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나라' 조정석 "故 이선균 필모에 이런 묵직한 모습 처음" [인터뷰M]

김경희 2024. 8.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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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행복의 나라'에서 사람을 살리기 위해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를 연기한 조정석을 만났다. '행복의 나라'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과 12.12사태를 관통하는 ‘재판’을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법정 개싸움 일인자 변호사 ‘정인후’. 이기기 위해서라면 거짓 상황도 스스럼없이 만들어내며 승소하기로 유명한 그는 10.26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되어 재판을 받게 된 정보부장 수행비서관 ‘박태주’의 변호를 맡게 된다. ‘박태주’를 대면한 ‘정인후’는 이 재판이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을 것을 직감하지만 예상보다 더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을 대면하고 분노한다. 그는 이에 굴복하지 않고 정당한 재판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하는 인물이다.

영화에서 유재명, 故 이선균과 함께 호흡을 맞춘 조정석은 "유재명과 몇 번을 같이 연기해 봤지만 대치하는 작품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더라. 너무 같이 해보고 싶었고 너무 잘할 것 같았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카메오로 촬영 오셨을 때 조심스럽게 '행복의 나라' 출연을 생각해 봐 달라는 부탁을 했었다."며 유재명의 출연 비하인드를 밝혔다.

그토록 원하던 유재명이 '전상두'로 분장을 했을 때 조정석은 "정말 위협적이고 무서웠다. 유재명에게 이런 얼굴이 또 있구나라는 생각을 제일 많이 했다. 평소 보지 못했던 눈빛을 많이 발견해서 촬영 들어가서는 무서웠다. 배우들이 촬영하다 컷 한다고 바로 개인의 모습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데, 그날의 촬영이 다 끝나고 분장을 지운 뒤에는 러블리한 재명이형으로 돌아온다. 그럴 때 촬영할 때와 확연히 다른 차이를 느끼니까 더 무섭더라. 정말 무서운 배우라는 느낌이 있었다."며 유재명의 연기를 극찬했다.

유재명과의 연기 호흡을 이야기하면서 골프장 신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 영화의 하이라이트이기도 하고 가장 통쾌하고 울분을 터트리게도 하는 장면이었기 때문이다. 조정석은 "3박 4일간 그 장면을 촬영했는데 너무 추웠다. 뛰다가 넘어져 다치기도 했는데 상대적으로 저는 너무 추워서 유재명이 부러웠다."라며 농담 섞인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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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의 현장에 대해 "감독님이 한 장면도 여러 테이크를 가셨는데 저도 동의해서 여러 버전으로 연기를 했다. 특히 일갈하는 모습은 자조적으로 대사를 치는 버전도 있었고 폭발하듯 토해내는 버전도 있었고 호흡이나 표정등 다양한 버전으로 여러 번 찍었다."며 영화에서 보이는 버전 외에도 상당히 많은 다른 버전의 연기를 펼쳤음을 알렸다.

조정석은 "추창민 감독이 엄청 섬세하고 디테일하고 악착같은 분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오케이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몰두하는 분. 한 방향성을 가지고 완벽하게 조각해서 쭉 가는 느낌이 아니라 이리저리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는 방식이셨는데 저도 그런 걸 지향하다 보니 감독님과 시너지가 나서 안 그래도 테이크를 많이 가시는 데 더 많은 테이크를 가게 됐다. 스태프들은 힘들 수 있었겠지만 저는 너무 좋았다."며 다양한 버전의 연기를 펼쳤던 이유를 설명했다.

앞선 유재명도 인터뷰에서 너무 많은 촬영 버전이 있어서 만약 디렉터스 컷이 나온다면 또 다른 영화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라 말한 바 있었다. 기본적으로 한 장면도 여러 테이크를 찍었겠지만 가장 많은 테이크를 간 장면을 물어보니 조정석은 "이럴 거면 재판을 왜 하는 겁니까"라고 말하고 나와 우현 배우에게 혼나는 장면을 꼽았다. "그 장면이 원테이크라 길었고 저도 욕심이 나서 26번인지 27번의 테이크를 갔다. 카메라를 들고 찍어야 하는 장면이어서 촬영 감독님이 고생을 하셨다."며 엄청난 시도 끝에 탄생된 장면을 알렸다.

조정석이 연기한 '정인후'는 실존 인물을 표현한 '전상두'와 '박태주'와 달리 표현해야 할 내용이 많았다. "당시의 재판기록, 당시의 모든 사람, 그 시대의 모두를 대변하는 인물이었다."라고 캐릭터의 의미를 정의한 조정석은 "'정인후'의 전사는 '박태주'의 전사와 밀접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동질감을 느꼈을 것이다. 박태주의 딸이 귤을 건네는데 정인후는 그 귤로 인해 성장하고, 박태주에 대한 애틋함이나 애환, 슬픔도 같이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박태주를 살리려고 노력했을 것"이라며 초반에는 자신의 이익만 좇던 변호사가 어떻게 생사의 기로에 선 군인을 위해 열정적으로 변하는지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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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후'가 그토록 살리고 싶었던 '박태주'는 안타깝게 생을 달리 한 이선균이 연기했다. 조정석은 "이선균과는 눈만 봐도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현장에서 작품 이야기부터 일상적인 이야기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친했기에 저희도 모르게 슛 들어가면 눈만 봐도 어떤 연기를 할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 수 있었다. 말로 내가 이번에 이렇게 할 테니 너는 어떻게 할래라는 걸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게 있어서 그렇게 취조실 장면이 완성되었다."며 어떤 호흡이었는지를 이야기했다.

일부러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영화 속 여러 대사나 장면에서 이선균이 연기한 박태주로 보이지 않고 인간 이선균의 모습이 겹쳐 보여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이런 시선은 배우들에게 마찬가지였을 것.

조정석은 "저도 긴장하며 봤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최대한 영화를 영화로 제대로 보고 싶어서 노력하다 한순간에 무너졌다. 제가 어렵게 증인을 세우고 취조실에서 하이파이브를 했던 장면이 있는데 그때 무너지게 되더라"며 故 이선균이 떠올라 마음이 울컥했던 장면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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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석은 "이선균이 이 영화를 보고 고생 많았다고 한마디 해 줄 것 같다"라고 하며 "좋아하는 형이자 배우이지만 그의 필모에서 이렇게 묵직한 모습을 한 번도 못 본 것 같다. 촬영하면서도 형에게 이 작품, 이런 역할을 해줘서 팬으로서 너무 좋다는 말을 했었다. 박태주로 분장을 한 이선균의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모습이어서 너무 신기하고 새롭고 좋았었다. 너무 아쉽다. 좋은 작품으로 이선균이라는 배우를 더 보고 싶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1979년 10월 26일, 상관의 명령에 의해 대통령 암살 사건에 연루된 ‘박태주’와 그의 변호를 맡으며 대한민국 최악의 정치 재판에 뛰어든 변호사 ‘정인후’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행복의 나라'는 8월 14일 개봉해 극장에서 절찬 상영중이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NEW, 잼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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