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포즈커피로 4700억 대박낸 양재석…그가 점찍은 다음 회사는
양재석 대표, 최근 코스닥 기업 투자…새 최대주주와 인연 주목
양재석 제이엠커피그룹 대표가 최근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 컴포즈커피를 4700억 원에 매각한 직후 한 코스닥 상장 기업에 투자했다. 포커스에이치엔에스라는 물리보안설루션 개발 회사다. 양 대표는 지난달 이 회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10억 원을 투자했다. 그가 컴포즈커피 매각으로 손에 쥔 돈에 비하면 크지 않은 액수다.
금융투자업계에선 투자 금액 자체보단 그가 투자한 시점과 배경에 주목한다. 양 대표의 투자 시점이 이 회사의 경영권 매각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포커스에이치엔에스의 새 최대주주가 될 곳은 설립 3년차인 위허브란 회사다. 위허브는 컴포즈커피 가맹점에서 사용 중인 모바일 결제 단말기를 만든 회사다. 양 대표는 새로 꾸려질 포커스에이치엔에스 이사회에 JM커피그룹 이사를 진입시켰다.
◇창업 10년 만에 컴포즈커피 4700억에 매각
양 대표는 커피업계에서 창업 신화를 새롭게 썼다. 경쟁이 치열한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에서 창업 10년 만에 4700억 원을 받고 회사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컴포즈커피 매각은 지난달 2일 필리핀 증시 공시를 통해 알려졌다. 컴포즈커피는 양 대표가 지분 100%를 갖고 있던 개인 회사다. 총 지분 매각 금액은 3억4000만 달러(약4700억 원) 규모다. 필리핀 외식 프랜차이즈 기업 졸리비푸즈(Jollibee Foods)가 컴포즈커피의 경영권을 가져갔다. 졸리비월드와이드가 컴포즈커피 지분 70%를 2억3800만 달러(약 3300억 원)에 인수했고, 졸리비 산하 사모펀드 타이탄다이닝 II가 지분 5%를 취득했다. 나머지 지분 25%는 사모펀드 운용사 엘리베이션에쿼티파트너스코리아가 인수했다.
양 대표는 1999년 부산에서 커피와 부재료를 유통하는 JM 통상을 설립하고 커피 사업에 나섰다. 2014년 부산에서 원두 로스팅 공장과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을 겸한 JM커피로스터스를 열었고, 같은 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컴포즈커피도 론칭했다. 연간 1만 톤에 가까운 원두를 생산하는 자체 로스팅 공장을 갖춘 것이 경쟁사와 가장 차별화되는 포인트로 꼽힌다.
컴포즈커피 매장 수는 2022년 2000호점을 돌파했다. 당시 2000억 원 수준에서 매각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컴포즈커피는 2023년 말 BTS 멤버 뷔를 광고 모델로 발탁해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렸다. 졸리비와 매각 협상 중이던 올해 6월 가맹점 수는 2600개를 넘어섰다. 3000개 이상인 이디야커피와 메가MGC커피에 이어 국내 세 번째로 많다.
컴포즈커피 매장은 100% 가맹점 형태다. 가맹점이 빠른 속도로 증가할수록, 본사 매출도 가파르게 늘어나는 구조다. 2023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컴포즈커피는 지난해 매출 888억 원, 영업이익 367억 원을 올렸다. 영업이익률이 41%에 달한다. 현재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중 컴포즈커피의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다. 졸리비는 컴포즈커피의 빠른 성장 속도와 자체 원두 공급망, 가격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스닥 기업 포커스에이치엔에스에 투자…새 최대주주와 관계 주목
양 대표는 컴포즈커피 매각 협상을 진행하면서 포커스에이치엔에스 투자도 진행했다. 지난달 9일 양 대표가 포커스에이치엔에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10억 원을 출자한다는 공시가 나왔다. 양 대표는 지난달 19일 자금을 납입하고 신주 37만7358주를 인수했다.
포커스에이치엔에스는 CCTV 시스템의 핵심 장비인 영상저장장치와 인공지능(AI)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다. 2021년 스팩(유진기업인수목적5호 주식회사)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2023년 연매출 595억 원, 영업이익 26억 원을 냈다.
양 대표는 포커스에이치엔에스의 새 최대주주가 될 위허브와의 교감 아래 투자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위허브는 포커스에이치엔에스에 총 180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위허브 외 3인은 7월 10일 포커스에이치엔에스 최대주주인 김대중 대표와 특수관계인 2인(전재현 부사장·안창현 상무)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양수도액은 총 208억 원 규모다. 위허브는 구주 지분 20.1%를 116억 원(주당 3020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다. 8월 27일 잔금을 치를 예정이다.
위허브는 포커스에이치엔에스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64억 원에 신주 330만 주를 추가로 인수할 예정이다. 이달 30일 납입할 예정이다.
포커스에이치엔에스 주가는 7월 초 1900원대에서 양 대표 등으로부터의 투자 유치와 경영권 매각 소식이 알려진 후 9~10일 이틀간 46% 급등했다. 시가총액이 1000억 원 미만인 소형주라 거래량 급증으로 인한 주가 변동폭이 컸다. 주가는 외국인 매수세가 붙으며 7월 23일 5230원(종가)까지 올랐다. 이후 상승세가 꺾이며 14일 4165원으로 마감했다. 한국금융지주 산하 한국투자파트너스는 7월 9일 포커스에이치엔에스 지분 6.05%를 주당 2500원에 시간 외 블록딜로 전량 매도하기도 했다.
경영권을 확보한 위허브(옛 세한엔에프씨)는 2021년 설립된 응용소프트웨어 개발업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위허브 연매출은 200만 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6억 원을 기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다. 매출이 수백만 원인 회사가 연매출 600억 원 규모 회사를 인수하는 셈이다.
컴포즈커피와 위허브는 협력사 관계다. 2022년 8월부터 전국 컴포즈커피 가맹점에 위허브의 모바일 결제 단말기 페이플러그가 배포됐다. 위허브 본사는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데, JM커피그룹의 법인등기를 보면 이 회사 역시 과거 본점이 문정동에 있었다. 컴포즈커피 서울센터도 같은 지역에 있다.
양 대표는 측근을 포커스에이치엔에스의 새 이사회에 들여보내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27일 열릴 포커스에이치엔에스 주주총회에서 최지만 JM커피그룹 이사가 기타비상무이사(회사 상무에 종사하지 않지만 주요 결정에 참여하는 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최 이사는 컴포즈커피 싱가포르 법인장, JM커피 홍콩 사장도 맡고 있다. 양 대표가 우회적으로 코스닥 상장사를 확보하고 경영권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포커스에이치엔에스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250억 원 규모의 추가 자금 조달도 진행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 최대주주가 경영권을 매각하고 새 최대주주가 들어서는 과정에서 수백억 원 규모 CB, BW를 찍어내는 게 예사롭지는 않다”고 했다.
포커스에이치엔에스는 주총에서 사명을 포커스에이아이(FOCUS AI)로 바꾸기로 했다. 사업 목적에 스마트카드 및 단말기 제조판매업, 통신판매업 등을 추가하고 신사업도 추진한다. 위허브 관계자는 포커스에이치엔에스 인수 후 신사업 계획 등과 관련해 아직 공개할 얘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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