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선호 30대 많아… 워케이션, 직원 만족도·생산성↑”

이코노미조선=심민관 기자 2024. 8. 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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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프랭크 도빈 하버드대 사회학과 학과장
프랭크 도빈 하버드대 사회학과 학과장스탠퍼드대 사회학 박사, ‘시장의 글로벌 확산과 민주주의(The Global Diffusion of Marketsand Democracy)’ 저자 사진 프랭크 도빈

“사람들이 휴양지에서 자신의 근무시간을 계획할 수 있는 워케이션(workation= work+vacation·일과 휴가의 합성어)은 워라밸(work-life balance·일과 삶의 균형)을 높여 업무 생산성을 더 높일 수 있다.”

프랭크 도빈(Frank Dobbin) 하버드대 사회학과 학과장은 7월 23일 서면 인터뷰에서 워케이션의 긍정적 효과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기업 조직 전문가인 도빈 학과장은 2022년 10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워라밸 지원의 놀라운 효과’라는 아티클을 통해 기업이 워라밸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번거로움이나 비용을 걱정해야 할 것이 아니라 워라밸 지원 정책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았을 때의 리스크를 걱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도빈 학과장은 “고용주가 일과 삶의 균형을 지원하면 직원의 스트레스가 줄고, 직업 만족도가 높아지며, 이직률이 감소한다”며 “(학계에서도) 이를 입증하는 연구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이후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 가속화하면서, 온라인 기반 재택근무가 확산됐다. 결과적으로 팬데믹이 워케이션 정착에 영향을 준 것 아닌가.

“팬데믹은 여러 업계에서 원격으로 일하는 사람이 사무실에 와서 장시간 일하는 사람만큼 효과를 낸다는 것을 보여줬다. 내 생각에는 이것이 일부 정보기술(IT) 회사가 직원에게 업무를 완수하면서, 상사에게 계속 연락을 취하는 한 워케이션을 허용한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응급구조사나 식료품 진열대 보관소 직원 같은 현장직 근로자는 (워케이션 같은) 직장 근무 방식의 사치를 누리지 못한다는 사실도 가르쳐 줬다.”

젊은 세대가 워케이션을 선호할 것 같은데.

“사회학자들은 30세 이상 35세 미만의 젊은 사람이 자기보다 나이가 더 많은 사람과 비교했을 때 일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중 많은 사람이 자신의 부모가 과로에 시달리는 것을 보고 컸기 때문에그 길을 똑같이 가기를 원하지 않는다. 이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성공에 대한) 야심은 줄었지만, 일뿐만 아니라 삶에서 성취를 추구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 연령대 사람들이 워라밸을 높인 워케이션에 대한 선호가 있을 것이라고 보는 이유다.”

기업은 워케이션을 통해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나.

“워라밸을 지원하면 직원 만족도가 올라가고, 생산성도 함께 향상된다. 워케이션을 통해 워라밸을 높이면 직원 만족도와 생산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사람들은 직장 생활에서 매우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자발적인 근무 형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통제하고 조정하기를 원한다. 예전에 내가 집에 여섯 살짜리 아이와 두 살짜리 쌍둥이 아기가 있었을 때 방학은 나와 내 아내가 매일 일을 하면서 아이들도 돌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이처럼) 일과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직원에게 유연성 있게 근무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워케이션 역시 유연성 있게 일할 수 있는 제도다.”

한국에선 워케이션이 지방 소멸을 막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많은 국가가 성장하는 산업을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으로 옮기려고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성장하는) 녹색 기술(green technology) 산업을 자동차 제조와 철강 생산에 기반을 뒀던 미국 북부 오대호 인근 중공업 위주의 제조업 공업지대인 ‘러스트 벨트’ 지역으로 옮기려고 노력했다. 한국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근무지를 휴가지로 옮기는 워케이션이라는 대안이 있는 것처럼 들린다. (워케이션은) 우리가 전 세계에서 목격하고 있는 탈산업화와 농촌(시골) 지역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흥미로운 해결책이다. 우리는 회사 밖 팀 빌딩(팀원들의 작업 및 커뮤니케이션 능력,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켜 조직의 효율을 높이려는 조직개발 기법)이 직원 사기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워케이션은 (팀 빌딩 효과가 있어) 직원 만족도를 높이면서, 지역적 인구 감소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

워케이션이 미래 기업 문화로 자리 잡을 것 같나.

“나에게는 관광 명소에서 직원들이 일하는 것이 팀 빌딩처럼 들린다. 워케이션은 (미래 기업 문화 주역인) 젊은 직장인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다. 두 명이 함께 여행할 수 있다면 커플 직장인에게도 인기가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자녀를 둔 직장인이나 노부모를 부양하는 사람이 자녀와 노부모를 돌보기 위해 파트너(배우자)를 집에 남겨 둬야 한다면 일과 삶의 균형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다.”

구글이 12주 유급 육아 휴가를 18주로 연장하자 사직서를 제출하는 직원 수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휴가가 퇴직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면, 워케이션이 정착된 회사의 퇴직률도 낮아질 텐데.

“육아 휴가는 일반적인 휴가가 아니기 때문에 구글의 실험이 워케이션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잘 모르겠다. 이 경우는 구글이 유급 육아 휴가를 연장함으로써 (아이를 가진) 부모가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직장에 복귀하기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봐야 한다. 12주는 (법으로 정한) 미국의 최소 유급 육아 휴가 기간이다. 구글은 직원들에게 그 이상의 기간이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18주로 늘린 것이다.”

Plus Point

에어비앤비, 1년 중 90일 워케이션 허용

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창업자 겸 CEO. /블룸버그·로이터뉴스1

“어디에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이 놀라운 창의성과 혁신을 불러일으킨다.” 에어비앤비 창업자인 브라이언 체스키 최고경영자(CEO)의 말이다. 에어비앤비는 전 세계에 600만 개가 넘는 숙소를 연결하는 글로벌 숙박 공유 플랫폼 업체다. 체스키 CEO는 2022년 4월 회사 직원이 1년 중 최대 90일까지 어디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근무 제도를 발표했다. 체스키 CEO는 이 제도 도입으로 에어비앤비 직원의 워케이션을 활성화했다. 앞서 비슷한 제도를 도입한 구글(4주)보다 세 배 이상 더 긴 시간을 보장하며, 직원의 워케이션을 장려했다.

에어비앤비는 2020년 팬데믹 쇼크로 인한 여행객 감소로 직격탄을 맞았을 때 워케이션을 실적 회복 돌파구로도 활용했다. 당시 전 세계적으로 비대면 방식의 원격 근무 체제가 유행했는데, 에어비앤비는 휴양지에서 장기 숙박을 하면서 일하는 워케이션을 적극 홍보했다. 그 결과, 2021년 4분기 전 세계 이용자 중 28박 이상 장기 숙박자 비율이 22%까지 올라갔다. 이는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 대비 16%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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