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야릇하다, 밤으로의 환상 여행 [책&생각]

양선아 기자 2024. 8. 1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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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꽉 막힌 고속도로 상황을 피해 누구나 한 번쯤은 밤에 여행을 떠나는 경험을 한다.

'50번 고속도로 환상여행'에 등장하는 가족도 그렇다.

밤 여행을 소재로 한 이 그림책은 무의식, 꿈, 환상, 상상이라는 밤의 속성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여행에서 세 가족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신비롭고 기묘한 체험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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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 앞도 안 보이는 어둠 속 여행
현실·환상 넘나들며 밤 속성 담아
여행 전·여행 중 읽기 좋은 책
진선아이 제공

50번 고속 도로 환상여행
강전희 지음 l 진선아이 l 2만5000원

휴가철, 꽉 막힌 고속도로 상황을 피해 누구나 한 번쯤은 밤에 여행을 떠나는 경험을 한다. ‘50번 고속도로 환상여행’에 등장하는 가족도 그렇다. 캄캄한 어둠을 뚫고 엄마와 아빠, 딸이 차를 타고 강릉 바다로 향한다. 어른들 표정엔 설렘이 묻어 있고, 뒷좌석에 앉은 아이는 하품을 해댄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와 드디어 50번 고속도로에 진입한다.

“평소 같으면 잠들어 있을 시간, 이렇게 깨어 있으니 조금 낯설지만 설레기도 해.” 하품하던 아이의 눈에 모든 것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환한 대낮엔 보이는 것이 많아 주의집중력이 분산되지만, 캄캄한 어둠 속에서는 보이는 것이 많지 않으니 감각이 더 살아나기 마련이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불빛 하나 없는 산속을 우리 차만 달릴 때 느끼는 그 이상야릇한 기분을 작가는 그림으로 잘 담아낸다. 멀리 보이는 산들은 도깨비 눈을 하고 아이를 노려보고, 차가 씽씽 달려도 달은 항상 제 자리에 있고, 하늘엔 붕어빵 구름이 떠다닌다.

진선아이 제공

낮이 의식의 시간이라면 밤은 무의식의 시간이다. 빛이 사라진 깜깜한 어둠 속에서 우리는 잠을 자고 꿈을 꾸고 그 꿈에서 무의식을 만난다. 그렇게 밤은 상상과 환상을 낳는 시간이다. 밤 여행을 소재로 한 이 그림책은 무의식, 꿈, 환상, 상상이라는 밤의 속성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았다.

이 여행에서 세 가족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신비롭고 기묘한 체험을 한다. 동그란 구멍 속으로 빨려들듯 터널에 들어가고, 별자리에 얽힌 옛 노래를 들려주는 항성도 만난다. 새들이 지저귀고 벌들이 윙윙거리는 꽃밭도 만나고, 급류에 휘말려 롤러코스터 타는 것처럼 차가 급하강하면서 환호성도 지른다. 안개 자욱한 고속도로에서 호기심 가득한 표정의 괴물도 만나고 달빛을 거슬러 올라가는 엄마 고래와 아가 고래도 만난다. 팡파르를 울리며 즐거운 축제를 연 동물들과 함께 춤도 춘다.

진선아이 제공
진선아이 제공

어둠과 환상과 꿈의 고속도로를 질주하다 드디어 바닷가에 도착. 세 가족은 환하게 빛나는 일출을 보며 아침을 맞이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 또는 여행 중 이 책과 함께한다면, 이 책에서 나오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꿈속에서라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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