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고 가면 저(양현종)몰라요, (김)도영이밖에 몰라서 서운하지만…” KIA 대투수와 몬스터의 기 막힌 ‘콜라보’[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김진성 기자] “(김)도영이밖에 몰라서 서운하지만…도영이가 너무 잘해서 기분이 좋다.”
KIA 타이거즈 ‘광주 몬스터’ 김도영(21)은 15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서 3-1로 앞선 5회초 1사 1루서 키움 선발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의 초구 148km 포심패스트볼을 통타, 비거리 130m 좌중월 투런포를 터트렸다. 대망의 최연소(20세10개월13일), 최소경기(111경기) 30-30이다.
그런데 김도영이 30-30 달성 직후 덕아웃에 돌아가 5회말 투구를 준비하던 선발투수 양현종을 만나 얘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중계방송에는 기분 좋게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알고 보니 동성고 15년 대선배 양현종이 동성고 15년 후배 김도영에게 “동성고 교가나 불러봐라”고 했다. 그렇게 15년 터울의 동성고 선후배가 기분 좋게 교가를 불렀다고. KIA에 동성고 출신이 많으니 흐뭇한 장면이었을 듯하다.
올해 김도영의 진기록과 대기록이 양현종의 등판일에 작성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우연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연치고 좀 흥미롭다. 양현종으로선, 김도영의 대기록이 아니면 자신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차지할 수도 있었다.
▲김도영과 양현종의 주요 콜라보레이션
김도영 10-10 4월25일 고척 키움전/양현종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볼넷 2실점 승리투수
김도영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7월23일 광주 NC전/양현종 9이닝 4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1실점 완투승
김도영 30-30 8월15일 고척 키움전/양현종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4탈삼진 3사사구 1실점 승리투수
굵직한 기록만 돌아봐도 이 정도다. 김도영의 4월 최초 10-10,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30-30 모두 양현종이 선발 등판한 날에 달성했다. 심지어 그 3경기서 양현종도 전부 잘 던지면서 승리투수가 됐다. 심지어 김도영이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를 한 경기서는 양현종이 완투승을 따냈다. 단, 김도영이 6월23일에 20-20을 달성한 광주 한화 이글스전은 양현종이 선발 등판한 경기가 아니었다.
기자는 김도영의 10-10, 내추럴 사이클링히트, 20-20, 30-30 모두 현장에 있었다. 현장에서도 이미 이런 우연을 두고 재밌어 하는 분위기였다. 심지어 양현종은 김도영이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날 자신의 완투승에도 불구하고 취재진에 김도영과의 인터뷰를 더 길게 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양현종이 김도영의 30-30 달성 직후 이 얘기를 꺼낸 모양이다. 김도영은 “내 올해 모든 기록이 현종 선배님 경기 때 나왔다고 말씀해줘서 좀 놀랐다. 10-10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사이클링히트도 선배님 경기에 나왔다며, 동성고 교가를 부르라고 했다”라고 했다. 정작 김도영은 인지하지 못했던 셈이다.
양현종은 흐뭇한 마음이다. 웃으며 “아, 도영이가 너무 좋은 학교(동성고)를 나와가지고, 미래가 너무 창창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젠 학교에 한번 놀러가면 애들이 저를 모르더라고요. 도영이밖에 몰라서 서운한 것도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 워낙 잘 하고 있고, 너무 잘하고 있기 때문에 너무 기분이 좋다”라고 했다.
양현종도 김도영이 자신의 등판 경기에 좋은 기록을 내면 승수쌓기에 유리해진다. 그는 "도영이가 홈런 치는 걸 보고 '정말 운이 많이 따르는구나'라고 생각을 했고 도영이도 얘기를 하더라고요. 이게 뭔가 좀 신기하기도 하고, 나야 워낙 좋다. 도영이는 찬스에 많이 걸리는 타자이고 워낙 잘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타점이나 홈런을 만들면 우리 팀의 점수에 연결된다. 좋게 생각한다"라고 했다.
양현종은 노련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김도영이 중계방송사 인터뷰를 하는 걸 확인하자 깨끗한 플라스틱 통을 잡더니 3루 덕아웃에 어질러진 물병, 음료수병의 내용물(?)을 차곡차곡 모았다. 그리고 김도영의 방송사 인터뷰 직후 동료들이 ‘물 세리머니’를 하자 한 템포 기다렸다가 시간차 공격(?)을 했다. 물론 김도영은 양현종의 물대포를 시원하게 맞고도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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