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사람의 추억이 엮이는 ‘다정한 책방’ [책&생각]

한겨레 2024. 8. 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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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살피다 반가운 책이 눈에 띄어 꺼내어 펼쳤더니 그 순간 책과 나의 이야기도 함께 펼쳐지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그렇게 뒤늦게 오랜 시간을 거쳐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된 터라 책방을 열게 되었을 때 이 작은 책방을 통해 나와 같은 사람이 생겨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방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서가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가고 그때그때 다른 책들이 채워지겠지만 책방을 꾸려가며 제가 바라는 것은 오래도록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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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책방은요 │ 안녕, 책

‘안녕, 책’의 외부 모습.

책장을 살피다 반가운 책이 눈에 띄어 꺼내어 펼쳤더니 그 순간 책과 나의 이야기도 함께 펼쳐지는 기분을 느껴본 적 있으신가요. 책을 샀던 장소와 기분, 그날의 공기까지 떠올라 시간여행을 하는 것 같은 순간이요. 저는 그것이 좋아 서점에서 책을 사던 사람이었습니다. 책을 많이 알지도 못하고 많이 읽지도 않지만, 책과의 추억 쌓기를 좋아하던 사람이요. 그렇게 책을 사는 날들이 쌓여가고 책도 차곡차곡 쌓여가자 어느 날부터인가 책들을 조금씩 들춰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차츰차츰 읽는 재미를 알게 되었지요.

그렇게 뒤늦게 오랜 시간을 거쳐 책 읽는 재미를 알게 된 터라 책방을 열게 되었을 때 이 작은 책방을 통해 나와 같은 사람이 생겨난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재미의 첫걸음에 함께 기억되는 공간이길 바랐습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안녕, 책’이라는 이름을 지었지요. 가볍고 다정한 책방이길 바라면서요.

‘안녕, 책’의 창문.

책방을 연 지 햇수로 5년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제목만으로도 누군가를 웃게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는데 지금 둘러보니 처음보다는 조금은 묵직한 주제의 책들과 두꺼운 책들도 제법 있네요.

책방이 나이 들어감에 따라 서가의 모습도 조금씩 변해가고 그때그때 다른 책들이 채워지겠지만 책방을 꾸려가며 제가 바라는 것은 오래도록 같습니다. 책과 사람의 추억이 엮이는 곳이길 바라는 마음이요.

‘안녕, 책’의 내부 모습.
‘안녕, 책’의 외부 모습.

5년을 지내며 저 역시 책과 함께 많은 이야기가 생겨났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분들과 함께한 북토크로 최고의 ‘성덕’이 되기도 하고 전시도 하고 독서를 포함한 모든 취미를 독려하는 ‘취미 플리마켓’을 열어 취미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기도 했습니다. 학생들이 체험 활동을 오는 경우도 왕왕 있는데 시끌벅적 질문 공세를 펼치며 즐겁게 책을 고르는 모습은 언제나 보기 좋습니다. 우연히 만난 책들이 오랜 시간 책장에 꽂혀만 있을 수 있지만 어느 날 책장에 꽂힌 책등을 보며 책방에서의 추억을 떠올리고 그 김에 책도 읽어 독서의 기쁨을 맛볼 수도 있겠지요. 상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작은 책방은 찾는 책이 없을 확률이 높지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책을 만나게 될지 예측할 수 없다는 재미도 있습니다. ‘안녕, 책’에는 낮은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몇 살일지 가늠조차 안 되는 커다란 소나무를 보는 재미도 있고, 높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만화책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거든요. ‘희망도서 동네서점 바로대출 서비스’도 하고 있어 출판된 지 5년 이내의 책 가운데 보고 싶은 책을 책방에서 먼저 빌려본 뒤 다시 책방으로 반납할 수도 있습니다. 책방으로 반납된 책은 시립 도서관이 구입해 도서관 장서로 등록하지요.

일상의 속도가 빠르게 느껴질 때 산책하는 기분으로 ‘안녕, 책’에 들러 세상의 이야기를 둘러보시길 바라요. 재미있는 책들과 다정한 마음을 준비해 두겠습니다.

제천/글·사진 이경신 안녕, 책 책방지기

안녕, 책

충북 제천시 용두대로 36길 21

https://www.instagram.com/salut_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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