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뉴욕 광복절 경축식, '따로 개최' 피했으나 역사관 놓고 충돌
정다은 기자 2024. 8. 16. 07:39
▲ 광복절 축사하는 김의환 주뉴욕 총영사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선을 둘러싼 갈등으로 국내에서 광복절 경축 행사가 정부 주최와, 광복회 주최로 각각 열린 가운데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선 한인회 주최로 교민들이 한 곳에서 광복절 경축식을 가졌으나 역사관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분열과 대립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뉴욕한인회는 이날 오전 맨해튼 뉴욕한인회관에서 주뉴욕총영사관, 광복회 뉴욕지회,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공동 주최로 제79주년 광복절 경축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뉴욕 주재 한인단체와 지역 정치인, 교민 등 150여명이 행사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진행됐습니다.
유진희 광복회 뉴욕지회 회장은 이날 행사에서 "그동안 건국절 제정 시도는 여러 번 있었으나 그때마다 전 국민의 저항에 부딪혀 실패했다"라며 "우리나라가 1948년에 건국됐다면 이는 반헌법적이고 일제의 강점을 합법화시키려는 흉계"라는 이종찬 광복회장의 기념사를 대독했습니다.
그는 "지난 시절 여러 차례 시도했던 건국절 제정 운동은 독립운동 세력을 약화·분열시키고 민족혼을 빼는 이적 행위나 다름 없다"며 "이런 악행을 저지른 자는 일제 시대의 밀정과 같은 존재로서 용서할 수 없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독립운동사 연구와 교육을 강화해 일제 지배를 정당화하는 신종 친일 사관을 배격해야 한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뒤이어 경축사를 하러 단상에 올라선 김의환 주뉴욕 총영사는 "말 같지도 않은 기념사를 들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해 좌중을 술렁이게 했습니다.
김 총영사는 이어진 경축사에서 "광복, 대한민국 건국, 그리고 오늘날 한국이 이룩한 것은 기적 중의 기적"이라며 "광복절을 통해 우리가 진정으로 힘을 쏟아야 할 것은 왜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가 됐을까 하는 것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세계의 기적으로 인정받는 대한민국의 번영을 지켜나가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것은 미국이 선사한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어서 대한민국을 파괴하려고 광분하고 있는 북한 공산 세력과 대한민국 내부의 종북 좌파 세력들을 분쇄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김 총영사의 발언 도중 청중석 한쪽에선 "옳소"라고 호응하는 반응이 나왔고, 다른 한쪽에선 "말이 너무 심하다", "공무원이면 예의를 지켜라"라는 등의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날 경축식을 지켜보던 한 인사는 "한국에서 광복절을 맞아 편을 갈라 서로 싸우는 와중에 고국에서 멀리 떨어진 동포사회도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여 마음이 좋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정다은 기자 d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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