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경기침체는 "가짜뉴스"…증시 3일째 랠리 [뉴욕마감]
미국 소비추세가 꺾여 경기침체가 올 수 있다던 지적이 일주일 만에 사실상 '가짜뉴스'로 판명나면서 뉴욕증시가 3일째 랠리를 기록하며 크게 상승했다. 하반기 경기침체를 우려하던 목소리는 연착륙 기대로 바뀌었고, 낙관론자들은 노랜딩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11월 대선을 전후로 새 리더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다시 성장률을 높일 거란 기대다.
15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 지수는 전거래일보다 554.67포인트(1.39%) 상승한 40,563.06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도 88.01포인트(1.61%) 오른 5543.22를 나타냈다. 나스닥은 401.89포인트(2.34%) 올라 지수는 17,594.5에 마감했다.
이날 상무부가 발표한 7월 소매판매는 예상치를 세배나 웃도는 수준이었다. 동시에 노동부의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전주보다 낮아졌다. 울프 리서치의 수석 경제학자 스테파니 로스는 "오늘의 견고한 소매판매 지표와 실업수당 청구 데이터는 미국 경제에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켜준다"며 "경제 모멘텀이 식고 있는 것은 맞지만 미국 경제는 당장 침체로 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이날 미국 상무부는 물가상승 압박이 줄면서 7월 소매판매가 전월비 1% 증가했다고 밝혔다. 다우존스가 종합한 경제학자들의 예상치는 0.3% 증가 수준이었는데 이를 훨씬 상회한 결과다. 다만 6월 소매판매 기존 발표치는 보합에서 0.2% 감소로 수정됐다.
소비자들의 구매지출이 증가한 품목은 자동차 및 부품 딜러(3.6%)와 전자 및 가전 제품 매장(1.6%), 식음료 매장(0.9%) 등이었다. 여름 휴가시즌이 반영돼 주유소 매출이 0.1% 늘었고, 대신 의류 매장 지출은 0.1% 감소했다.
잔뜩 위축될 것으로 여겨졌던 소비자 지출은 미국인들의 구매력이 아직까지 견조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윌리엄 블레어의 거시경제 분석가 리차드 드 샤잘은 "이번 보고서는 또 한 번,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여전히 상승할 수 있다는 증거"라며 "경제가 견조하다는 또다른 보고서이긴 하지만 파산 직전의 소비자들에게는 일관성이 없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경제력으로 미국 하위계층의 저축이 바닥났고, 신용카드 부채총계와 연체액이 사상최대를 기록하고 있기에 소비자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반갑지만 여전한 구매력은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노동부는 동시에 8월 4일부터 10일까지 한 주 간 집계된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가 22만 7000건으로 전주보다 7000건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우존스 예상치인 23만 5000건보다도 8000건 낮았던 셈이다. 실업자 증가는 월가가 지난주 세계 증시의 블랙 먼데이 이후 가장 주요하게 지켜보던 단기 지표인데 이 역시 2주 연속 호전되는 모습이다. 소비 중심의 미국 경제가 증시의 우려보다는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전일 발표된 7월 소비자 물가지수(CPI)도 예상을 하회해 증시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비 0.2%, 전년비 2.9% 상승하는데 그쳐 202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거비 상승(0.4%)을 제외하면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거의 잡혔다는 분석이다. 화요일에 하루 먼저 나온 도매물가(PPI)도 예상을 크게 하회했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나온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전월보다 약간 상승했지만 여전히 -4.7로 음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물론 추정치(-6)보다는 약간 더 나은 결과로 상승여력을 기대하게 했다. 그러나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제조업 지수는 -7로 하락했는데, 1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수치이며 7.9라는 예측치를 크게 밑돌았다.
이날 LPL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로치는 자동차와 차 부품 판매의 급증이 7월 소매판매 보고서의 놀라운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로치 이코노미스트는 이에 대해 "7월에 신차 판매 인센티브는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7%(거래가격 대비)에 달했으며, 6월에는 평균 6.4%였다"고 지목했다.
로치는 이어 "이 데이터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9월에 취할 조치를 바꾸는 동력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과도한 기대(50bp 금리인하)나 역발상의 예상(금리동결 혹은 인상)을 경계했다. 연준은 예상 그대로 9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25bp 금리인하에 나설 거란 예상을 내놓은 것이다. 로치는 이에 대해 "특히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라파엘 보스틱은 노동시장의 약세 조짐 속에서 중앙은행이 뒤처질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고 상기시켰다. 이어 "최근 경제 데이터들은 상충되는 신호를 줄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단기적으로 변동성이 더 커질 것이라고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소매판매와 하반기 경기 예측의 단서를 추가적으로 제공할 월마트 실적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나왔다. 2분기 주당이익(EPS)과 매출이 소폭 상승한 데 이어, 미국 내 매장들의 매출이 견조하게 상승(월가의 예상치 3.4% 상승 대비 4.2% 상승)하면서 주가 급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고가의 약물을 노령 미국인에게 더 저렴하게 제공하기 위한 약가협상을 대형 제약사들과 벌여왔다. 제약 업계는 크게 반발했지만 민주당이 이끄는 현 정부는 메디케어 진전을 위해 약가를 낮추는 방안을 일관되게 진행해왔다. 이날 발표된 법안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방지법(IRA)을 발표한지 약 2주년는 16일의 하루 전에 발표됐다.
의료보험 및 의료급여 서비스 센터의 관리자인 치키타 브룩스-라슈어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약을 살 여유가 있다는 것은 질병으로 쇠약해지는 노령층에 삶의 충만함을 제공할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라며 "이 협상된 가격은 비용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그것은 당신의 아버지, 할아버지 또는 당신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의미부여했다.
이번에 대상이 된 10개의 약물은 다음과 같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가 만든 엘리퀴스는 뇌졸중 위험을 낮추기 위해 혈액 응고를 방지하는데 사용된다. 베링거인겔하임과 일라이 릴리가 만든 자르디앙은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데 사용된다.
존슨앤존슨의 자렐토는 혈액 응고를 방지하고 뇌졸중 위험을 낮춘다. 머크의 자누비아는 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을 낮추는 용도다. 아스트라제네카가 만든 파시가는 2형 당뇨병, 심부전, 만성 신장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노바티스가 만든 엔트레스토는 특정 유형의 심부전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암젠의 엔브렐은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치료하는데 사용된다. 에브비에와 제이앤제이가 만든 임브루비카는 다양한 유형의 혈액암을 치료하는데 쓰인다. 얀센의 스텔라라는 크론병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한다. 노보 노디스크가 만든 피아스프와 노보로그는 인슐린 제재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새로운 협상 가격은 인플레이션 감소법 덕분에 가능해진 역사적인 이정표"라며 "특히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22년 상원에서 이 법안에 대한 동점 결선 투표를 한 것을 특별히 높이 산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도 성명을 통해 "결정적인 투표를 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며 "미국인의 건강 관리 비용을 낮추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해리스는 "오늘의 발표는 전국의 많은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을 바꿀 것"이라며 "여기서 멈추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협상 라운드에서 추가 처방약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박준식 특파원 win0479@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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