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리포트] 일과 쾌락, 권력 남용 ‘인더스트리’
“당신은 해고야, 하퍼!” 충격적 엔딩으로 두 번째 시즌을 끝냈던 HBO 시리즈 ‘인더스트리’가 2년 만에 돌아왔다. 영국 런던의 투자은행 피어포인트 앤 컴퍼니를 배경으로 치열한 금융 세계에서 생존 방식을 터득해가던 Z세대가 이젠 업계 괴물들을 상대한다. 숨 막히는 배신, 끔찍한 선택, 하루 20시간을 함께 하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자멸의 나날을 보냈지만 이제 칼날을 간다.
‘인더스트리’의 크리에이터인 미키 다운 작가는 “젊은이들의 은행 입사기를 드라마화하고 싶었다. 다른 제목을 떠올릴 수 없어 ‘인더스트리’라고 불렀는데 실제로 우리가 토론하고 탐구하기 쉬운 보편적 주제가 되었다. 그런데 시즌3을 시작하며 시야가 매우 협소했다는 자각이 들었다. 사회 초년생들만 보이는 주관적 세상에서 벗어나 은행의 상층부를 들여다보도록 그들의 세계를 확장시켜야했다”고 밝혔다.
시즌3은 스페인 마요르카 해안에서 요트 파티를 즐기는 야스민(마리사 아벨라)의 호화로운 사생활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6주 후 그녀는 파파라치의 표적이자 은행의 골칫거리인 ‘횡령 상속녀’가 된다. 시즌2에서 하퍼를 해고한 에릭(켄 룽)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야스민을 다음 타겟으로 삼는다. 어소시에이트로 승진한 로버트(해리 로티)는 친환경 기술 에너지 회사 ‘루미’의 기업공개(IPO)가 재앙으로 끝나면서 불안정해진 헨리 머크 경(키트 해링턴)을 돌보는 임무를 맡는다. 그리고 피어포인트에서 쫓겨난 하퍼(마이할라)는 그녀를 신뢰하던 포트폴리오 매니저 페트라 키닉(새라 골드버그) 밑에서 헤지펀드 어시스턴트로 일하며 재기를 꿈꾼다.
지난 5일 버추얼 기자 간담회에서 미키 다운 작가는 “이런 상황에 처할 거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이 ‘인더스트리’의 매력”이라고 자신했다. 금융 세계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좋아한다는 그는 “일종의 하향식 시각에서 바라보는데 그 안에서 조금 더 소외된 사람들보다는 대부분 커리어의 정점에 있는 부유층 백인들을 들여다본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모든 인종을 다 끌어모은 금융 드라마이기에 이방인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겠지만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국 투자은행은 이런 엄격한 시스템 속에서도 다양한 인종이 섞여 있다. 미국 투자은행에는 거래 현장에 더 많은 다양성이 존재하며 그 다양성은 분명 잘 작동하지만, 충돌도 많이 발생한다. 일종의 피카레스크 소설(주인공이 악인인 작품) 같은 시리즈”라고 덧붙였다.
투자은행은 전통적으로 남성이 지배적인 직장이지만 드라마 ‘인더스트리’의 주인공은 하퍼와 야스민, 전혀 다른 배경을 가진 두 여성이다. 이 은행이 아니었다면 결코 함께할 수 없는 둘 사이의 복잡한 관계가 흥미진진하다. 미키 다운 작가는 “직장 드라마의 아름다움이 바로 이런 거다. 투자은행에서 일하는 이들은 대체로 하루 20시간을 함께 보낸다. 함께 시간을 보내기로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 공통점이라고는 하루 20시간 같은 카펫 위를 걷는다는 것뿐인 사람들과 관계가 매우 중요해진다.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묶는 것이 ‘인더스트리’의 시작이자 탄생이었다”고 강조했다.
야스민을 연기한 마리사 아벨라는 “이번 시즌에서 야스민의 개인적인 삶은 은행에서 벗어나 외부의 삶과 호흡을 같이 한다. 부유한 가정환경을 가졌기 때문이다. 시즌3에서 부의 역설은 야스민에게 큰 부담이 된다. 그 경험에 대한 지식과 부유함이 여전히 이 상황에서 은행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내는 것은 확실히 어려웠다”고 말했다. 하퍼 역의 마이할라는 “이 드라마로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이 변한 건 아니다. 하지만 단지 살아있다는 이유만으로 미워하고 타이핑이나 하는 사원쯤으로 여겼던 진흙탕 속 백인 남자들의 입장도 공감할 수 있 됐다. 금융계에도 저와 비슷한 외모, 목소리를 가진 저 같은 배경의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맥스(MAX)에서 볼 수 있는 HBO시리즈 ‘인더스트리’는 성별 역학관계, 트레이딩 플로어에서의 상호작용 방식, 투자은행 직원들의 사소한 일상 등 재미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이 많다. 경제 전문용어들이 등장해 네이버 검색을 하게 만들지만 금융과 자본주의에 대한 거시적인 질문도 품게 만든다.
/하은선 기자·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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