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진짜 현실’ 알려주는 웹툰, 여기 있네 [사람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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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바가지 머리를 한 캐릭터가 손수건으로 비지땀을 닦아낸다.
'올여름 내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닐까?' 심플한 펜 선으로 이루어진 2차원 웹툰이 흡사 실사판처럼 느껴진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가 과학 웹툰을 그리면 재미있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다.
'아날로그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상대성 이론에 대한 웹툰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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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바가지 머리를 한 캐릭터가 손수건으로 비지땀을 닦아낸다. 넋이 나간 듯 퀭한 두 눈. 줄줄 녹아내리는 몰골. ‘올여름 내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닐까?’ 심플한 펜 선으로 이루어진 2차원 웹툰이 흡사 실사판처럼 느껴진다.
이솔 작가(필명·40)가 그린 ‘기후위기 진짜 현실 알려주는 만화’ 속 한 장면이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평균기온을 상승시키는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교란을 일으킨다. 대표적 현상이 올여름 톡톡히 체감하고 있는 ‘습윤 폭염’이다. 온실가스가 많아져 대기 온도가 높아지면 대기가 끌어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늘어난다. 이러한 환경 아래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에서 습한 공기가 대거 유입된다. 웹툰을 보고 나면 마치 물속을 헤엄쳐 다니는 것 같았던 7월의 날씨가 이해된다.
‘살인적인 습도’ ‘습해서 죽을 것 같아’라는 말에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 상대습도가 60%일 때에는 기온이 38℃까지 올라가야 ‘매우 위험’ 단계에 도달하지만, 상대습도가 85% 라면 34℃만 되어도 생명에 위험을 끼친다. 기후모델링에 따르면 온실가스를 감축할 시 습윤 폭염 발생 횟수를 50일까지 줄일 수 있다. 복잡하고 전문적인 과학 지식인데도 이솔 작가 특유의 친근한 그림체와 ‘병맛’ 한 스푼이 버무려져 술술 넘어간다.
과학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의 본업은 약사다.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서 작은 약국을 운영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남매를 둔 워킹맘이기도 하다. 일러스트와 웹툰 작업을 할 짬은 언제 나는 걸까? “손님이 없을 때 틈틈이 해요. 주로 오전 시간에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오후에는 웹툰에 응용할 밈이라든가, 재밌는 짤도 찾아봐야 하니까(웃음). 무엇보다도 마감이 닥치면 하게 되더라고요.”
시작은 다소 우발적이었다. 도시공학을 전공한 남편과 이야기를 하다가 과학 웹툰을 그리면 재미있지 않겠냐는 말이 나왔다. 그림은 여행을 다니며 풍경 스케치를 그려본 게 전부였지만 “약간 어설프게 그린 생활툰”들이 인기를 얻던 시기라 한번 해보자 싶었다. 일단 와콤(일러스트 작업 전문 기기)을 구입했다. ‘아날로그 사이언스’라는 이름으로 상대성 이론에 대한 웹툰을 그렸다. 어려운 지식을 대중의 눈높이에 맞게 쉽게 풀어내고 그림으로 전달하는 작업은 뜻밖의 즐거움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과학 일러스트의 세계에 입문한 것이 10년 전이다.
이솔 작가는 ‘집현 네트워크(jiphyunnet.or.kr)’에 고정적으로 일러스트를 그리고 있다. 집현 네트워크는 과학자 21명이 집현(集賢·집단 지혜)의 필요성에 공감해 2022년 창립한 비영리 사단법인이다. 감염병, 기후환경, 탄소중립, 미생물, 천문항공우주, 뇌과학, 인공지능, 식량과 농업 등 8개 분야에 걸쳐 손꼽히는 과학자들이 글을 쓰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이솔 작가가 연재하는 기후위기 웹툰도 집현 네트워크 작업의 일환이다. 앞서 발표되었던 기후과학자들의 글을 토대로 하지만 웹툰을 그리기 위해서는 추가 조사와 공부가 필요하다. 이솔 작가의 가방에는 ‘지구온난화’를 특집으로 다룬 과학잡지 〈뉴턴(Newton)〉이 담겨 있었다. ‘기후위기 부정론자들’ ‘탄소중립 기술’ 등을 다룬 시리즈가, 다음 집현 네트워크의 콘텐츠로 독자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따로 공부도 해야 하고 그림으로 풀어내기도 결코 쉽지 않은 소재다. 그럼에도 손에서 놓지 않는 과학 일러스트의 매력은 무엇일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가장 탁월하게 설명해주는 것이 과학이라고 생각해요. 그 지식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일이 재밌습니다.”
김연희 기자 u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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