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 이혜리 "데뷔 14년 차요? 운이 좋았죠"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이예주 기자] 배우 이혜리가 특유의 '긍정 파워'를 관객에게 또 한번 전한다.
15일 마이데일리는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이혜리는 만나 영화 '빅토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의 연예계 생활을 함께 톺아봤다.
'빅토리'는 1999년 세기말, 거제의 댄스 콤비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치어리딩 동아리를 만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이혜리가 맡은 필선은 댄서가 꿈인 '춤생춤사' 고등학생.
이혜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응답하라 1988' 이후로 오랜만에 고등학생 역할에 다시 도전하게 됐다. 이날 고등학생 역할에 대한 부담은 없었냐는 질문에 이혜리는 "촬영을 하다 보니 문득 '어? 생각해보니 나 교복 입은 적이 없네?'라는 생각이 들더라. 교복을 입고 무언가 작품을 찍는 게 굉장히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컸다. 어쨌든 내가 고등학생 나이가 아니니까 학생처럼 보일까에 대한 걱정이 컸다. 아니다, 조금 있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 5일 열렸던 '빅토리' 시사회 도중 취재진의 칭찬에 눈물을 흘리기도 한 이혜리. 그는 "너무 창피했다"며 웃더니 "내가 긴장을 잘 안 하는 편인데 긴장을 했던 것 같다. 열심히 찍었던 작품을 처음 공개하는 자리니까 어떻게 보셨을지 너무 떨렸다. 그런데 첫 번째 질문이 너무너무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가 이 영화를 하면서 말하고자 했던 것들을 딱 들으니까, 갑자기 내 마음을 알아준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F' 모먼트가 발산했다. 울컥하더라. 그래서 그 당시에는 뭔가 감격하기도 했다. 사실 내 작품을 보면서 울어본 것이 처음이었다. 그런 만큼 '내가 받은 이 마음을 같이 느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제일 크다"고 전했다.
작품 배경이 거제였기에, 사투리 연기에 도전해야 했던 이혜리. 다만 그는 수도권에서 자라온 터라 어려움도 많았으리라 예상했다.
이혜리는 "이건 약간 비하인드인데, 감독님이 처음에 날 꼬시는 말로 '걱정하지마. 필선이 빼고 8명 다 사투리를 하는 배우로 캐스팅 할거야. 주변에 사투리 하는 사람들과 있으면 괜찮을거야'라고 하셨다. 그런데 사투리를 하는 분이 두 분 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오히려 다행이었던 건, 세완이와 순정(배우 백하이) 빼고 여섯 명이어서 외롭지 않더라. 수업을 받으면서 나의 어려운 점을 아무도 몰라줬다면 외로웠을텐데, 외로운 친구 다섯명이 더 있었으니까 우리끼리 으쌰으쌰하면서 열심히 했다"고 밝혔다.
또 이혜리는 "사실 난 사투리를 대사밖에 할 줄 모른다. 주변에서 '이제 그 정도 연습했으면 사투리 잘 할 수 있지 않아?'라고 하시는데 아니다. 연습한다고 되는 게 아니더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이어 "주변에 계신 경상도 출신 분들께 계속 컨펌받고 고쳐나가면서 100% 완벽하진 않겠지만 조금 덜 거슬리셨으면 좋겠다, 정말 헷갈리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했다"며 웃었다.
그룹 걸스데이로 데뷔해 배우로 전향한 만큼, 연기하며 춤에 대한 열정이 가득한 필선의 마음에 공감하지 않았을까. 이혜리는 "어느정도 맞닿아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어 "필선이가 처음에는 불순한 의도로 치어리딩에 접근하지만, 첫 쇼를 하는 순간 뭔가를 느꼈다고 생각한다. 정자에서 필선이가 '사람들 눈을 보니까 빛이 나더라'는 말을 하는데, 그 쇼를 하고 나서 '어? 우리로 인해서 사람들이 좀 더 응원을 받은 것 같고 나마저 기분이 좋아지네?'라는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하는 것들이 굉장히 의미있게 느껴지는. 그런 경험을 했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혜리는 "사실 나도 굉장히 빨리 데뷔를 했고 연습생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나의 데뷔 때를 생각하면 나 역시도 외향적인 편이어서 연예인을 하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나를 사랑해주시는 팬분들이 생기더라. 그분들은 내가 해드린 것도 없는데 늘 나를 응원해주시고 너무 지지해준다. 그런 마음들이 필선이의 마음과 닮지 않았을까"라고 털어놨다.
그의 말처럼, 인터뷰 말미 '연예인' 이혜리로서의 장점이 확연하게 돋보였다. 이혜리는 '연예인 성격을 타고났다'는 말에 "최근에 새롭게 일하게 된 회사 분들이 똑같이 말씀하시더라. 비결은…"이라며 곰곰히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좋게 말하면 나의 책임감일 수도 있겠고 나쁘게 말하면 내 고집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연예인이라면 이렇게 해야지.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이 있다. 이렇게 사랑을 받고 또래 친구들보다 어쨌든 경제적으로 많이 벌고. '그만큼 벌면 당연히 힘들지'라는 생각이 있으니 그런 부분에서는 그랬던 것 같다"고 전했다.
어느덧 데뷔 14년차에 접어든 이혜리. 그에게 자화자찬의 시간을 주었더니 "운이 좋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정말 진심이다"라며 "좋은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도 운이 좋은 일이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운이 좋은 일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열심히 살다보니 약 14년이 흐른 것 같다. 내가 무언가를 이뤘다거나 잘했다기보단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크다. 같이 일하는 분들도 너무 잘 만났고, 내가 힘들다고 투정부릴 때마다 옆에서 '넌 너무 잘 하고 있어'라고 다독여주는 친구들도 많았다. 그래서 늘 감사하다"며 미소지었다.
그러면서, '빅토리'의 자랑을 빼놓지 않았다.
"예전부터 '기억 조작 영화'를 하고 싶었다. 청량하고 청춘이 생각나는, 여고시절의 친구들이 우르르 나와서 기분 좋게 해드리는 작품. 그래서 이 작품이 내 필모그래피에 있으면 너무 영광스러울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아지고 싶으신 분들은 이 영화를 고르지 않을까 싶다. 날씨도 후덥지근한데, 시원한 극장에서 팝콘을 드시면서 웃다가 눈물도 짓다가 '아 나도 저랬던 시절이 있었는데'라는 추억도 느끼다가 나가실 땐 응원을 받았단 기분도 드실 거다. 그렇기에 꼭 추천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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