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깍째깍' 티메프 1조원 폭탄 돌리기…또 금융권으로?
소비자 판매액, PG·카드사에 '고통분담' 압박
결국 또다시 은행에 '구원투수' 주문하나
정부가 티몬 및 위메프 판매자와 소비자 피해 구제에 방점을 찍어달라 요청한 가운데, 당장 '돈'을 댈 수 있는 금융권이 피해를 덮어쓰게 생겼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 입장에서는 일단 금융권이 판매자와 소비자를 구제한 후 티몬과 위메프에 구상권을 청구하라는 입장이지만, 티몬과 위메프가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면서 금융권의 시름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의 미정산 대금과 환불 규모는 약 1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가 이를 지급할 능력을 상실한 상황이어서 사실상 '1조' 폭탄돌리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티몬·위메프, 자구계획 내놓기는 했는데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13일 티몬과 위메프가 신청한 기업회생방안에 대한 첫 협의회 진행을 마쳤다. 지난달 29일 티몬과 위메프가 사실성 '정상영업'하기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기업회생을 요청하면서다.
기업회생을 신청하면 '결론'이 나기까지 해당 기업에 대한 채무와 채권이 모두 동결된다. 판매자들이 받을 미정산금도 '채권'으로 분류된다. 다시말해 일단은 '돈'을 갚을 시간을 벌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그간 기업회생 돌입을 결정한 기업들과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티몬과 위메프로 인한 피해자가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인데다가 그 수 역시 만만치 않아서다. 기업회생으로 인해 돈을 묶어둔다고 하더라도 이들의 연쇄 부도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티몬과 위메프 역시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회생법원에 내놓은 기업정상화 방안에 소액 채권자 들에 대한 우선 변제 계획안을 내놓기는 했다. 소액 판매자에게 200만원씩 배상하겠다는 계획인데, 언 발에 오줌누기라는 평가다.
한 판매자는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판매자가 약 10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이 중 전체도 아니고 소액 채권자에게만 200만원을 우선 변제하겠다는 것은 총 미정산 금액의 10%나 될지 모르겠다"라며 "게다가 판매자들이 200만원을 받는다고 당장 자금흐름이 나아지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기업정상화 방안을 내놓기는 했지만 이를 바탕으로 상황이 정리되는 데도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기업회생 신청 후에 채권자들과 협의, 계획 실행까지 길게는 1년 이상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판매자는 "일단 현재 정부에서 내놓은 방안은 대부분 대출을 받는 것인데 내지 않아도 될 이자만 내게 생겼다"라며 "기존에도 대출을 보유하고 있던 판매자들이 많기 때문에 나가는 고정비용 상승은 피할 수 없고 결국 피해가 누적되는 꼴"이라고 말했다.
'돈' 있는 금융권, 구원투수냐 책임전가냐
이같은 상황에서 티몬과 위메프 그리고 소비자간 오간 '돈'의 연결고리였던 카드사, PG사 등 금융권이 일단 소비자들에 대한 환불금을 사실상 대납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고통분담을 하자는 얘기인데, 탄탄한 수익구조를 이어온 만큼 여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후 티몬과 위메프에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보증보험을 통해 보전하라는 것이다.
지난 8일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티메프 사태를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해 티메프로부터 매월 150억원 이상의 (수수료)수익을 얻은 신용카드사가 피해 복구에 동참해야 한다"라며 "수익에 비례해서 책임도 공동으로 나누는 것이 상식이니 티메프 보상에 카드사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현재는 일부 환불건에 대해 카드사와 PG사가 환불접수를 받아 일부 환불을 해주고는 있지만 이 환불대금을 받아야 하는 티몬과 위메프가 지급능력을 상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카드사와 PG사는 이를 당장 손실로 반영할 수밖에 없는데, 이를 고스란히 떠안으라는 의미라고 업계는 토로했다.
한 PG사 관계자는 "1차적으로 환불로 인한 피해는 모두 PG사가 떠안게 되는 구조인데 PG사는 이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게다가 이를 전부 PG사가 부담하면 다른 거래처에 납부할 자금이 부족해져 오히려 다른 기업이나 업계로 위기가 전이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온전히 PG사에 부담을 전가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소비자와 E커머스 기업 간 자금 흐름에 속해 있는 업권 중 가장 큰 업권이 카드사여서 사실상 카드사에 손실을 부담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이라며 "일단 고객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온전히 금융권에게만 고통분담을 요구하니 이를 모두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정산금의 경우 티메프 사태에서는 한 발 물러서 있는 은행들에 압박을 이어갈 태세다. 소상공인 지원이 현재 금융당국이 은행에 요구하는 핵심 사안인 만큼 이번 티메프 사태에서도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직접적으로 티메프 사태를 겨냥해 판매자들에게 대출지원을 해달라는 이야기는 없다"라며 "다만 티메프가 미정산금의 추가 만기가 도래하고 이로 인한 피해가 많아진다면 소상공인 지원 명목 등으로 은행에 역할이 요구될 수 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상생금융 등은 은행이 나설 명분은 있었지만 티메프 사태는 상황이 다르다"며 "단지 금융권에서 은행이 가장 많은 수익을 내고 있고 이 수익 중 이자수익이 많다고해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긴 어렵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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