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과 토트넘의 동행이 마지막일 수 있는 이유 [한준의 EPL리포트]

한겨레 2024. 8. 1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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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025 EPL 개막
토트넘 홋스퍼 손흥민이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 2차전 바이에른 뮌헨과 경기를 마친 뒤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여름 토트넘 홋스퍼에 입단한 손흥민(32)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열 번째 시즌(17일 개막)을 맞이한다. 2021년 7월 계약을 4년 연장한 손흥민의 계약 기간은 내년 여름까지다.

앤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부임한 2023~2024시즌 전반기에 최전방 공격수로 뛴 손흥민은 첫 10경기 무패 및 토트넘의 리그 1위 등극을 이끌었다. 이러한 흐름에 토트넘은 30대에 접어든 나이에도 손흥민에게 대폭 연봉 인상과 2년 이상의 장기 재계약을 제시하려 했다. 기류가 바뀐 것은 2024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회 참가 이후다.

시즌 중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고 돌아온 손흥민은 체력적으로는 물론 심리적으로도 어려움을 겪었다. 설상가상으로 포스테코글루 감독의 전술이 상대 팀에 간파됐고, 이에 대응 없이 플랜A 전술을 밀어붙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경쟁에서 낙마하고 말았다.

리그 5위로 2024~2025시즌 유로파리그에 참가하게 된 토트넘은 대회 간 중계권 수익 및 스폰서십 규모 차이로 예산이 대폭 줄어들었다. 이적 시장에서 추가적인 선수 영입 필요성도 제기됐다. 여러 상황상 토트넘은 준비했던 구단 역대 최고 연봉 조건 제시가 부담스러워졌고, 손흥민과 신규 계약은 결국 보류됐다. 그러면서 대두된 것이 2021년 여름 계약 당시 포함한 1년 연장 옵션 발동이다. 토트넘은 1년 더 시간을 벌어 2025년 여름에 손흥민과 새 계약을 체결하거나, 새로운 행선지를 선택할 때 최소한의 이적료를 남길 수 있다. 물론 이 경우 토트넘이 절대 불리한 위치에서 손흥민과 계약 협상을 할 수 있다.

손흥민 입장에서도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프리미어리그 우승 내지 챔피언스리그 참가가 가능할 것이라 기대했던 상황이 달라져 급하게 장기 재계약을 체결할 이유가 없다. 지금 재계약하면 사실상 전성기를 토트넘에서 마무리하게 된다. 무관으로 현역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2024~2025시즌에도 우승 트로피나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지 못한다면 동기부여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소식통에 따르면 1년 연장 옵션의 키는 토트넘 구단이 쥐고 있다. 하지만 선수 동의 없이 발동하는 경우 관계에 생채기가 생기는 것이 보통이다. 손흥민과 토트넘 모두에게 최선의 시나리오는 2024~2025시즌에 최소한 하나의 대회에서 우승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얻어 장기 동행을 위한 명분과 예산을 마련한 뒤 새 계약을 맺는 것이다.

만약 2024~2025시즌도 빈손으로 마치고 챔피언스리그 무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손흥민은 해리 케인과 같은 선택을 내릴 수 있다. 토트넘 역시 이 시점에는 전면적 선수단 쇄신을 단행할 것이다. 이미 토트넘은 2019년 리버풀과 치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선발 출전했던 선수 중 손흥민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리했다.

올여름 구단 역대 최고액 이적료로 영입한 도미닉 솔랑키(26·2030년)를 비롯해 브레넌 존슨(23·2028년), 파페 사르(21·2030년), 루카스 베리발(18·2029년), 아치 그레이(18·2030년), 데스티니 우도기(21·2030년) 등 어린 선수들과 장기 계약을 했다. 한국인 유망주 양민혁(18·2030년) 영입도 손흥민 이후를 대비한 움직임이다. 이런 이유로 2024~2025시즌은 손흥민이 토트넘에서 보내는 마지막 시즌이 될 수 있다.

손흥민과 더불어 다른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도전도 주목된다. 지난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황희찬(울버햄프턴)은 부상 문제만 없다면 득점왕 경쟁이 가능한 정상급 포워드로 인정받았다. 브렌트포드 수비수 김지수는 정식 1군 선수로 등록되어 최초의 한국인 센터백으로 도전한다.

새로운 프리미어리거 탄생 가능성도 있다. 잉글랜드 챔피언십 스토크시티 올해의 선수 배준호가 풀럼을 비롯한 복수 프리미어리그 팀의 관심을 받고 있다. 파리생제르맹 미드필더 이강인을 원하는 프리미어리그 팀도 있다. 손흥민의 인기를 경험한 프리미어리그도 손흥민 이후 한국인 스타를 찾고 있다.

손흥민은 아직 도전을 멈출 생각이 없다. 최근 인터뷰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이어갈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우승컵이 없다면 레전드로 불릴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은퇴하고 나면 축구와 관계된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손흥민과 토트넘은 과연 해피엔딩을 맞을까.

한준 풋볼아시안 발행인 founder@football-a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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