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영업점장 대출 전결권, 금융사고·부당대출 불렀나

이경남, 강지수 2024. 8. 1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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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전체 여신 중 60% 지점 전결"…악용 빈번
전결권한 큰데 사후 심사도 부실…내부통제 '구멍'

최근 연이어 발생한 금융사고에 더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일부가 규정을 어기고 영업점장 전결로 처리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은행의 영업 행태 또한 바뀌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무 효율화와 고객 편의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했던 지점 전결 권한이 철저한 내부통제를 동반하지 않으면서 금융사고와 비위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이다. 

사태 키운 '지점 전결'

16일 각 은행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주요 은행에서 취급하고 있는 여신(대출) 중 60% 가량이 지점 전결로 처리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 한 관계자는 "지점 전결은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편"이라며 "각 은행마다 다를 수는 있겠으나 가계, 기업 여신 가리지 않고 전결권을 보유하고 있으며 비중은 60%가량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이 지점 전결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이유는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다. 여신 취급 규모가 워낙 많다보니 본부가 하나하나 관리하기 힘들고 의사결정 시간이 길어지면 고객 불편이 가중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은행 영업점 지점장은 "영업점장 등의 전결로 처리되는 업무를 모두 본부에 보고해야 하면 영업점의 업무가 크게 밀리면서 업무 효율이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이 때문에 지점 전결이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신 지점 차원에서 철저한 감독이 동반돼야 하는데, 이 부분이 허술하게 진행되면서 연이어 터지고 있는 금융사고의 발단이 됐다는 게 금융권은 물론 당국의 판단이다. '통제' 없는 권한부여…당국, 손볼까

은행들이 대출 사업을 영위하면서 활용하는 지점 전결은 은행에 따라 그 기준을 따로 정해 관리하고 있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전결 권한은 은행마다 다를뿐 아니라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의 규모, 관련 여신의 리스크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며 "이는 모두 영업상 대외비로 취급되기 때문에 은행끼리도 공유를 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은행마다 기준은 있지만 업계 전체에 통용되는 기준이 없다보니 영업경쟁 등을 위해 전결권이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최근 횡령, 배임 등과 같은 금융사고가 연이어 터진 가운데 영업점 내에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는 정황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라며 "내부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더라도 지점 차원에서 성과지표 달성 등을 이유로 결재를 종결시키고 본부에서도 이를 바탕으로 문제 없음으로 판단하니 감사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 역시 전결권한이 악용되는 것을 어느정도 인정한 모습이다. 최근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우리은행의 부당대출이 적발되자 우리은행이 지점 전결권한을 제한하는 후속조치에 나서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은행권에서는 이를 계기로 당국에서 전결권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지에 대해 주목한다. 금액, 담보여부, 리스크 평가, 차주의 대출 상황 등 고려 사항을 통일한 가이드라인을 내려보내 오남용되고 있는 전결권한을 정비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 경우 개별 은행의 영업에 과도한 규제로 작용할 수 있어 현실적으론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국에서도 전결권 자체에 대한 규제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다. 다만 내부통제 시스템 관리 차원에서 전결권한을 제대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점검 강화 등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전결권한)관련 제도나 규정 상 문제가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규정보다는 사람이 잘못한 것이고 이를 관리하지 못한 금융사의 잘못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결권 등이 악용 되는 등)규정을 안 지켰다는 것을 누군가는 확인해야 하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 내부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강지수 (jiso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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