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논쟁' 김진태, '통합·포용' 도정 다짐 퇴색

강원CBS 박정민 기자 2024. 8. 1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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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023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지지, 야권-시민단체 반발
8월 15일 79주년 광복절 경축식 '1948년 건국' 강조, 경축식 파행
2022년 국민의힘 강원지사 후보 공천 확정 직후 "통합, 포용의 시대" 강조
15일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 행사에서 김진태 강원지사가 경축사를 하고 있다. 강원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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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번에 '조계종' '5.18'에 대해 사과하고 했는데요. 그런 것은 사과하라고 시키니까 억지로 한 것이 아닙니다. 제가 아무리 다급해도 전혀 아닌 것을 그렇게 하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사과를 한 것은 '이제 나도 변해야 되겠다' '그동안 제가 소신이고 맞는 말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을 수가 있겠구나' 하는 것을 분명히 느꼈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강원도지사 후보 공천에서 배제됐다 단식 투쟁 이후 성사된 경선을 거쳐 본선 진출을 확정한 당시 김진태 후보. 강원CBS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념을 넘어 '통합, 포용'의 도정을 펼치겠다는 다짐을 시작으로 강원도지사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당선 직후에도 '보수의 아이콘'에서 '포용의 아이콘'으로 변모하겠다는 각오를 여러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재차 다짐했다.

하지만 행정가로 변신한 뒤에도 다짐은 오래 가지 않았다. 지난해 9월에는 만주 대한독립군을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육군사관학교 흉상 이전 논란에 가세해 이전 지지 입장을 밝혔다.

김 지사는 개인 SNS를 통해 "홍범도 장군 동상은 철거하는 게 맞다. 자유시(自由市) 참변을 아는가? 1921년 소련 적군(赤軍)에 의해 우리 독립군 수백 수천 명이 몰살당한 끔찍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우리 무장독립군은 사실상 궤멸됐다"고 강조했다.

"사료에 의해 홍범도 장군이 이 사건에서 소련편에 가담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는 이 사건 이후 레닌으로부터 권총을 하사받고 평생 차고다녔다고 한다. 그럼 우리 독립군을 살육했다는 사람을 다른 데도 아닌 육사에 모셔놓고 생도들에게 뭘 배우라는 것인가? 천보만보를 양보해도 동지를 학살한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다"라고 주장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1962년 건국훈장을 추서한 사안과 관련해서도 "그땐 자료가 미흡하고 몰라서 그랬을 수 있지만 지금은 다르다. 새로 드러난 사실을 알고도 홍범도 동상에 굳이 예를 표하고 싶다면 그대들의 조국은 어디인가"라고 반문했다.

야권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김진태 지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주장은 국군과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반역사적·반헌법적 망언"이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강원도당도 "일본과 열강에 괴롭힘당했던 독립운동가들이 이제는 후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방부, 김진태 지사는 역사적 몰이해와 편협한 이념 갈라치기 중단하고 역사 인식을 바로 하라"고 촉구했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150만 특별자치도 수장이 스스로 도민과 국민의 갈등과 분열의 최선두에서 서서 꼭 '관종'이 돼야 하는지, 이를 통해 도대체 150만 강원도민이 얻는 이익은 무엇인지 따져 묻고 싶다. 강원도민과 강원특별자치를 위해서도 자중하고 성찰하라"고 지적했다.

14일 오전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열린 광복 79주년 및 홍범도 장군 귀환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시민들이 홍범도 장군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강원도 광복절 경축 행사에서는 광복회원들이 김진태 지사의 '1948년 건국' 관련 발언에 항의하며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강원도는 이날 강원대 백령아트센터에서 김 지사, 각급 기관장, 애국지사 유족 및 광복회원 등 1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열었다.

김문덕 광복회 도지부장은 "그동안 건국절 제정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전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며 "우리나라가 1948년에 건국했다면 이는 반헌법적이고 일제의 강점을 합법화시키려는 핑계"라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했다.

김진태 지사는 경축사를 통해 이를 정면 반박했다.

"어떤 분들은 3.1 독립선언과 임시정부 수립이 이뤄진 1919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됐다고 주장하지만, 당시에는 국민으로부터 부여된 통치권이 없었고, 주권이 미치는 영토도 없었다"며 "만약 1919년에 건국이 됐다면 나라가 이미 있기 때문에 독립운동도 필요 없고 광복 자체도 부정하는 자기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궤변으로 1948년 건국을 극구 부인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는 자학적 역사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김문덕 지부장은 "말을 그런 식으로 하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후 광복회원들과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퇴장해 행사가 파행을 빚었다.

제79주년 8·15 광복절인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내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광복회 주최 광복절 기념식이 열리고 있다. 광복회 등 독립운동단체는 김형석 신임 독립기념관장 임명이 '친일 뉴라이트 인사'라면서 정부가 주최하는 광복절 경축식 불참을 선언한 바 있다. 연합뉴스


야권과 시민단체는 김 지사의 발언이 강원도민을 분열로 내몰고 있다고 성토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은 "김진태 지사의 주장은 1919년 3.1독립선언에 이어 대한민국을 건국한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와 상해임시정부의 법통을 규정한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해임시정부는 1919년 9월11일 국토와 국민에 관한 규정과 3권 분립의 주권행사 체제를 담은 임시헌법을 반포했다. 요즘의 기준으로 국가의 3요소를 갖추지 못해서 1919년에 건국한 대한민국은 국가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주장은 실증사학을 내세워 식민사관을 세운 것과 다를 바 없는 변종 식민사관"이라고 주장했다.

강원평화경제연구소는 "김진태 도지사가 8.15 경축사에서는 일본 제국주의 맞서 독립과 해방을 위해 몸 바친 독립 열사에 대한 선양과 의미를 되새기기보다는 건국절 주장으로 또 다시 도민 자존심에 깊은 생채기를 내고 말았다"고 평가했다.

"도민과 민족의 통합에는 사사건건 분열과 대립으로 목청만 내세우는 이런 '특별도지사'를 어느 강원도민이 마음으로 인정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래서 이제는 저도 바뀌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이게 국회의원을 뽑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국회의원은 아직도 이념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것을 부인하지 못합니다. 분명히 현실에 있는 것을 "보수 안 할래요, 중도 할래요, 진보 할래요" 그렇게는 못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강원도지사를 뽑는 선거에 뛰어든 겁니다. 행정가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보다는 통합의 시대, 포용의 시대로 강원도를 어떻게 하면 잘 살게 하는지 이것만 생각하기 때문에, 저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4월 27일, 강원CBS 시사프로그램 '서정암의 시사줌人' 김진태 후보 인터뷰 내용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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