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수 펑크’에 국가채무 ‘질’도 악화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이도형 2024. 8. 16.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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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해 56조4000억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재원을 당초 계획보다 더 많이 끌어다 쓰면서 국가채무의 질이 악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응자산이 있어 양호한 국가채무로 분류되는 ‘금융성 채무’인 외평기금의 자금이 기금 간 ‘은행’ 역할을 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공자기금)을 거쳐 일반회계 예산으로 위탁되면서 악성인 ‘적자성 채무’로 전환된 탓이다. 세계일보는 16일자 지면에서 이러한 소식을 전했다.  저축은행업권의 여신 잔액이 감소세를 지속하면서 2개월 연속 100조원을 밑돌았다는 소식도 전했다. 

◆지난해 정부 총수입 결산액 573.9조원…예산대비 51.8조원 적어 

15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발표한 ‘2023회계연도 결산 총괄 분석’을 살펴보면 지난해 정부 총수입 결산액은 573조9000억원으로 예산 대비 51조8000억원 적었다. 이는 국세수입이 344조1000억원에 그쳐 예산(400조5000억원)보다 56조4000억원 적게 걷힌 여파로 분석된다.

예정처에 따르면 이처럼 예상치 못한 대규모 세수 결손에 정부는 대체 재원을 확보해 수입을 늘리거나 당초 계획 대비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먼저 외평기금을 적극 활용해 일반회계에서 쓸 수 있는 수입을 늘렸다.

일반회계는 특별회계, 기금과 함께 총수입을 구성하는데, 정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외평기금은 국고채를 발행하는 공자기금으로부터 원화를 조달하고, 외국환평형채권을 자체 발행해 조달한 외화를 바탕으로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진=연합뉴스
외평기금은 이렇게 공자기금으로부터 받은 원금과 이에 따른 이자분을 해마다 일정 비율로 상환한다. 정부는 지난해 외평기금의 상환액을 64조2000억원으로 책정했는데, 당초 계획한 49조8000억원 대비 14조4000억원 늘렸다. 더불어 공자기금이 외평기금에 제공하는 예탁액은 당초 계획보다 5조5000억원을 줄였다. 결과적으로 공자기금 재원을 19조9000억원 늘린 셈이다. 정부는 이렇게 확보한 공자기금 재원 중 9조6000억원을 국가채무를 줄이는 데 쓰지 않고 일반회계에 위탁했고, 그 결과 금융성 채무 9조6000억원이 적자성 채무로 전환됐다고 예정처는 지적했다. 

적자성 채무는 대응자산이 없어 국민 세금으로 상환해야 하는 만큼 악성 국가채무로 분류된다. 반면 금융성 채무는 외환 등 대응자산이 있어 재정 부담이 낮다.

우리나라 국가채무를 살펴보면 금융성 채무와 비교해 적자성 채무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적자성 채무(결산 기준)는 2018년 379조2000억원에서 2022년 676조4000억원으로 300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금융성 채무는 같은 기간 301조3000억원에서 391조3000억원으로 90조원 정도만 증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지난해 적자성 채무를 또다시 늘리면서 726조4000억원까지 확대됐다. 대규모 세수 펑크로 국가채무의 질까지 악화된 셈이다.

예정처는 “외평기금의 조기 상환분이 일반회계 적자 보전을 위해 사용되는 과정에서 국가채무의 질이 악화됐다”며 “올해에도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에 예수 원금 45조3000억원을 조기 상환할 계획인데, (정부가) 이 중 상당 부분을 국가채무를 갚는데 사용하지 않고 일반회계에 예탁할 것으로 보여 금융성 채무에서 적자성 채무로 전환되는 금액이 2023년보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우려했다.

외평기금을 헐어 세수 부족에 대응한 만큼 국가 정책의 신인도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상적인 외환정책에 따라 외평기금이 돈을 갚은 게 아니라 세수 부족 탓에 상환한 것이라고 시장이 예측한다는 점이 문제”라며 “앞으로 한국의 외환정책은 세수 부족 탓에 달라질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시그널(신호)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세수 결손에 따라 써야 할 지출을 줄인 데 따른 부작용도 상당할 것으로 우려된다. 작년 정부는 일반회계 재원이 감소하자 공자기금에 갚아야 할 상환액(예수 이자)을 당초 14조5000억원에서 5조9000억원으로 줄여 8조6000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일반회계는 주로 국세수입 등을 통해 필요한 재원을 충당하는데, 부족한 부분은 공자기금의 국고채 발행을 통해 확보한 뒤 추후 상환한다. 예정처는 금리 차이 등을 감안하면 실제 불용액은 7조8000억원 정도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 미지급분에 가산이자가 붙어 재정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이다.

예정처는 “미지급분에 대한 연체 기간을 1년으로만 산정하더라도 예수이자 미지급액과 가산이자를 합한 금액은 8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며 “세수 결손에 대응해 단기적으로 일반회계의 지출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일반회계의 공자기금 예수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향후 더욱 큰 재정 부담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저축은행 여신잔액 100조원 ↓

15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98조66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9449억원(1.95%) 줄었다. 이로써 저축은행 여신 잔액은 작년 1월 말(115조원60003억원) 이후 17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특히 지난 5월 말 99조9515억원으로 내려앉으면서 2021년 11월 말 이후 2년6개월 만에 100조원 밑으로 떨어진 바 있다.

수신 잔액도 감소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6월 말 저축은행 수신 잔액은 100조8861억원으로 전월 대비 1조324억원(1.02%) 줄었다. 이는 2021년 11월 말(98조6843억원)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그간 재정 건전성 악화에 사실상 신규 대출을 제한했던 저축은행업계는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에 수신(예·적금) 금리를 올리는 등 자금 유치에 적극적이다.

전날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공시된 저축은행 정기예금(만기 12개월)의 평균 금리는 연 3.65%로 집계됐다. 같은 날 전국은행연합회 포털에 고시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금리는 3.35∼3.4%로, 저축은행보다 0.25∼0.3%포인트 낮다.

특히 최근 SBI·상상인·애큐온저축은행 등이 수신 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한 바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아울러 금리 인하 기대가 커진 데 따라 가계대출 신규 취급분도 늘리고 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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