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정직원 전환했지만 '가짜 3.3 계약'에 월급 87만원

서대웅 2024. 8.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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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통번역사인 A씨(42)는 프리랜서로 일해오다 지난 5월 말 처음 '직원'이 됐다.

한 달 전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업체 대표가 구인난을 토로하자 A씨가 "제가 해볼까요"라고 제안했고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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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일 일했지만 월급 87만원
퇴직금 명목으로 20% 떼기도
취업포털엔 정직원 구인공고
노동청 신고에도 감감무소식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세종=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외국어 통번역사인 A씨(42)는 프리랜서로 일해오다 지난 5월 말 처음 ‘직원’이 됐다. 한 달 전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한 업체 대표가 구인난을 토로하자 A씨가 “제가 해볼까요”라고 제안했고 대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다. 대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6시간(점심시간 1시간 제외) 일하는 조건으로 연봉 3500만원을 맞춰주겠다고 했다. 회사는 A씨에게 대리 직함을 부여했고 ‘Manager(매니저)’가 박힌 명함도 제공했다.

첫 월급이 들어온 6월11일 A씨 통장엔 87만300원이 찍혔다. 대표는 퇴직금 20%를 떼고 줬다고 말했다. 찝찝했지만 직장인 경험이 처음인 A씨는 일반 회사는 다 그렇다고 받아들였다. 이상함을 감지한 건 6월14일이었다. 6월19일부터 3일간 해외 출장 계획이 잡혀있었는데 14일 출장비 명목으로 17만원을 줬다. 교통비와 숙박비를 해결하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초과근무와 주말근무를 하는 날이 늘어났다.

A씨는 7월 초 더이상 일하기가 어렵다고 통보하고 7월5일 일을 그만뒀다. 마지막 월급이 들어온 7월10일 A씨는 99만6700원을 받았다. A씨는 20%로 떼간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으나 대표는 “1년도 일하지 않았는데 퇴직금을 어떻게 주냐”며 거절했다. A씨는 지난 9일 서울북부노동지청에 임금을 체불당한 것 같다며 진정을 접수했지만 15일 현재까지 조사관 배정조차 받지 못한 상태다.

A씨는 주휴수당, 가산수당은 물론 최저임금도 받지 못했다. 대표가 퇴직금 명목을 떼간 20%를 더해도 최저임금에 미달한다. 그런데 회사 대표는 이마저도 지급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회사 대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가짜 3.3 계약’을 맺었다. A씨를 근로자로 사용했지만 개인사업자로 두고 3.3% 사업소득세만 낸 것이다. ‘가짜 3.3’ 계약을 맺으면 A씨는 개인사업자가 되기 때문에 형식적으론 최저임금 등의 노동법 보호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이데일리 취재를 종합하면 A씨는 실질적인 계약 형태상 ‘근로자성’을 인정받기 충분해 보인다. 회사가 A씨에게 대리 직함을 부여하고 명함을 준 점, A씨가 회사 대표에게 보낸 메일에서 “○○ 대리입니다”라고 시작한 점, 회사가 통번역 업무가 아닌 회사 업무까지 A씨에게 맡긴 점 등에서다. 회사는 A씨가 퇴직한 직후인 7월7일 취업포털 사이트에 A씨가 하던 업무의 직원을 구하는 구인공고를 내기도 했다. 지금도 올라와 있는 공고에서 회사는 연봉 4200만원을 제시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서울 근로자 이음센터에서 ‘노동약자 원탁회의 중간보고회’를 주재하고 있다.(사진=고용노동부)
A씨 사례에서 프리랜서들이 처한 노동 환경을 엿볼 수 있다. A씨는 직원으로 일하기 한 달 전인 4월 말 프리랜서 계약(업무위탁 계약)을 맺었는데, 계약서를 보면 “‘갑’과 ‘을’은 노동법상의 사용종속관계가 전혀 존재하지 않으므로 ‘갑’은 ‘을’에 대하여 노동법상의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아니하며 ‘을’ 또한 ‘갑’에게 어떠한 노동법상의 책임도 물을 수 없다”고 돼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12일 ‘노동약자 원탁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선 업종별 표준계약서 활용 및 서면계약 확산, 법률상담 및 분쟁조정지원제도 마련, 임금체불에 대한 강력처벌 등의 건의가 나왔다. 이 장관은 “다양한 일터에서 종사하는 분들의 고충에 귀 기울여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도록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 제정을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서대웅 (sdw61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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