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치락 뒤치락 美 대선에… 갈피 못 잡는 韓 기업 ESG 공시
국내 ESG 공시도 동력 잃을 가능성
일단 최종안 마련 착수... 11월 예상
미국 대통령 자리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초접전을 이어가자 지속가능성(ESG) 공시 제도를 준비 중인 국내 기업 담당자들의 긴장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ESG 공시를 서둘러 도입해 안착시키자는 것이 최근까지의 글로벌 흐름이었는데, ‘기후 악동’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ESG 추진 동력이 주춤할 수 있어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기준원은 올해 4월 국내 ESG 공시 기준의 초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까지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11월쯤 최종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ESG 기준이 확정됐다고 해서 곧바로 국내 기업에 적용되진 않는다. 원래대로라면 자산 2조원 기업은 내년부터 ESG 정보를 공시해야 했는데,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는 도입 시점을 ‘2026년 이후’로 미뤘다. 특정 연도를 지정하지 않고 그때쯤 가서 정확한 시행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게 금융위 계획이다.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 상장사는 기업 전망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기후 관련 위험과 기회에 대한 정보를 공시해야 한다. 또 단기·중기·장기에 걸쳐 이런 위험과 기회가 기업 재무상태와 성과, 현금 흐름에 미치는 영향을 예상해 공시해야 한다. 단일 수치 혹은 범위 등과 같은 양적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질적 정보로 제시해도 되나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 상당 부분이 추정의 영역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 대선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국내 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전 세계적으로 반(反) ESG 바람이 거세질 수 있어서다. 기업으로선 오랜 시간 비용과 인력을 들여 준비해 온 ESG 공시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미 대선은 50개 주 가운데 43곳은 지지세가 뚜렷해 7개 경합주의 결과가 대통령을 결정지을 공산이 큰데, 경합주 중 7곳에서 진행된 여론 조사에서 해리스 부통령은 오차범위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우세했다.
선거분석기관 쿡 폴리티컬 리포트가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7개 경합주 유권자 28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의 지지율은 48%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1%포인트(P) 앞섰다.
주별로 보면 애리조나,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5개주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근소하게 앞섰고, 조지아에선 동률, 네바다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우위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이던 2017년 “기후변화는 사기”라며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바 있다. 이번 대선을 진행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입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다시 탈퇴하고, 화석연료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금융위도 미 대선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금융위는 ESG 공시를 도입할 동력을 잃는다. 기업에 부담이 큰 규제를 미국이 시행하지 않는데, 우리나라가 선제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없어서다. 이번에 ESG 공시 기준 초안을 만든 것도 글로벌 흐름에 맞춘 조치였을 뿐 우리 정부의 순수한 의지는 아니었다.
국내 기업들도 ‘트럼프 변수’를 주목하고 있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ESG 공시 내용을 마련하는 데 내부적으로 1~2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며 “일단 대비는 하고 있지만 이걸 지금 해두는 게 맞는지 확신은 없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잡으면 공시 의무화 시점이 더 밀릴 수 있고, 그때 제시될 기준이 현재 나온 기준과 똑같을 것이란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더라도 ESG 움직임이 멈추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ESG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미국은 ESG 관련 법을 이미 만들었고 새로운 관련 법도 구축하고 있다”며 “대통령 한 사람이 법체계를 다 무너뜨리고 흔들 순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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