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에르메스보다 인기”…특급호텔, 국산 인디화장품에 러브콜

해외 럭셔리 브랜드 고집하던
포시즌스·롯데·워커힐 호텔
국내 중소기업과 협업 잇따라
전세계적인 한류 열풍 영향
투숙객에 K뷰티 제품 제공
컬래버 케이크·선물세트도

탈리타쿰과 협업 전시가 이뤄지고 있는 포시즌스 호텔 서울 메인 로비 [사진 제공 = 탈리다쿰]

서울의 중심부 광화문에 위치한 특급 호텔인 포시즌스 호텔 서울 로비에 들어서면 약재 등을 담는 데 활용됐던 조선 시대 고가구와 함께 흰 민들레를 연상시키는 꽃 장식이 가득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포토존을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면 ‘탈리다쿰’이라고 쓰여있는 화장품이 곳곳에 비치돼 있다. 호텔 내 베이커리에서는 흰 민들레 꽃이 그려져 있는 민트색 케이크를, 플라워숍에서는 탈리타쿰 제품과 프리저브드 플라워(후처리를 해 시들지 않는 꽃)가 담긴 선물박스를 판매한다.

포시즌스 호텔의 ‘웰니스 이스케이프 패키지’를 이용하는 숙박객에게는 탈리타쿰 바디 화장품 세트를 제공한다. 스파 고객에게도 이 회사 제품이 선물로 제공된다. 채문선 탈리타쿰 대표는 “포시즌스 호텔 쪽에서 웰니스와 관련된 한국 브랜드를 찾아보다가 탈리다쿰을 알게 돼 먼저 제안을 해왔다”며 “6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컬래버레이션(협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시즌스 숙박패키지에 제공되는 탈리다쿰 제품 [사진 제공 = 탈리다쿰]

에르메스, 불가리, 몰튼브라운 같은 해외 고급 화장품 브랜드를 어메니티(로션·샴푸를 비롯한 서비스 용품)를 제공해 오던 ‘콧대 높은’ 특급 호텔이 한국 인디 뷰티 브랜드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고급 객실 숙박객에게 K뷰티 제품을 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국내 인디 브랜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글로벌 시장에서 K뷰티 영향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K뷰티 유행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이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최근에는 인디 브랜드가 과거의 과성비를 넘어 원료와 제품 패키지를 고급화한 고가 라인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럭셔리를 표방하는 특급 호텔 요구를 충족할 수 있을 정도로 제품 라인업이 확대됐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이 끝난 이후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다시 늘고 있고,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뿐만 아니라 K뷰티에 대한 관심도 매우 높다”며 “외국 브랜드와 협업하기보다는 개성 있는 K뷰티 브랜드를 찾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호텔X톰 프로그램 컬래버레이션 [사진 제공 = 톰 프로그램]

롯데호텔도 국내 중소기업 앳홈의 스킨케어 브랜드인 ‘톰 프로그램’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웰니스 객실 투숙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웰니스 객실은 모션베드, 안마의자, 헬스케어 디바이스 등이 비치돼 있는 프리미엄 객실로, 해당 객실 투숙객에게는 각질 제거을 비롯해 피부 관리가 가능한 톰 프로그램 패키지 제품을 사용할 수 있다. 양정호 앳홈 대표는 “인지도가 높은 럭셔리 해외 브랜드와 협업하던 특급 호텔들이 투숙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성분과 효과가 좋은 인디 브랜드와 협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톰 프로그램 역시 롯데호텔 외에도 다른 특급호텔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어 조만간 더 많은 호텔에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케이브로스의 비건 화장품 브랜드 ‘타가(TAGA)’도 이달부터 인천국제공항 인근에 위치한 네스트호텔과 함께 ‘골드 베케이션’ 패키지를 출시했다. 패키지를 이용해 호텔에 숙박한 고객에게 타가의 대표 제품이 담긴 여행용 키트를 증정한다. 타가는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타임스퀘어 호텔 투숙객에서도 여행용 제품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워커힐 호텔 앤드 리조트는 야외 수영장을 이용할 수 있는 ‘풀캉스 패키지’를 출시하고, 이용객에게 비건 인디브랜드 ‘달바’의 기초 제품을 포함한 바캉스 세트를 증정한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주요 특급 호텔들이 K뷰티 브랜드와 합작해 숙박 패키지를 제공하고, 인디 브랜드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며 “한국 인디 브랜드 위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