제 의결기구로 격상시켜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268쪽, 2만 원.

미·중 갈등은 다가올 미래이자 현실이다. ‘신냉전’의 양상이나 중국의 몰락은 이들의 예상과 달라질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전문가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사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이 이 갈등의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새로운 분기점을 앞둔 지금, 이 책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신재우 기자 shin2ro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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