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호건 VS 제시 벤추라… 링 위의 싸움, 美 대선서 계속
WWE 출신, 선수 시절 악연도… “호건이 내 다리 잘라”
1980년대 링에서 자웅을 겨룬 왕년의 프로레슬러 출신들이 오는 11월 열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각각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출신 제시 벤추라(73)와 헐크 호건(71·본명 ‘테리 볼레아’) 얘기다. 벤추라가 “호건이 내 다리를 잘라냈다”고 말할 정도로 두 사람은 사이가 안 좋은데, 이번 대결에선 누가 웃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호건은 지난달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때 ‘신 스틸러(scene stealer·시선을 빼앗는 사람)’로 등극했다. 트럼프 지지 연설을 하려고 무대에 오른 그는 티셔츠를 양손으로 찢는 특유의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지지자들은 마치 프로레슬링을 보러 온 사람처럼 함성을 지르며 열광했다. 그가 검은색 티셔츠를 찢자 트럼프와 J D 밴스 이름을 적은 붉은색 민소매 티셔츠가 드러났다. 호건은 레슬링 팬인 트럼프와 오랜 기간 서로 알고 지냈다고 한다.
2016년 호건이 자신의 성행위 비디오를 유출한 미디어 회사 ‘고커(Gawker)’를 상대로 1억4000만달러 배상 판결을 끌어냈을 때 결제 서비스 ‘페이팔’ 창업자이자 갑부인 피터 틸이 자금을 지원했는데, 틸은 트럼프와 밴스의 중요한 정치적 후원자 중 한 명이다. 호건은 “정치에 관여하지 않으려 했지만 ‘나의 영웅’ 트럼프를 지지해야 한다는 강박을 느꼈다”고 했다. 호건은 프로레슬링 역사에 매우 중요한 인물이지만, 흑인 차별 발언 등 사생활을 둘러싼 구설이 끊이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반면 벤추라가 걸어온 길은 호건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1980년대 프로레슬러 활동 이후 연기자로 변신해 작품 20여 편에 출연했다. 이후 정치인으로 전향, 1990년 미네소타주 브루클린파크 시장에 당선됐다. 1998년엔 억만장자 출신 로스 페로가 세운 개혁당 소속으로 미네소타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깜짝 당선됐다. 당시만 해도 보편적이지 않았던 온라인 캠페인을 벌였는데 이런 시도가 기성 정치의 허를 찌른 신의 한 수가 됐다. 벤추라는 한때 트럼프를 지지했다. 하지만 2021년 트럼프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지지자들이 벌인 이른바 ‘1·6 의회 습격’ 사태 이후 등을 돌렸다. 이번 대선에선 무소속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후보의 러닝 메이트로도 막판까지 거론됐고 케네디 지지 연설도 했다.
케네디파(派)였던 벤추라가 해리스를 지지한 데는 후임 미네소타 주지사이자 해리스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의 역할도 컸다고 전해졌다. 그는 NYT에 “월즈와 두 시간 넘게 통화하며 그가 성공에 도달하는 길을 보여줬다”며 “내 생에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는 것을 보고 싶다”고 했다. 다만 호건과 달리 벤추라는 오는 19~22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에 초대받지는 못했다고 한다.
호건과 벤추라는 현역 시절 링에서 종종 대결했지만 링 밖에서 벌인 신경전으로 더 유명했다. 1980년대 중반 벤추라는 동료 레슬러들을 모아 노조 결성을 시도했는데 “1990년대 초 호건이 나를 WWE 오너인 빈스 맥마흔과 경영진에게 밀고한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벤추라는 지난주 MSNBC방송에 출연해 “내 다리를 잘라낸 것은 헐크 호건” “그는 노조에 반대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공화당과 함께 있는 것을 보기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악감정이 여전함을 드러냈다. 호건은 벤추라가 1998년 미네소타 주지사에 깜짝 당선되자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 한번 링에 올라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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