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적국 미국의 명예시민이 된 일본군

최윤필 2024. 8. 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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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제의 선전과 달리 글렌의 본토 공습은 군사적으론 무의미했다.

현지 산불 감시원과 마침 현장 근처에 있던 네브래스카대 한 임업 연구자에 의해 정체불명의 비행기가 목격된 사실을 알게 된 미군과 FBI는 현장 파편 등을 조사해 일제의 도발이란 사실을 확인, 워싱턴주 인근에 전투기 4대를 긴급 배치하는 한편 수상한 수상비행기를 찾기 위해 수많은 북서부 호수들을 수색하는 수고가 피해의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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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 'I-25' 잠수함과 수상비행기 '글렌'- 2
일제 잠수함 I-25는 1942년 6월 갑판포로 오리건주 컬럼비아강 유역 미군기지를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사진은 피격 현장을 조사 중인 미군들. U.S.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

(이어서) 하지만 일제의 선전과 달리 글렌의 본토 공습은 군사적으론 무의미했다. 인명 피해도 없었거니와 북서부 해안의 잦은 비와 습도 덕에 산불 역시 크게 번지지 않았다. 전시의 철저한 언론 통제로 폭격 사실 자체를 아는 이도 극소수였다.
현지 산불 감시원과 마침 현장 근처에 있던 네브래스카대 한 임업 연구자에 의해 정체불명의 비행기가 목격된 사실을 알게 된 미군과 FBI는 현장 파편 등을 조사해 일제의 도발이란 사실을 확인, 워싱턴주 인근에 전투기 4대를 긴급 배치하는 한편 수상한 수상비행기를 찾기 위해 수많은 북서부 호수들을 수색하는 수고가 피해의 전부였다.

잠수함-수상비행기를 이용한 일제의 미국 본토 폭격 역시 후지타-쇼지의 저 작전을 끝으로 중단됐다. 항공모함 시대가 열린 터여서 잠수함으로 전투기를 수송하는 게 무의미해졌고 느린 수상비행기로는 유의미한 군사적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도 분명해져서였다. 태평양전쟁이 격화하면서 일제로선 잠수함으로 미국 본토를 정찰할 여유도 없었다. 글렌의 모함이었던 잠수함 ‘I-25’도 이듬해 9월 뉴헤브리디스 제도 인근 해상에서 미군 구축함 패터슨호(DD-392)에 의해 격침됐다.

다만 대형 산불로 적정의 혼란과 군사력 분산 등을 노리는 전술은 1944~45년 일제의 불풍선 폭탄(fire balloon bombs) 계획으로 이어졌다.

쇼지 하사는 남태평양에서 전사했지만, 후지타는 1944년까지 정찰비행을 지속한 뒤 가미카제 조종사 등 양성 교관으로 복무하다 하급중위(sub-lieutenant)로 종전과 함께 전역, 이바라키현에서 철물점을 운영했다. 그는 1962년 자신이 폭탄을 투하한 가장 가까운 마을인 오리건주 브루킹스(Brookings)시의 공식 초청을 받아 방미, ‘피아를 넘어선 전쟁 영웅’으로 환대받았고 1985년 브루킹스 고교생들의 일본 방문을 후원하기도 했다. 그는 숨지기 며칠 전 브루킹스 명예시민이 되었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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