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은 차승원 [인터뷰]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모델 생활을 하다 배우로 전향한 차승원은 30년이 가까운 연기 생활을 하며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진중한 외모와 상반되는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며 '차승원 표 코미디'를 정립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젠틀하지만 어딘가 돌+아이 같은 면모를 가진 캐릭터도 완벽하게 소화했다. 예능에도 거리낌 없이 출연하며 차승원만의 캐릭터를 정립했다. 오랜 시간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 차승원이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 속에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다.
디즈니+ 오리지널 '폭군'(연출·극본 박훈정)은 '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차지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다.
폭군 프로그램의 방해 세력을 제거하는 임무를 맡게 된 전직 요원 임상 역을 맡은 차승원은 공개를 앞둔 1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에 나섰다. "영화를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보다는 압박의 수위가 덜한 것 같다"는 차승원은 '폭군'을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임상은 평생을 국가 기관에 몸담았던 전직 요원으로 은퇴 후 세상 물정에 어수룩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폭군 프로그램과 관련 세력을 제거할 때는 단정한 외양·예의 바른 말투와 달리 치밀하면서도 무자비한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차승원이 생각한 임상의 핵심은 한 직장에서 오래 일을 하며 습관화된 모습이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많이 죽였을 것 아니에요. 기차 카페에서도 사람을 고문하고요. 그렇지만 기본적으로 피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봤어요. 공무원처럼 일을 한다고 생각했어요. '쇼생크 탈출'의 모건 프리먼을 보면 석방된 후 사회에서 아무것도 모르잖아요. 그런 것처럼 총을 들고 임무를 수행할 때는 민첩하지만 그 외의 행동에서는 굼뜬 인물로 설정했어요."
임상이 주로 쓰는 무기는 15kg가 넘는 총이다. 또한 그가 퇴직금을 받아 마련한 건 멈춰있는 기차다. 차승원은 총과 기차가 임상을 상징적으로 은유하는 소재라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또 이러한 소재들로 인해 기존에 보여줬던 캐릭터와 차별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기차 카페는 임상의 메타포라고 생각했어요. 달리다가 어딘가에 안주하고 싶은 남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공간에서 임상이 하는 행동들이 기괴하잖아요. 그런 것들이 되게 좋았어요. 또 임상에겐 산탄총이 있잖아요. 그 역시 임상의 메타포에요. 어디서 팔지 않는 듯 오래되지만 묵직한 총이 있어서 캐릭터에 변별력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폭군'은 '마녀' 시리즈를 연출했던 박훈정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자 '마녀'와 같은 세계관 아래에서 펼쳐지는 스핀오프 작품이다. '낙원의 밤'에 이어 다시 한번 박훈정 감독과 호흡을 맞춘 차승원은 박훈정 감독의 세계관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후 이야기를 들은 게 있는데 매력적이에요. 초인 이야기인데 그게 합쳐지면 어떨까 싶어요. 분명히 '마녀'와는 만날 것 같아요. 정말 생각하는 게 희한해요. 이 이야기 말고도 한참 전의 시대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그런 것들을 공유하니 이 사람이 무슨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싶어요."
'마녀'와 '폭군'으로 이어지는 세계관 속에서 임상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매력도 확실하다. 차승원은 임상의 마지막에 대해 '제3의 종족이 데려갔다'고 설명하며 임상 솔로 작품에 대해 박훈정 감독과 나눈 이야기도 전했다.
"임상을 데려간 건 제3의 종족, 초인 프로젝트를 통해 완성된 종족이에요. 박훈정 감독에게 그 종족의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유추해 보건대 임상도 그에 준하는 능력치를 가지게 되는 거 아닐까 싶어요. 또 임상의 솔로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어요. 임상은 제3의 종족에게 끌려갔으니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야기했는데 감독님도 동의했어요. 시놉시스 정도는 써놓지 않았을까 싶어요."
화려한 액션으로 주목받았던 '마녀'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폭군' 역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 특히, 차승원은 대부분의 액션을 대역 없이 소화하며 작품에 애정을 보였다.
