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은 엉덩이가 달라요”…한우 보러 전국 도는 이 남자, 하는 일이

박홍주 기자(hongju@mk.co.kr) 2024. 8. 1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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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 한우공판장 르포
자체 브랜드 ‘암소한우’ 상품
직접 눈으로 보고 현장서 매입
육향 풍부하고 마블링 섬세해
유통단계 줄여 매입원가 낮춰
지난 13일 오전 충북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한우 경매가 진행 중인 모습. [박홍주 기자]
“같은 한우 투플러스(1++) 등급이라고 해도 같은 고기가 아니에요. 직접 샅샅이 뜯어봐야 최상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고를 수 있죠.”

지난 13일 충청북도 음성의 농협 축산물공판장에서 만난 신세계백화점 축산 바이어는 “같은 등급이어도 지육(도축한 고기)의 전체적인 모양과, 부위별 마블링에 따라 적합도가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이같이 설명했다. 이 축산 바이어는 중간 도매상을 통할 때보다 직접 경매에 참여해 고를 때 최상품을 적정 가격대로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최상급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확보해 수익성을 높이고 유통 단계를 대폭 줄여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한우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1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자체브랜드(PB) 한우인 ‘신세계암소한우’를 위해 매달 40여마리 암소 한우를 직접 경매로 매입하고 있다. 경매에 참여해 한우를 매입하는 것은 백화점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최초다. 2021년 신세계는 직접 경매로 한우 308마리를 사들였는데 지난해에는 536마리로 대폭 늘렸다. 올해 상반기만 한우 315마리를 경매를 통해 매입했는데, 이는 그만큼 신선하고 저렴한 한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충북 음성 축산물공판장에서 신세계백화점 축산 담당 바이어가 한우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세계백화점]
실제로 신세계가 지난해 명절을 앞두고 경매를 통해 사들인 한우를 통해 올린 매출은 전년 대비 150~200% 늘었다. 한우 선물세트 중 직접 경매로 확보한 한우 비중도 2022년 3%에서 올해 초 17%까지 늘었다. 이번 추석에는 20%가 넘어설 전망이다.

이는 우수한 품질의 한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직접 경매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신세계가 한우 소고기를 사들이는 충북 음성의 축산물공판장은 전국 70여개 도축시설 가운데 한우 물량 18% 가량을 담당한다. 하루 평균 한우 약 800두를 판매한다. 전날 들어온 소와 돼지를 도축한 뒤 다음날이면 전국 각지의 식당과 정육점으로 배송된다.

지난 13일 오전 충북 음성축산물공판장에서 김휘 신세계백화점 축산 바이어가 한우 품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제공 = 신세계백화점]
실제로 경매가 이뤄지는 현장을 살펴보니까, 축산물품질평가사들이 소고기 등심의 마블링, 지방 두께, 연골의 골화 정도 등을 기준으로 등급을 매긴다. 전국에서 몰려든 바이어들이 등급과 무게 등 각종 정보를 참고해 경매에 뛰어든다. 참가자마다 미리 점찍어둔 한우 번호를 메모해두고 각자의 예산에 맞춰 신중하게 가격을 써내는 방식이다. 실제로 직접 경매에 참여하기 전부터 바이어들은 직접 수백마리의 한우를 직접 눈으로 보고 원하는 소고기가 나오면 빠르게 선점해 매입한다. 신세계는 1등급 암소 한우 가운데 연령이 60개월 이하인 것만 매입하는데 평균 5~10마리 가량 나온다고 한다. 이는 다른 바이어들도 앞다퉈 매입하려는 제품이기 때문에 직접 경매에 참여해야 낮은 가격에 살 수 있다. 김휘 신세계 신선식품팀 바이어는 “좋은 한우를 선점하려면 경매 단계부터 참여해야 한다”면서 “고품질 한우는 모양이 볼링핀처럼 중심부가 두툼하고, 우둔이 지방 없이 콩 모양으로 깔끔한데 이런 기준은 품질등급표만 보고서는 알 수 없고 경매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신세계는 한우의 VVIP를 위한 최고급 한우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는 지난해 1등급 한우로 만든 ‘신세계암소한우’를 처음 내놨는데 올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최고 등급인 ‘투플러스 더 프라임’ 라인까지 추가했다. 투플러스 등급 암소 한우는 전체 출하되는 한우 중 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경매가 아니면 최고급 상품을 구하기 어렵다. 특히 암소는 산차수(임신·출산 횟수)에 따라 품질 편차가 크다. 최상품의 경우 한 마리에 수억원에 달하는 일본 ‘마쓰자카 와규’는 36개월 안팎의 미경산 암소만을 대상으로 한다. 신세계도 이처럼 PB소고기 품질을 최고급으로 관리하기 위해 나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우리는 백화점 이외의 다른 판로도 갖고 있어서 경매받은 소고기의 등심이나 안심 이외의 기타 부위 등을 소화해낼 채널이 있어서 재고 걱정이 적은 편이라서 직접 경매에 참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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