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30에 울려 퍼진 김도영 무반주 응원가… ‘돈쭐’낸 팬들 자부심 먹고 뛴다, “과분한 사랑” 감격
[스포티비뉴스=고척, 김태우 기자] KIA는 올해 리그 선두를 질주하며 구름 관중을 모으고 있다. 유니폼 등 기념품을 파는 구단 스토어는 경기 전부터 입장을 대기하는 팬들로 인산인해다. 구단 상품 관련 매출이 크게 늘었다. “없어서 못 판다”는 행복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선수는 단연 김도영(21·KIA)이다. 올해 김도영의 연봉은 1억 원. 하지만 올해 구단 상품 판매로 선수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만 해도 그 연봉과 유사하거나 혹은 올해는 뛰어넘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 정도로 김도영 관련 상품은 불티나게 팔린다. 당장 올해 유니폼 마킹 순위 1위는 단연 김도영이다. 김도영에 대한 KIA 팬들의 사랑을 잘 느낄 수 있다. 말 그대로 ‘돈쭐’을 냈다.
스타가 될 만한 조건을 두루 갖췄다. 일단 야구를 잘한다. 고교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 소리를 들으며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다. 계약금만 4억 원을 받았다. 쭉쭉 성장하는 것 자체가 팬들에게는 큰 기쁨이다. 2022년 데뷔 시즌 적응기를 거쳐 지난해 폭발할 수 있다는 확신을 줬다. 그리고 부상 없이 뛰는 올 시즌은 그야말로 대단한 성적을 내고 있다.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가장 가까운 선수다.
김도영은 15일 현재 시즌 111경기에서 타율 0.347, 30홈런, 34도루, 149안타, 109득점, 출루율 0.419, 장타율 0.640, OPS(출루율+장타율) 1.059라는 환상적인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영점이 제대로 잡힌 천재가 어떤 성적을 낼 수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시즌 시작부터 시즌 막판으로 흘러가는 지금까지 그렇게 큰 슬럼프도 없었다. 고졸 3년 차 선수가 이런 성적을 낸 경우는 KBO리그 역사를 둘러봐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에 광주가 고향이고, 광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고, 팀의 1차 지명 선수라는 ‘로컬 보이’다. 같은 값이라면 팬들이 더 큰 애착을 가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런 김도영은 15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서 또 하나의 대기록으로 팬들에게 큰 선물을 했다. 김도영의 이 대기록을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열광했다.
김도영은 15일 고척돔에서 열린 키움과 경기에 선발 3번 3루수로 출전, 3-1로 앞선 5회 세 번째 타석에서 키움 선발 엔마누엘 데 헤수스를 상대로 중월 투런포를 치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김도영의 시즌 30번째 홈런이었다. 14일까지 이미 도루는 33개를 기록하고 있었던 김도영은 이 홈런으로 올 시즌 리그에서 첫 30홈런-30도루 클럽에 가입한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그냥 30-30이 아니었다. 굵직한 신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는 30-30이었다. 우선 타이거즈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세 번째 있는 대업이다. 1997년 이종범, 1999년 홍현우의 뒤를 이었다. KBO리그 역사에서는 국내 선수로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 이후 24년 만에, 국내·외국인 선수를 모두 포함하면 2015년 에릭 테임즈(당시 NC) 이후 9년 만의 대업 출현이기도 했다. 게다가 박재홍이 가지고 있던 최연소 30-30(만 20세 10개월 13일·종전 박재홍 만 22세 11개월 27일), 그리고 테임즈가 보유 중이던 최소 경기 30-30(111경기·종전 에릭 테임즈 112경기)까지 모두 경신하면서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웠다.
올해 이미 수많은 기록으로 팬심을 자극하는 김도영이다. 4월에는 KBO리그 역사상 첫 월간 10홈런-10도루 이상을 동시에 기록한 선수로 역사에 남았다. 리그에서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20-20을 달성했고, 내추럴 히트 포 더 사이클이라는 대기록에 이어 이번에는 30-30 고지까지 밟았다. 누적 성적은 물론 임팩트까지 강하니 김도영의 인기가 치솟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15일 고척스카이돔은 김도영을 향한 KIA 팬들의 성원과 대견함, 그리고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30-30을 달성하는 그 홈런 당시에 관중석의 데시벨은 절정을 이뤘다. 모두가 타구를 간절하게 바라봤고, 넘어가는 순간 각자의 방식으로 환호했다. 경기 후에도 3루 측의 KIA 팬들은 좀처럼 경기장을 떠나지 않았다. 방송 인터뷰에 임하는 김도영을 지켜보기 위해서다. 우선 대선배 양현종이 먼저 방송 인터뷰를 했고, 취재 기자단과 인터뷰를 마친 김도영이 그 뒤를 따랐다.
