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심장전문의 이승곤 수의사의 ‘심장질환 반려견 케어법’

조지윤 기자 2024. 8. 1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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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 고령화에 따라 심장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확진되면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병이라고 불리지만, 조기 진단으로 일찍이 발견하면 충분히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아시아 심장전문의(DAiCVIM)로서 약 4만 건 이상의 질환 동물을 돌봐온 이승곤 서울동물심장병원 원장에게 심장질환과 관련한 궁금증을 물었다. 

이승곤 서울동물심장병원 원장
‘켁켁’ 기침하는 소리에 단순한 감기나 기관지염인 줄 알고 병원을 방문한 보호자들은 '심장병’이라는 진단에 마음이 내려앉는다. 7세 이상 반려견이 마른기침을 하거나 호흡에 불편을 느낀다면 심장병을 앓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얼핏 기침과 심장병의 연관성이 의문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판막 질환이 있거나, 폐에 물이 차거나, 심장비대로 커진 심장이 기관 또는 기관지를 압박하기 때문에 기침이 나오는 것. 안타깝게도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심부전까지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초기 심장병은 무증상으로 잠복한 경우가 많아서 정기 검진이 아니고서야 미리 파악하기 어려워서다.

이승곤 서울동물심장병원 원장은 "개에게서 발생하는 심장질환은 대부분 청진에서 심잡음이 관찰된다"며 "정기적인 청진만으로도 심장병 조기 진단과 감별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17년 국내 최초로 아시아 수의내과전문의(심장 분야)를 취득한 이 원장은 약 20년 경력의 수의사다. 최근 반려견의 기대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노령 질환인 심장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 원장은 "보호자들은 심장병에 관한 전문 지식 이전에 기초적인 관리 팁을 숙지할 필요가 있다"면서 "심장병으로 고생하는 반려견들이 좀 더 편한 가슴으로 살 수 있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래는 이 원장과의 일문일답.

청진 통한 '심잡음’ 확인이 기본이자 필수

반려견에게서 주로 발생하는 심장질환은 무엇인가요.
‘이첨판폐쇄부전증’이라고 하는 판막 질환이 주로 발생합니다. 이첨판이 견고한 구조를 잃고 흐물흐물해지면서 판막에서 혈액이 새고, 그로 인해 심장이 커지는 병을 말합니다. 몰티즈, 시추, 포메라니안 같은 소형 견종에서 발생률이 매우 높고, 중·대형견에게서도 발생 가능합니다. 이 병이 심해지면 폐수종, 부정맥, 신장질환 같은 전신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사람처럼 고혈압이나 고지혈증 등을 앓는 경우는 드물어요.

치주질환이 심장질환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나요.
인터넷에서 잘못 알려진 내용입니다. 구강세균에 감염돼서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대형견이나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어도 소형견에게서는 극히 드물게 일어납니다. 이빨 관리도 잘해야 하지만, 이빨이 안 좋아서 심장병에 걸린다는 것은 극히 드문 케이스라는 얘기죠.

심장병을 미리 확인할 방법이 있을까요.
우선 입양하기 전 심장 초음파를 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비싸다 보니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다행히 청진에서 대부분의 심잡음을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청진만 잘해도 도움이 됩니다. 청진에서 심잡음이나 부정맥 같은 이상 소견이 발생하면 심장 초음파 등 추가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가 6∼7세 이상 되면 정기적인 청진을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연 2회 정도는 정밀 신체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심장병의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고요.
심장병이 심해져서 폐수종 같은 이상이 나타나는 것을 심부전이라고 합니다. 사람의 경우 본인이 운동하면서 느끼는 운동능력 저하나 가슴 답답함 등 호흡이상이 심부전의 초기 증상입니다. 사람은 이를 통해 본인 몸의 이상을 알 수 있지만 동물은 이 같은 불편을 느껴도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심부전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보호자가 심부전에 의한 호흡이상을 확인하고 병원에 데려가면 이미 사망 가능성이 매우 높은 단계입니다. 심장병이 있는 개의 유일한 조기 진단 수단은 수면 호흡수 측정과 기침입니다.

수면 호흡수는 어떻게 평가할 수 있나요.
개가 깊이 잠들었을 때, 눈으로 가슴 움직임을 측정해 정상 호흡수와 비교해야 합니다. 심부전이 없는 개는 대부분 15∼20 사이의 호흡수를 갖습니다. 하루 3∼5회 측정해서 가장 낮은 수치가 이보다 높을 때는 주치의와의 상담이 필요합니다.

또 다른 방법이 있을까요.
심장병이 있고 말을 못 하는 동물 환자에게서 체중 변화는 매우 중요한 의료 정보입니다. 가급적 매일 체중을 측정해야 합니다. 체중의 변화가 기존과 5% 이상 차이가 난다면 병원에 전화해서 추가 조치를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체중이 5% 이상 빠진다면 식욕 저하가 유의미하게 심해지는 것을 뜻하고, 체중이 갑자기 5% 이상 찐다면 복수, 흉수 등이 심해지는 것에 대한 감별이 필요합니다.