"사실 총이 오래된 거라 불발탄이 많았어요. 불발탄이 나면 CG처리를 하면 되는데 현장에서는 그런게 용납이 안될 때가 있어요. 불발탄이 나오면 마치 NG가 나온 것처럼 다시 찍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부분은 힘들기도 했어요."
1988년 모델로 데뷔, 90년대 후반 배우로 전향한 차승원은 데뷔 36년 차이지만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폭군'외에도 넷플릭스 '전란',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 수가 없다' 등 기대가 되는 작품에는 꼭 차승원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차승원은 "이 정도 상태에서 만족하면서 일을 하는 게 좋은 것 같다"며 전성기보다는 꾸준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사람들에게 이목을 끌 만한 무언가가 있어야 전성기인데, 그런 나이는 지난 것 같아요. 화제를 일으킬 만한 무언가가 없더라도, 누군가는 불편해하지 않는 선에서 계속 이 일을 하고 싶어요. 전성기는 아니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지금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차승원의 활약은 연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평소에도 예능 출연에 거리낌이 없었던 차승원은 tvN 예능 '삼시세끼 시즌6' 출연도 앞두고 있다. 아직 한 번의 촬영이 남았다는 차승원은 조금의 스포와 함께 게스트로 나온 임영웅에 대한 칭찬을 전했다.
"이번에는 '삼시세끼' 뒤에 '라이트(light)'가 붙는데 제가 '이럴 거면 '삼시세끼 헤비(heavy)로 해'라고 말했어요. 약간의 변주가 있고, 장소도 매번 바뀌어요. 임영웅은 잘 될 수밖에 없는 것들을 많이 가졌더라고요. 되게 담백해요. 보통 '삼시세끼'에 오는 친구는 두 부류거든요. 와서 정신을 못 차리는 경우가 있고 와서 너무 열심히 하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데 이 친구는 더 하려 하지도 않고 안 하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그래서 임영웅이라는 사실도 잊어 먹을 정도였어요."
배우로서 예능에 출연하는 건 양날의 검과도 같다.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미지 소비가 심해 본업인 배우로서의 활동에 제약을 겪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승원은 오히려 "감정을 느낄 수 있어 특별하다"며 '삼시세끼'를 비롯한 예능이 자신에게 가진 의미를 설명했다.
"'삼시세끼' 같은 예능은 우리에게 특별한 작품이에요. 어떤 작품과도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게 있어요. 단순히 예능·드라마·영화로 구분 짓고 싶지는 않아요. 저는 예능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니 '배우 생활을 하는데 예능이 지장을 주니 자제하겠다'라는 마음은 없는 것 같아요. 10년을 하면서 그 안에서 느낀 수많은 감정은 살 수 없거든요. 배우는 사람을 연구하고 감정을 써먹는 직업인데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을까 싶어요. 정말 희로애락이 다 담겨있고, 많은 분들이 기대하고 애정을 가져주시니 정말 선택받은 것 같아요. 할 수 있을 때까지는 하고 싶어요."
연기와 예능을 넘나드는 차승원은 존댓말을 쓰는 깔끔한 킬러부터 뛰어난 요리솜씨를 자랑하는 차줌마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차승원은 접점이 없는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며 자신의 또 다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다음 작품도 그렇지만, 작업을 안 해왔던 분들의 선택을 받는 건 되게 기분 좋은 일이에요. 그렇게 저와 전혀 접점이 없는 감독님들에게 콜이 들어오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런 분들을 통해 저의 새로운 얼굴을 찾아내고, 기분 좋게 시작해서 기분 좋게 끝내고 싶어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해야 한다. 항상 조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차승원은 앞으로도 지금처럼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목표를 전했다.
"엄청나게 많이 누리고 산 것 같아요. 지금도 누리고 있고요. 내가 이 정도로 값어치가 있는 사람인가에 대한 생각을 가끔씩 하거든요. 이 직업으로 얻어지는 것들, 물질적인 부분을 빼고 생각하더라도 조심하자는 게 첫 번째예요.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조심해서 일을 하면서 특별한 일 없이 지금 이대로 잘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다가 제 또 다른 얼굴을 찾아주는 누군가를 만났을 때 그 찰나의 희열을 느끼고 조금씩 변주해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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