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광장]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세종시의 '역설'
청소년·청년·80세 이상 자살률 '1위'
'삶의 질 개선'은 정권 무관 '최우선'
지난 6월 초, 사단법인 한국지역경영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순위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던 적이 있다. 전국 228개 행정구역을 대상으로 인구, 경제·고용, 교육, 건강·의료, 안전 5개 영역 30개 지표의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분야별 및 종합 순위를 공개했다.
지역경영원이 이번에 처음 발표한 지속가능한 도시 종합평가 결과, 세종시가 1위로 꼽혔다. 경기 수원시, 전북 남원시가 2-3위를 차지했다.
부문별로 인구 면에서 세종이 단연 1위를 기록했다. 세종은 올 7월 말 현재 39만4630명(외국인 포함)이다.
세종시민의 평균 연령은 38.6세다. 전국 17개 시·도 중 유일한 30대이자, 전국 평균보다 6살 이상 젊은,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다. 이는 세종시 출범 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도시 수식어가 됐다.
그런데 청년의 상징인 20대만 놓고 보면 세종시가 제대로 성장하고 있는지, 또 다른 의문을 낳는다. 특히 지난해엔 20대 인구가 시 출범 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세종의 대학은 3곳, 재학생 2만1000여명 중 매년 2800명 정도가 졸업한다. 이중 세종에 취업하는 비율은 5.9%에 불과하다. 신생도시라고 해도 최소 20%에서 60% 달하는 다른 지역과 차이가 크다.
하락했다고는 하나 여전히 비싼 주택 가격, 중·대형 위주 집, 일자리 부족, 청년층 문화 기반시설 부족 등이 청년들에게 재정착의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은 설득력이 크다. 세종의 아파트 평균 실거래가는 4억원 후반대로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의 이면엔 '청년'이 부족한 '청년 도시'가 되고 있는 셈이다. 가장 살기 좋은 세종시의 첫 번째 역설이다.
여기에 최근 더 안타까운 사실 하나가 눈에 띄었다. 지난 13일 세종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가진 간담회에서 나온 세종시의 자살률 수치다.
2021년 세종시 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19.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2년 23.3명으로 급격히 늘었다. 전국에서 여섯 번째로 높은 수치다. 이 기간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이유를 명확히 찾기 어려운 대목이다.
센터 관계자들은 인구 유입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세종시가 자살률 증가 폭이 가장 크며, 불규칙적인 추이를 보이는 특성을 갖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범사회적 생명 존중 문화조성을 통한 포괄적인 자살 예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2022년 세종시의 청소년(9-24세), 청년(19-34세), 80세 이상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은 각각 21.2명, 30.2명, 120.1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이 더 안타까운 현실로 와 닿는다. 행정도시로 건설 중인 세종시의 '예상 밖'(?)의 결과가 빚은 모순이나 부조화라고 치부하기엔 걱정스러우면서도 안타까운 단면이다. 살기 좋은 세종시의 두 번째 역설이다.
도시 발전의 이면에 이주, 고립, 경력단절 여성, 스트레스 인지율, 지역내 또 다른 소지역간 발전 격차, 교육 격차 등 부정적 언어가 상기되거나 정신건강 측면에서 뭔가 부조화가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서울 중심 일극화 해결이라는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는 뜻 깊은 결정이 특정 영역의 문제로 불명예스런 도시가 된다면 이 또한 도시 역사의 수치가 될 수도 있을 듯 싶다.
삶의 질(質) 개선을 평가하는 것 역시 까다로울지 모른다. 하드웨어를 주로 다뤘던 정책 당국이나 그 분야 전문가들에게 있어서 이는 어쩌면 평소에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사안일 수도 있다. 무리한 요구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정부나 자치단체가 해야 할 일은 국민의 삶의 질 개선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건 분명해 보인다.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편안한 세상을 만드는 건 그 어떤 정권이나 지방정부가 들어서더라도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목표이자 과제일 수밖에 없다. 최태영 세종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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