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규제냐, 포괄 규제냐…티메프 사태가 불붙인 플랫폼법 논란
업계 "큐텐 일탈인데 플랫폼 악마화" 반발
'핀셋 규제냐, 포괄 규제냐.'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딜레마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플랫폼 중개업자와 판매자 간 정산 문제를 자율규제에 맡겨두면서 티메프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다만 정보기술(IT) 업계에선 글로벌 빅테크가 대부분 장악한 플랫폼 시장 규제의 단추를 잘못 채우면 국내 기업 혁신을 가로막을 것이란 반발도 여전하다.
15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7월 8일 티메프 사태 발생 후 발의된 관련 법안은 크게 ①티메프 사태 핵심 원인인 온라인 플랫폼 업체의 정산 주기를 단축하고 결제 대금을 분리해 따로 관리하거나 ②온라인 플랫폼 기업 전반을 포괄적으로 규제해 시장 질서를 잡자는 내용으로 나뉜다.
이커머스 업체의 정산 주기 단축이나 대금을 분리 관리하는 뱡항성에 대해선 여야의 입장 차이는 크지 않다. 티몬과 위메프가 정산 주기를 최장 70일로 운영하며 판매자에게 줘야 할 대금을 끌어다 쓴 게 사태가 발생한 핵심 원인이라고 봐서다.
법안을 뜯어보면 오히려 국회안이 정부가 제안했던 정산 기한(최장 40일 이내로 의무화)보다 강력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전자상거래법 개정안은 구매 확정일로부터 5일 이내에 지급,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안은 구매 확정일로부터 10일 이내 지급,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을 받은 날로부터 14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에스크로(결제대금 예치)를 도입하는 등 거래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野, 문재인 정부표 온플법 소환
민주당은 한발 더 나아가 온라인 플랫폼 기업 전반의 규제를 강화하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온플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온플법은 문재인 정부 당시 플랫폼의 독과점 남용 행위 금지에 더해 특히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 간 갑을 관계를 규율하는 방향으로 추진됐지만 윤석열 정부가 플랫폼 기업과 입점 업체 간의 관계는 민간 자율 규제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면서 입법 논의가 멈췄었다.
하지만 민주당은 정부가 플랫폼 자율규제에 방점을 둔 게 문제라고 본다. 박찬대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12일 "(티메프 사태의) 철저한 원인 규명을 비롯해 온플법 등 반드시 필요한 법안과 제도 개선 노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현재 공정위가 플랫폼 독점 규제를 위해 추진하고 있던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논의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구영배 개인 일탈" vs "플랫폼 포괄 규제 필요"
정치권의 분주한 규제 움직임에 플랫폼 업계는 긴장 상태다. 티메프 사태와 무관한 기업들까지 영향을 받는 '묻지마 규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봐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구영배 큐텐(티메프 모기업) 대표 개인의 일탈이자 부실 경영의 책임이 큰 사안인데 모든 플랫폼을 악마화해 규제를 만들면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정부가 추진하는 정산 주기 단축의 경우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네이버, 11번가, G마켓, 옥션의 일반 정산은 구매 확정일 기준 1, 2 영업일 안에 이뤄지고 있어 대형 플랫폼보다 중소·신생 플랫폼이 규제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시민단체의 생각은 다르다. 티메프 사태는 재무 능력이 취약한 플랫폼 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다가 벌어졌기 때문에 플랫폼 기업에 대한 수시 점검·견제 장치 역할을 할 포괄 규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적용하는 대규모유통업법이나 전자상거래법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팀장은 "플랫폼 기업이 합병을 하거나 결합을 할 때 재무 구조를 들여다보는 등 전반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온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과잉 입법은 경계해야"
전문가들은 규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특정 이슈에 편승한 '과잉 입법'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플랫폼마다 다양한 특성이 있는데 모든 플랫폼을 동일한 잣대로 규제하긴 어렵다"며 "중소 사업자를 보호하려면 핀셋형으로 필요한 규제들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글로벌 빅테크에 맞설 '자국 플랫폼 키우기'가 확산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시장법(DMA)을 도입해 '비 EU' 플랫폼을 규제했고 일본은 행정지도를 통해 라인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국내 전자상거래나 검색 플랫폼은 멀티호밍(복수의 플랫폼을 동시에 이용하는 것)이 일상화됐기 때문에 독점 규제의 의미가 적다"며 "해외 플랫폼의 반칙 행위를 조사하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 기업의 혁신만 막을 수 있다"고 봤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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