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토밥상] 새콤한 파김치, 감칠맛에 살살 녹는 장어살…으뜸 보양식으로 제격

김보경 기자 2024. 8.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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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밥상] {59}충남 보령 ‘파김치붕장어찌개’
붕장어 뼈·생강·마른표고·채소 활용
오랜 시간 끓여 뽀얗게 육수 우려내
2년 묵힌 파김치·양념 등 넣으면 완성
소면 넣고 어죽처럼 만들어 먹기도
필수아미노산 풍부…기력회복 탁월
충남 보령에서 맛볼 수 있는 ‘파김치붕장어찌개’. 2년 묵은 파김치와 부드러운 붕장어가 잘 어울린다. 매콤 칼칼한 국물도 일품이다. 보령=김원철 프리랜서 기자

무더위가 절정인 8월. 충남 보령은 해수욕장을 찾는 젊은이들과 휴가를 떠난 관광객으로 유난히 활기를 띤다. 푸른 바다와 너른 갯벌이 더욱 시원하게 느껴지는 뜨거운 날씨엔 원기 회복을 할 수 있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입맛을 당긴다. 이곳 보령엔 영양 가득한 붕장어에 알싸한 파김치를 넣어 끓여낸 ‘파김치붕장어찌개’가 별미다.

여름에 더욱 찾게 되는 생선인 장어는 크게 붕장어·갯장어·먹장어·뱀장어 네가지로 나뉜다. 긴 물고기라는 의미로 모두 장어(長魚)로 불리지만 그 생김새와 서식지는 조금씩 다르다. 이 가운데 붕장어는 바다장어로, 일본어로 ‘아나고’로도 불린다. 민물장어인 뱀장어처럼 긴 원기둥 몸통을 가졌으며 몸통 옆엔 흰색 점선이 있는 게 특징이다.

수족관에서 건져 올린 붕장어. 몸통 옆에 길게 이어진 흰색 점이 눈에 띈다.

또한 날카로운 송곳니를 가지고 있고 지느러미는 검다. 붕장어는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 많이 서식한다. 사계절 내내 잡히며 다른 장어류에 비해 어획량도 많다. 붕장어는 4년이면 다 자라 몸길이가 50㎝를 훌쩍 넘는데, 조업할 땐 최소 35㎝ 이상 크기만 잡을 수 있다. 이미 고단백 식재료로 잘 알려진 붕장어는 옛 의학서적에서도 그 효능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의학서적 ‘동의보감’엔 “붕장어는 영양실조와 허약 체질에 좋고 각종 상처를 치료하는 데도 효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 외에도 필수아미노산과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해 체력 회복과 심혈관계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보령엔 전어·병어·주꾸미·꽃게 등 진미로 꼽히는 해산물이 넘쳐난다. 그 때문에 붕장어는 귀한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잡히면 다시 바다에 던지거나 시장에서 싼값으로 팔았다. 보령엔 이처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붕장어를 구이나 탕으로 요리한 음식이 여럿 발달했다. 다양한 붕장어 요리 가운데서도 국물이 많은 충청도식 파김치에 부드러운 붕장어를 함께 넣어 끓인 조합이 가장 유명하다. 보령·서산·당진 등 바다와 가까운 충남지역엔 파김치를 넣은 붕장어 요리를 파는 식당이 곳곳에 있다. ‘붕장어전골’ ‘파장찌개’ ‘붕장어탕’ 등 그 이름은 제각각이지만 들어가는 재료와 모양은 비슷하다. 너른 갯벌이 펼쳐진 곳에 자리 잡은 식당 ‘장벌집’에선 ‘파김치아나고탕’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곳을 운영하는 박순범 사장은 “무더위가 심한 여름철엔 이렇게 살 오른 붕장어를 일주일에 200㎏(500마리) 넘게 쓸 정도로 찾는 손님이 많다”며 식당 뒤편 수족관에서 힘차게 펄떡거리는 붕장어를 잡아 올렸다.

파김치붕장어찌개는 싱싱한 붕장어와 함께 오랜 시간 끓인 붕장어 육수, 잘 익은 파김치가 맛을 좌우한다. 식당 한쪽에선 붕장어 육수가 뽀얗게 우러나고 있다. 육수는 붕장어 척추뼈와 생강, 마른 표고, 대파, 양파 등 채소를 넣어 이틀 내내 끓여 만든다. 시장에서 때깔 좋은 쪽파가 보일 때마다 사서 파김치를 담그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보통 2년 정도 묵은 파김치를 사용한단다. 세가지 재료가 준비되면 파김치붕장어찌개는 거의 다 완성됐다고 보면 된다. 넓은 냄비에 영양가 좋은 장어 육수를 붓고 살짝 초벌을 한 붕장어와 파김치를 넉넉히 통째로 넣은 후 마늘·고춧가루 등을 섞은 비법 양념을 풀어 푹 끓이면 된다.

주방에서 한번 끓인 파김치붕장어찌개가 상 위에 오른다. 박 사장은 “바로 먹어도 되지만 붕장어는 끓일수록 부드러워지니 충분히 기다렸다가 드시라”고 귀띔했다. 큼지막하게 들어간 붕장어와 매콤 칼칼한 파김치 냄새가 군침을 돌게 한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붕장어를 젓가락으로 살짝 들어 올리자 살이 껍질에서 툭 떨어질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붕장어를 한입 넣자마자 살살 녹는 살과 함께 파김치의 새콤한 감칠맛이 입안에 가득하다. 붕장어의 기름진 맛이 퍼질 때쯤 파김치를 씹는다. 너무 시큼하지 않은 잘 익은 파김치가 식욕을 더 돋운다. 파김치붕장어찌개에 수제비나 라면 사리를 넣어 먹기도 한다. 보령 사람들은 주로 찌개를 다 먹어갈 때쯤 소면을 넣어 뭉근하게 끓인 뒤 어죽처럼 만들어 후루룩 먹는다.

단짠(달고 짠) 조합, 맵단(맵고 단) 조합 등 끊임없이 입맛을 당기는 맛 조합이 유행이다. 맛과 영양을 동시에 만족시킬 부드럽고 고소한 붕장어와 매콤하고 시원한 파김치의 조합도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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