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미국발 경기둔화에 대비하라

김형욱 2024. 8. 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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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속 나 홀로 호황 누렸던 美,
AI 거품론 속 경기침체 우려 고조
미 경기둔화 땐 韓도 적잖은 충격,
회복 중인 中시장 다시 돌아볼 때

[구기보 숭실대학교 글로벌통상학과 교수] 8월 들어 미국의 증시가 3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지난 5일에는 코스피가 8.7% 폭락하면서 우리나라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 일본과 대만 증시도 각각 12%와 8%대 폭락하면서 아시아 증시가 금융위기 수준에 버금가는 하락세를 경험했다. 다음날인 6일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회복하면서 5일 증시 폭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주장과 추세적인 현상이라는 입장이 공존한다.

5일 증시 폭락은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일시적인 현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고금리인 국가에 투자하는 것인데, 그동안 엔화가 빠르게 평가절하되는 상황에서 매우 유리한 투자 패턴이었다. 그러나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미국 경제가 R(경기침체)의 조짐을 나타내면서, 엔화 가치가 급격히 평가절상되고 일본에서 돈을 빌린 투자자들이 대거 상환하는 과정에서 증시가 폭락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3거래일 연속 하락한 미국 증시를 설명할 수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글로벌 경기는 전반적으로 침체나 둔화를 겪었지만 미국 경제만 나 홀로 호황을 누렸다. 미국이 대폭 금리를 인상하면서 인플레이션 우려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국이나 일본을 제외한 여타 국가들은 대체로 금리를 동반 인상했고, 경기둔화 내지 침체가 뒤따랐다. 그러나 미국은 금리 인상에도 인공지능(AI) 산업이 호황을 이루면서 양호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모든 업종이 호황인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서도 AI 관련 업종이 이외 업종은 고금리로 인한 고통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로 예상을 웃돌고 AI 거품론이 가세하면서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가중됐다. 미 연준이 금리 인하 시점을 놓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올해 3회에 걸쳐 1.5% 포인트 정도 금리를 내리리란 전망도 나온다.

미국의 금리 인하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에 힘을 실어주는 만큼 우리나라 경제회복에 긍정 요인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 주택을 구매한 사람은 고금리로 이자 상환 부담이 대폭 증가하면서 소비 여력이 약화했다. 그럼에도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하지 못한 것은 미국과의 금리차가 커지면서 자본이 급격히 유출되고 환율 상승과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기가 둔화하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은 작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미국 AI 산업처럼 뚜렷한 성장 동력이 없다. 미국의 경기둔화는 한국의 대미국 수출 둔화로 이어져 우리나라 경제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현 정부 들어 중국 경제의존도를 줄이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투자와 수출 비중이 대폭 하락하였다. 반면 바이든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반도체, 전기차 및 배터리 등 업종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기업의 대미국 투자는 대폭 증가했다. 자연스럽게 우리나라의 대미국 수출도 늘어 대중국 수출과 비슷한 수준에 이르렀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견제가 심해지면서 우리 기업이 미국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은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중국 시장을 다시 돌아봐야 한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회복하면서 중국 수입시장에서 우리나라 비중이 지난해 5위에서 올 상반기 2위로 올라섰다. 중국 경기의 완만한 회복에도 반도체 가격의 회복이 지속하면서 대중국 수출 전망은 밝다. 중국 시장은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 시장인 만큼 한중 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 미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를 강화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국 HBM 반도체 수출이 제한을 받으리란 보도가 나온다. 엔비디아처럼 미국 정부의 통제를 피할 반도체를 개발하고 생산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지난 5월 ‘한일중 정상회담’에 이어 8월에는 한중 관계를 경색시켰던 주한 중국 대사가 임기 만료로 귀국했다. 새 주한 중국 대사 부임이 한중 관계 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바란다. 한중 관계 회복으로 너무 쉽게 잃어버린 기존 중국 시장을 되찾길 바란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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