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적, 삼성전자·한국항공우주· HD한국조선해양 크게 웃었다

이슬아 기자 2024. 8.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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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방산·조선·제약바이오 ‘맑음’… 중국 의존 아모레퍼시픽 ‘어닝쇼크’

"게임주 황제 등극이네요. 32% 먹고 나갑니다."

8월 13일 크래프톤 온라인 종목토론실에서 한 개인투자자가 한 말이다. 크래프톤은 전날 창사 이래 최대 수준인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대표작 'PUBG: 배틀그라운드'가 제2 부흥기를 맞으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상승한 영향이다. 이튿날인 13일 크래프톤 주가는 장중 32만5000원까지 올라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글로벌 증시 불확실성 확대 등 악조건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한 기업들이 랠리를 펼치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는 조선, 방산, 반도체, 전력·전선, 제약·바이오, 금융, 게임 섹터에서 어닝서프라이즈가 주로 나왔다. [각 사 제공]

HD현대일렉트릭·삼성바이오 호실적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의 중심에는 슈퍼 사이클에 올라탄 조선주가 있었다(표1 참조). 조선업은 최근 신규 선박 수요 관련 지수가 역대 최고점에 근접하는 등 십수 년 만에 호황을 맞았다. 이에 대장주 HD현대그룹 조선계열사(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 등)와 삼성중공업은 2분기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그간 조선주 슈퍼 사이클에 대해선 "수주가 아닌 실적을 확인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번 실적으로 시장 의구심까지 완전히 해소했다.
‌‘K-방산' 열풍을 이끄는 방산 기업들도 연달아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방산업계는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 등 세계 각국에서 대규모 수주 잔고를 확보해왔다. 특히 올해는 방산 5개사(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한국항공우주·현대로템·LIG넥스원)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 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 가운데 방산 5개사의 2분기 영업이익이 6748억 원(상반기 합산 9111억 원)을 기록해 연 2조 원 달성 가능성에 한 발짝 다가갔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가 각각 시장 전망치를 66%, 42%가량 상회하는 실적을 올리며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하반기에도 잔여 계약, 추가 수주 등 호재가 대기 중이라 증권가에선 방산주 목표주가를 올려 잡고 있다.

오랜 실적 한파 극복한 게임업계

인공지능(AI) 산업과 관련된 반도체, 전력·전선 기업들도 계속된 실적 호조를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가파른 업황 회복세, 가격 정상화 등에 힘입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전체 사업 분야 중 반도체(DS)부문에서만 6조 원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AI 데이터센터 등 전력 사용량 증가로 수혜를 누리고 있는 전력·전선주도 마찬가지다. HD현대일렉트릭은 2분기 깜짝 실적을 내고 "연매출 3조3000억 원 달성"을 선언했다. LS에코에너지는 2분기 실적 선방으로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그 밖에 제약·바이오주, 금융주가 2분기 웃음을 지었다. 제약·바이오주는 금리인하기 수혜 섹터로 꼽히며 최근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 여기에 실적까지 안정적으로 뒷받침되는 모습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상반기 매출이 2조 원을 돌파했고, 셀트리온은 분기 최초로 매출이 8000억 원을 넘어서며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모두 바이오시밀러 사업 성장세가 주된 원인이었다. 금융권도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홍콩H지수 반등, 대출 이자이익 증가 등으로 2분기 합산 순이익이 역대 최대 수준인 6조2266억 원을 기록했다.

크래프톤을 비롯한 게임업계도 간만에 훈풍을 맞았다. 특수를 누리던 코로나19 팬데믹이 종식되면서 게임업계는 1년여 동안 실적 한파를 겪었다. 그러다 신작 흥행, 경영 효율화 등 영향으로 올해 1분기 회복세를 나타내더니 2분기 들어 주요 기업이 깜짝 실적을 기록한 것이다. 넥슨은 5월 중국에 출시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기대 이상의 인기를 끌었고, 넷마블은 신작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가 국내외에서 히트했다.

반면 2분기 어닝쇼크에 빠진 섹터도 있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화장품,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약세인 이차전지,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석유화학, 대표 아티스트 부재와 각종 잡음이 끊이지 않는 엔터테인먼트가 대표적 예다(표2 참조).

화장품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실적은 전체 상장사를 통틀어 시장 전망치를 가장 큰 폭(94%)으로 하회했다. 1분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진을 벗어나 반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중국 이외에 수출 채널을 다변화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그러다 2분기 중국 사업구조를 본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다가 실적에 큰 타격을 입었다. 3분기에도 중국발(發) 악재가 지속될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나온다. 8월 14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1분기 실적 호조에 따른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고 3월 말 수준으로 돌아갔다.

캐즘 늪에 빠진 이차전지 부문에서는 포스코퓨처엠,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엘앤에프,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저조한 성적표를 받았다. 포스코퓨처엠은 아모레퍼시픽과 아모레G 다음으로 심각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캐즘 극복 시기가 내년 말로 점쳐지는 만큼 이차전지주의 실적 약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수요 회복 지연,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달리는 석유화학 부문의 경우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기초화학 사업이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향후 기초화학 매출 비중을 현 60%에서 30% 이하로 낮추고, 내년 설비투자를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여 실적을 방어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솔루션도 시장 전망치보다 적자폭을 키우며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대표이사 조기 교체, 차입금 조달 등으로 경영 안정화를 꾀하려는 상황이다.

엔터업계는 하이브, 에스엠, JYP Ent., 와이지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 모두 실적에 칼바람이 불었다. 각사 모두 주요 아티스트가 활동 공백기에 있으나 신인 그룹 성장은 더딘 상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브는 올해 초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와 갈등을 빚으며 사업 불확실성이 확대된 바 있다.

"3분기 제약·바이오 성장 폭 키워야"

전문가들은 2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한편, "3분기 증시가 탄력을 받으려면 대형 섹터를 중심으로 더 강한 실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분석한다. 염승환 LS증권 이사는 "국내 증시는 반도체, 제약·바이오, 이차전지, 자동차 등 크게 4개 업종이 이끌어가는 구조"라며 "이 중 반도체는 하반기에도 실적 개선이 있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나머지 섹터들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 이사는 "제약·바이오가 성장 폭을 키우고, 이차전지가 더 나빠지지 않으면서, 자동차가 갑자기 꺾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2분기에 선방한 조선, 방산 등이 하반기에 그대로 받쳐주는 가운데 이런 대형 섹터들이 견조한 실적을 보여야 외국인 자본이 더 많이 유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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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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