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MVP와 40-40은 확실한데… 후반기 타율이 벤치 멤버 수준이라니, 트리플크라운은 ‘경보등’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의 각 구단 담당기자와 칼럼니스트 총 45인은 15일(한국시간) 양대 리그 최우수선수(MVP) 모의투표 결과를 발표했다. 내셔널리그 1위는 단연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였다. 지금까지 쌓인 성적으로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난해 막판 받은 팔꿈치 수술 여파로 올해는 타자에만 전념하는 오타니는 16일 현재 시즌 119경기에 나가 타율 0.294, 37홈런, 86타점, 35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94의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내셔널리그 홈런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고, 조만간 메이저리그 역사에서도 그 전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40홈런-40도루 고지에도 등정할 것으로 보인다. 홈런 페이스가 조금 더 힘을 내면 전무후무한 50-50 도전도 가능한 페이스다.
2021년 이후 타격에서 눈을 떴다는 평가를 받는 오타니다. 지금까지는 투·타 겸업을 했기에 재능이 양쪽으로 갈라지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투수를 하지 않는 올해, 오타니가 타격에만 전념하면 어떤 성적이 나올지에 큰 관심이 모였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팔꿈치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나섰을 정도로 수술 여파가 있었지만 오타니는 올해 리그 정상급 공격 생산력을 뽐내며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타니가 3~4년 뒤 투수를 포기한다고 해도 10년 총액 7억 달러의 가치를 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의 패널 45명 또한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45명 중 37명이 1위 표를 줬다. 몰표 수준이었다. MLB.com은 “2024년에 투구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오타니는 다저스에서의 첫 시즌 동안 반드시 봐야 할 매력이다. 홈런(35개)과 OPS(1.001개)에서 내셔널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 외에도, 오타니는 36번의 도루 시도에서 32개를 성공했다. 이 슈퍼스타 강타자는 40-40 클럽의 6번째 멤버가 될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4년 사이 세 번째 MVP를 수상할 준비가 된 오타니는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에서 모두 MVP를 받은 유일한 선수인 프랭크 로빈슨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MVP 레이스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2위인 케텔 마르테(애리조나)는 6장의 1위 표, 3위인 엘라 델라크루스(신시내티)는 2장의 1위 표를 받는 데 그쳤다. 오타니의 올해 가장 큰 MVP 걸림돌은 바로 전업 지명타자라는 것이다. 수비 공헌이 아예 없는 전업 지명타자는 지금까지 MVP에 이른 역사가 없다. 일단 오타니가 핸디캡을 지워낼 만한 성적을 쌓아가고 있는 가운데 40-40은 MVP의 확정적인 증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와 별개로 후반기 타격감이 좋지 않다는 건 오타니와 다저스에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전반기에 벌어둔 것이 워낙 많아 MVP 레이스는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그와 별개로 타격 타이틀을 장담할 수 있느냐는 이제 회의적인 시선도 늘어가고 있다.
오타니는 16일(한국시간) 미 위스콘신주 밀워키 아메리칸 패밀리 필드에서 열린 밀워키 브루어스와 경기에 선발 1번 지명타자로 출전했으나 5타수 1안타 1삼진을 기록했다. 안타를 기록하기는 했는데 전체적으로 경기력에 힘이 빠진 양상이 이어졌다. 다저스가 필승 카드로 여겼던 다니엘 허드슨의 붕괴 속에 4-6으로 역전패하면서 부진은 더 도드라졌다. 다저스의 연승도 끝났고, 여전히 샌디에이고·애리조나에 쫓기는 불안한 1위를 유지했다.
오타니는 4-3으로 앞선 6회 득점권 기회를 맞이하기도 했으나 여기서 해결을 못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패배가 꼭 오타니의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근 7경기에서 타율 0.167에 머물고 있다는 건 불안하다. 최근 15경기 타율도 0.159, 출루율도 0.229로 크게 처져 있다. 장타 생산은 여전하지만, 기본적으로 타율이 떨어지는데 공격 생산력이 잘 나올 수 없다.
실제 오타니는 전반기 94경기에서 타율 0.316, 출루율 0.400, 장타율 0.635, OPS 1.035를 기록했다. 그러나 후반기 25경기에서는 타율이 0.210까지 처져 있다. 출루율(.310)도 갓 3할을 넘기는 수준이다. 그런 와중에 장타율(.530)이 유지되고 있다는 건 고무적이지만, 앞으로 중요하고 큰 경기를 앞둔 다저스로서는 오타니의 타격감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타율·홈런·타점 동반 1위를 뜻하는 트리플크라운 전선에도 비상등이 들어왔다. 올해 이 대업의 유력한 주자였던 오타니지만 최근 부진 속에 경쟁자들의 추격 및 추월을 허용했다. 우선 타율은 3할 아래로 내려가면서 어느덧 6위까지 처졌다. 선두 루이스 아라에스(샌디에이고)는 0.307, 오타니는 0.295다. 차이가 꽤 벌어졌다.
홈런에서는 37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나 마르셀 오수나(애틀랜타·35개)의 추격이 거세다. 타점(86개)에서는 오수나(90개)에 추월을 허용했다. 오수나는 타율 0.298로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데 오히려 트리플크라운 가능성에서는 오타니와 거의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타니의 방망이가 영점을 다시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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