다혈질일수록 심장병 가속화 주의

심장병을 확진받으면 약을 평생 먹어야 하나요.
꼭 그렇지는 않아요. 가장 많이 발병하는 이첨판 폐쇄 부전증의 경우 B1 단계에 있는 환자들의 20~30%는 병이 더 진행되지 않습니다. 이유는 아직 연구 중인데, 분명한 것은 판막이 고장 나고 피가 새도 적응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때는 굳이 약을 먹을 필요 없이 정기적으로 검진만 받으면 됩니다.

심장병 환자의 경우 저염식이 요법이 필수인가요.
진행 단계에 따라 달라집니다. B2 단계부터 저염식이 요법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초기 단계에서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갑자기 몸에 소금이 적게 들어오면 몸은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 경고 시스템을 켜요. 몸에 들어온 소금을 버리지 않기 위함인데, 이렇게 되면 초기 단계에선 오히려 심장병이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심잡음이 들린다고 하고 심장병 진단을 받으면 걱정돼서 처방식을 먹이는 등 식이요법을 강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염식이는 심장병 진행과 심부전 발생의 핵심 요소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반드시 수의사와 상의하는 편이 좋습니다.

진행 단계에 따라 운동도 조절해야 하나요.
아직 데이터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B1 단계의 환자 가운데 진행 속도에서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를 보면 기질과 운동량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호자와 등산이나 수영 등 과격한 운동을 즐기는 경우에는 진행 속도가 빨라집니다. 담당 수의사에게 현재 환자의 심장 상태에 따른 운동 처방을 받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질적인 차이는 어떤 것일까요.
기질적으로 흥분이 잦은 아이들이 꽤 많습니다. 분리불안이 있어서 보호자가 없을 때 혼자 계속 짖거나 택배 또는 손님이 올 때마다 심하게 짖는다거나, 보호자가 퇴근했을 때 반가운 마음에 심하게 뛰는 것도 자극이 됩니다. 개가 화가 나거나 흥분했을 때의 감정 폭은 사람보다 훨씬 더 큽니다. 이때 심박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는 만큼, 심혈관계에 위험 요소가 됩니다. 실제로 심장병 약을 먹으면서 잘 유지했더라도 짧은 시간의 흥분과 스트레스만으로도 폐수종 같은 심부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혈질 성향의 반려견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항불안제 같은 약물 사용을 적극 권장하는 편입니다. 평소 텐션이 10이라고 하면 7~8 정도로 낮춰주는데, 부작용도 극히 드뭅니다. 일반적인 약이 갖는 수준의 부작용이기 때문에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체온계는 여름철 산책 필수품

심장병이 있는 강아지는 여름이 특히 위험하다고요.
맞아요. 심장병은 개의 심장 기능을 저하시켜 혈액순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때문에 여름에는 특히 열사병 발생 위험이 높습니다. 문제는 보호자가 열사병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병원에 데려오면 이미 생존율이 낮다는 점입니다. 반려견이 기력이 없고 호흡이 불편해 보여 가볍게 병원을 찾았는데 고체온증이 심각해 퇴원을 못 하는 경우도 있어요.

열사병인 것을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무기력함이나 헐떡거림 등 눈으로 보이는 증상으로 눈치채면 이미 늦습니다. 열사병을 대처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방입니다. 보호자들에게 권장하는 것은 여름에 털을 완전히 밀어버리라는 겁니다. 6월에서 9월까지는 웬만하면 털 미는 것을 권장하고요. 특히 반려견이 비만하거나 털이 긴 장모종 혹은 주둥이와 코가 짧은 단두종이라면 열사병에 잘 걸릴 수 있으니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합니다.

어떻게 관찰하면 되나요.
야외 활동을 할 때 수시로 체온을 재주는 것입니다. 산책 시에도 최소 1시간에 한 번은 항문을 통해 체온을 재서 39.5℃보다 높게 나오면 활동을 자제하고 지켜봐야 합니다. 보통 건강한 반려견들은 30분~1시간이면 체온이 다시 떨어집니다. 그 단계가 지나도 체온이 안 떨어지면 외부 활동을 제한하고 찬물을 적신 수건으로 몸을 닦아주면서 열을 내릴 필요가 있어요. 여름철 산책 필수품으로 체온계, 찬물, 수건, 아이스 팩을 권고하는 이유죠. 이때 항문 체온을 아무렇게나 재면 반려견이 다칠 수 있으므로 보호자가 병원에서 체온 재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체온을 측정할 때는 젤 등 윤활제도 꼭 사용해야 하고요.

겨울에는 어떤가요.
겨울에는 반대로 단모종을 중심으로 저체온증이 생깁니다. 그런데 저체온증은 빨리만 발견하면 후유증이 거의 없어요. 고체온증은 몸의 세포가 익어버리면서 내상을 입기 때문에 치명적이죠.

심장병 진단 후 남은 수명에 대해 궁금해하는 경우도 많아요.
천차만별입니다. 사람은 기본 수명이 길기 때문에 예측할 수 있는 범위가 안정적이지만 개들은 기본적으로 수명이 짧아서 예측하기가 어려워요. 다만 시간이 정말 한두 달 정도로 얼마 남지 않았을 때는 보호자분들께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말씀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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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김승환

조지윤 기자 geor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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