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D집다] 청년 농장근로자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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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9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신청했다.
막상 외국인 계절근로자에게 농장일을 맡긴다고 생각하니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다.
일이 아침 일찍 시작되지만 오후 5시면 끝나고 숙식까지 제공하는데 우리나라 청년 농장근로자를 구하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들까? 농장 근로자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바뀌면 좀 나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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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9년 만에 처음으로 올해 공공형 계절근로자를 신청했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곳으로 귀농한 데다 가까이에 도와줄 가족이 없다 보니 남편이 혼자서 자꾸 늘어나는 임차 농지를 경작하는 데 무리였다. 인건비를 절약하기 위해 우리 부부가 모든 농장일을 해내기에는 환경이나 체력적으로 역부족이었다.
막상 외국인 계절근로자에게 농장일을 맡긴다고 생각하니 이래저래 걱정이 많았다. 의사소통이 어려우면, 불성실한 사람이면, 식대가 많이 들면 등의 걱정을 하면서 떨리는 마음으로 맞이한 계절근로자는 멀리 캄보디아에서 온 37살의 티에다.
티에는 캄보디아에서 자가 소유의 캐슈너트농장을 운영한 농장주였다. 게다가 셋째 아기 출생을 앞둔 다둥이 아빠라서 그런지 낯가림이 없고 여유가 있었다. 장시간 여행과 우리와의 첫 만남에도 긴장감이나 서먹함 없이 우리집 세 아이를 환한 미소로 맞아줬다.
그의 숙소는 우리가 귀농할 때 신혼집으로 이용했던 허름한 컨테이너 집이었다. 그가 온 뒤 컨테이너 집 주변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농장일을 마치고 나면 숙소 주위에 자란 풀을 깎고, 우리와 이웃 농장에서 남은 모종을 빈터에 심고 가꾸며 부지런히 관리한 덕분이다. 또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낡은 개 집을 고치고, 분리수거대를 마련해 쓰레기를 처리하며 주위 환경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걱정했던 식대와 식사도 문제될 게 없었다. 그는 꼭 필요한 식자재만 구입해 식대를 절약하고 점심시간엔 직접 요리해 먹고 꾀부리지 않고 제시간에 일터로 나왔다. 한국말이 서툴러 의사소통하는 데 시간이 다소 걸리긴 했다. 어느덧 티에뿐 아니라 외국인 근로자는 도시로 이탈하는 농촌의 젊은 세대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올해 고국으로 돌아갈 그에게 곧 태어날 아기의 옷을 선물로 주려고 한다. 낯선 나라에서 열심히 일해 편찮은 어머니와 가족을 돌보는 그에게 뭐라도 해주고 싶다.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구슬땀을 흘리며 묵묵히 일하는 청년 가장인 그를 보고 있으면 고마운 마음과 씁쓸한 생각이 든다. 일이 아침 일찍 시작되지만 오후 5시면 끝나고 숙식까지 제공하는데 우리나라 청년 농장근로자를 구하는 것은 왜 이렇게 힘들까? 농장 근로자에 대한 인식과 대우가 바뀌면 좀 나아질까. 티에를 바라보면 복잡한 생각이 든다. 우리 농촌 미래에 대한 물음표를 생각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김지영 라온농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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