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에 기울어진 ‘이상한 균형 감각’ 바로잡기 [책&생각]

한겨레 2024. 8. 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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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인들이 9일(현지시각) 케롬 샬롬 국경검문소 앞에서 가자로 가는 구호품 트럭을 막아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일란 파페 지음 , 백선 옮김 l 틈새책방(2024)

2023 년 10 월 7 일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이스라엘 영토를 향해 대량의 로켓을 발사하고 22 개 지역에 걸쳐 이스라엘 영토로 진입하는 ‘ 알아크사 홍수 ’ 작전을 벌였다 . 하마스의 침공 직후 이스라엘 방위군은 이른바 ‘ 철검작전 ’ 이라 불리는 대테러작전을 개시했다 . 이는 지난 2014 년 7 월 가자지구 분쟁 이후 9 년 만에 벌어진 이스라엘 - 하마스의 전면적인 충돌이다 . 그사이 이란에서 하마스 지도자가 암살당했고 , 이란과 헤즈볼라는 보복을 선언했다 . 그사이 가자지구에서 일어난 참상은 ‘ 팔레스타인 제노사이드 ’ 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다 .

‘ 에드워드 사이드와 더불어 팔레스타인 역사를 가장 능숙하게 전달하는 작가 ’ 라는 일란 파페는 국내에 이미 출간된 적 있는 ‘팔레스타인 현대사’ , ‘ 팔레스타인 비극사’ 등을 통해 제법 잘 알려진 이스라엘 출신의 역사학자이다 . 그는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서문에서 이 책을 쓴 까닭은 양측의 의견을 골고루 전달하려는 것이 아니라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땅에서 식민지화되고 , 점령당하고 , 억압받는 팔레스타인인들을 대신해 권력의 균형을 바로잡으려는 또 하나의 시도 ” 라고 밝히고 있다 . 이스라엘 출신 역사학자가 무엇 때문에 뒤틀린 균형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가 ?

얼마 전 폐막한 2024 년 파리올림픽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와 벨라루스 출신 선수들의 국가대표 출전자격을 정지시켰다 . 그에 비해 이스라엘은 88 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다 . 일본의 나가사키 시는 해마다 원폭 희생자 위령평화 행사를 개최해왔는데 , 79 주년을 맞은 올해는 이스라엘을 초청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 그러자 미국 , 영국 , 프랑스 , 독일 , 이탈리아 , 캐나다 그리고 유럽연합 (EU) 등 서방 주요국 대사들이 일제히 불참했다 . 이들이 불참한 까닭은 “ 이스라엘을 초대하지 않으면 이스라엘이 러시아 , 벨라루스와 같은 부류의 나라로 취급당할 오해를 초래 ” 하기 때문이란다 . 이들은 어째서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일까 ?

독일의 비판사회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발언 때문에 시끄럽다 . 작년 11 월 13 일 하버마스를 비롯한 일부 지식인들이 ‘네버 어게인(Never Again) 원칙은 무엇보다도 유대인의 생명과 이스라엘의 생존권을 보호하겠다는 독일의 전통적 약속에 우선적으로 적용 ’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 일란 파페는 ‘ 이스라엘에 대한 열 가지 신화 ’ 를 묻고 따지는 가운데 , 미국을 비롯한 서구 사회가 이처럼 뒤틀린 균형을 취하는 원인의 뿌리에 ‘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 ’ 에 대한 원죄의식이 자리하고 있다고 말한다 . 복음이라는 오래된 예언과 신화를 앞세운 시오니즘은 팔레스타인을 식민지화했고, 유럽은 그들이 벌였던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의 죄책감을 덜기 위해 이스라엘의 건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이스라엘 건국은 유대인에 대한 유럽의 죄를 씻어내기 위한 면죄부였고 ,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여전히 그 희생자가 되고 있다 .

‘ 한겨레 21’ 편집장 이재훈은 칼럼에서 “ 팔레스타인 보건당국에 의하면 2023 년 10 월 7 일 가자전쟁이 시작되고 299 일째가 된 2024 년 7 월 31 일까지 가자지구 주민 3 만 9445 명이 숨졌다 . 이스라엘군에 의하면 2024 년 7 월 28 일까지 이스라엘 군인 689 명 , 경찰 63 명 등 752 명이 숨졌다 . 죽음은 모두에게 불행이지만 , 한쪽의 죽음이 52.5 배나 많고 , 심지어 그들이 죄다 민간인이라면 , 이것은 전쟁이라기보다는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주민 집단학살로 불러야 한다 ” 라고 말했다 .

전성원/‘황해문화’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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