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입시가 지옥이라면, 조선의 과거는 ‘불지옥’ [책&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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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것 중 하나는 입시 지옥이고, 사교육 시장이다.
지금의 입시가 지옥이라면, 조선의 입시인 과거는 '불지옥'이다.
조선 중기 문신 이문건은 아들과 손자를 묶어놓고 때리고, 심지어 물고문하며 공부를 채근했다.
학원, 쪽집게 과외 등 사교육 시장도 조선 때 이미 활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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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험지옥에 빠지다
이한 지음 l 위즈덤하우스 l 1만8000원
현재 한국 사회를 규정하는 것 중 하나는 입시 지옥이고, 사교육 시장이다. 이는 조선 때부터 시작된 유구한 전통이라고 저자는 고증한다. 지금의 입시가 지옥이라면, 조선의 입시인 과거는 ‘불지옥’이다.
과거 공부의 시작인 소학, 대학, 자치통감으로 시작하는 과거 수험서는 1000권 이상이고, 10회독이 아니라 100회독, 1000회독이 필수였다. 조선 중기 선비 김득신은 사기의 ‘백이열전’만 1억3천만회를 읽었다. 읽기와 외우기에 더해 논술과 문체, 필체까지 준비해야 했다. 과거 공부는 최소 10년이고, 20∼30년 만에 급제해도 인재였다. 퇴계 이황은 제자에게 과거가 아닌 진정한 공부를 하라고 설교하고는 아들에게는 과거 급제를 성화했다. 조선 중기 문신 이문건은 아들과 손자를 묶어놓고 때리고, 심지어 물고문하며 공부를 채근했다.
학원, 쪽집게 과외 등 사교육 시장도 조선 때 이미 활황이었다. 조선 인조 문신 맹세형은 평양 근처에서 선비를 가르쳐, 명문 학원장으로 거듭났다. 당시 과거 급제자의 20%가 평안도에서 배출된 것은 그의 덕분이다. 한양 성균관 인근에 ‘대형 학원’이 생겼는데, 원장이 정학수라는 천민이었다. 조선 입시계에서는 신분타파가 일찌감치 일어난 셈이다. 유배 간 정약용의 유명한 다산 초당도 사실은 해남의 유력 가문 해남 윤씨네가 그를 입주 과외 선생으로 초빙해 제공한 교실이었다. 난장판 시장으로 해석되는 ‘난장’은 사실 조선 과거시험장의 입시비리를 뜻한다. 시험장에서 시험관이 공개적으로 유력 자제를 찾았고, 대리 시험과 참고서적을 베끼는 입시부정이 횡행했다.
중국 진나라 때 시작된 인류 최고의 발명 중 하나인 관료제는 능력주의였고, 시험이 그 토대였다. 하지만 2000여년 동안 이 시험 관료제를 시행한 중국과 조선은 신분이동이 차단된 계급질서에 매몰됐고, 반면 시험 관료제라는 것을 몰랐던 유럽의 국가들은 신분질서를 타파하고 욱일승천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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