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 없는 청소년에게 집이 돼 주는 세상으로[덕후의 서재]

2024. 8. 16.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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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 바슐라르는 "집은 최초의 세계"라고 말했다.

특히 미성년자에게 집은 온 세상이다.

주인공 고해준은 어머니의 사고사에 대한 죄책감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서로에게 집이 되어주고, 그 집의 지붕 아래서 더 큰 세상에 나갈 힘을 비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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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후의 서재

철학자 바슐라르는 “집은 최초의 세계”라고 말했다. 특히 미성년자에게 집은 온 세상이다. 단순한 은유가 아니다. 미성년자들이 밖에서 살 방법은 없다시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집을 박탈당한다면 어떻게 살 수 있을까?

네이버웹툰에서 2018년부터 연재를 시작하여 최근 완결된 (마지막 4화는 아직 유료 회차) 와난 작가의 웹툰 ‘집이 없어’는 여러 이유로 집을 잃거나 집에서 상처받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주인공 고해준은 어머니의 사고사에 대한 죄책감으로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에게 집은 한때의 행복을 영원히 상실했음을 잔인하게 확인하는 곳이다. 백은영에게 집은 고립된 학대의 감옥이다. 박주완, 김마리, 강하라, 공민주도 그들만의 집에 관한 이야기가 있다. 이들은 동아리실과 기숙사에서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잔다. 이 행위는 중요한 제식이다. 특히 구 기숙사는 특별한 장소로서 사회학자 미셸 푸코의 ‘헤테로토피아’ 개념과 연결된다. 아이들만의 장소, ‘다락방 한가운데 세워진 인디언 텐트’ 같은 곳이다. 이렇듯 기숙사는 신성한 불가침의 헤테로토피아가 된다.

이 작품을 한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집이 없던 아이들이 스스로 집을 만들어 낸 이야기’라는 한 독자의 댓글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함께 살며 서로를 이해하고, 또는 충돌하며 성장한다. 서로에게 집이 되어주고, 그 집의 지붕 아래서 더 큰 세상에 나갈 힘을 비축한다. 이 작품은 성인식 그 자체이기도 하다. 성인식의 마지막 관문은 죄책감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고해준은 마지막으로 집에 돌아가 어머니의 부재를 직시하고, 자신이 엄마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을 버티며 살 준비를 마친다. 슬퍼하며 사는 것, 그것이 성인이기 때문이다. 백은영도 부모를 직접 아동학대로 고발해야 한다. 박주완은 너무 집착하는 엄마에게서, 김마리는 때리는 오빠와 방치하는 아빠에게서, 공민주는 정서적으로 의존하려는 아빠에게서, 강하라는 걱정이란 명목으로 끊임없이 용기를 꺾는 엄마에게서 독립해 내야 한다. 죄책감으로 주저앉을 때마다 서로를 독려한다. ‘그것은 네 탓이 아니야’의 변주다. 이 작품이 훌륭한 이유는 가족끼리 부랴부랴 화해시켜 정상 가족의 형태로 억지 봉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마침내 이들은 졸업하며 구 기숙사를 떠난다. 이젠 밖에 나와도 괜찮다. 집이 이미 내 안에 있기 때문이다. 독자의 과제는 남았다. 우리 사회는 집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헤테로토피아를 제공할 준비가 되었을까?

전혜정 청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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