선수들은 김도영의 30-30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는 물론 각종 세리머니 도구(?)를 준비하며 기다렸다. 방송사 인터뷰에 김도영이 나서자 KIA 팬들은 큰 박수와 환호로 대기록을 축하했다. 비록 반주는 없었지만, 팬들이 직접 무반주로 김도영의 응원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팬들의 육성만이라서 그런지 더 잔잔하고 울림이 깊었다. 김도영은 팬들의 박수에 고개를 숙이며 감사함을 드러냈다. “30-30은 오늘만 기분을 내고 잊겠다”는 말을 한 김도영이지만, 이 팬들의 성원은 영원히 기억할 법했다.
김도영은 팬들의 성원에 감사함을 드러냈다. 김도영은 “진짜 되게 행복하다. 말도 안 되게 올해 진짜 사랑을 받고 있다. 항상 진짜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 팬분들한테 너무 감사하고 많이 느낀다”면서 “그래서 내가 열심히 하는 것도 있는 것 같다. 열심히 하고 잘하려고 생각하고 그런 것도 이제 팬분들께 잘 보이기 위해서 하는 것 같다. 올해만큼은 너무 행복하고 하루하루 진짜 행복하게 야구 하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팬들만 대견함을 느끼는 건 아니다. 김도영을 신인 시절부터 봤던 이범호 KIA 감독, 그리고 고교·프로 선배인 양현종 또한 김도영을 대견하게 바라봤다. 이 감독은 경기 후 “1대1 동점 상황에서 김태군의 결승 투런 홈런으로 분위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고, 김도영의 달아나는 투런 홈런이 터지면서 확실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면서 “김도영의 최연소, 최소경기 30홈런 30도루 달성을 축하하며. 남은 기간 새로운 도전을 기대한다”고 진심으로 축하했다.
올해 유독 자신이 등판할 때마다 김도영이 대기록을 쓰는 것을 본 양현종도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올해 김도영은 월간 10-10,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모두 양현종 등판일에 기록했다. 양현종과 김도영은 광주동성고 선·후배 사이다. 김도영은 “올해 내 모든 기록이 현종 선배님 경기 때 나왔다고 말씀해 주셨다. 10-10은 알고 있었는데 사이클링도 다 자기 경기 때 나왔다 하시더라”면서 “동성고 교가를 불렀다”고 웃어보였다.
양현종은 “너무 좋은 학교를 나왔다. 미래가 너무 창창하다”면서 “이제는 동성고 학교를 한 번 놀러 가면 나를 모르더라. 도영이 밖에 몰라서 서운한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 워낙 잘하고 있고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기분 좋은 것 같다. 나도 좋은 학교를 나왔기 때문에 (교가를) 같이 불렀다”고 농담을 던졌다. 양현종의 얼굴과 어투에도 평소와 다른 들뜸이 있었다. 그만큼 후배의 업적이 자랑스러운 듯했다.
이제 김도영은 다음 목표를 향한다. 이제는 개인 목표에는 그렇게 큰 의미가 없다는 김도영이다. 김도영은 자연스럽게 제시되는 40홈런-40도루에 대해 “40-40은 전혀 생각도 안 하고 있다. 40도루도 솔직히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한다”고 잘라 말했다. 40-40은 KBO리그 역사상 2015년 에릭 테임즈만이 달성한,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홈런 페이스만 더 끌어올리면 가능한 수치인데 김도영은 너무 먼 목표라고 생각한다. 그 목표에 집착하기보다는 오히려 팀 성적을 위해 보탬이 되겠다는 각오다.
김도영은 당장 16일부터 잠실구장에서 있을 LG와 주말 3연전에 집중한다. 현재 1위 KIA와 2위 LG의 경기차는 4경기다. 여기서 위닝시리즈만 기록해도 남은 맞대결에 세 번 사라지는 상황에서 경기차가 5경기로 벌어진다. 정규시즌 우승을 향한 확실한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
김도영도 “오늘 하루만큼은 되게 잘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런데 앞으로 중요한 경기들이 남았으니까 또 오늘만 좋아하고 내일부터는 또 팀이 이길 수 있게 생각을 또 하고 경기를 준비할 것 같다”면서 LG와 3연전에 대해 “꽤 중요한 경기이기 때문에 한 타석 한 타석 조금 더 신중하게 타석에 들어가야 될 것 같다. 많이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가야 될 것 같아서 재밌기도 할 것 같고 조금 긴장도 된다. 지금까지는 되게 재밌을 것 같다” 각오를 다졌다. 그런 김도영의 모습을 보며 팬들은 오늘도 구단 스토어를 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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