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엔 억대 연봉 받고 싶습니다” 포항 ‘숨은 진주’ 어정원의 꿈 [이근승의 믹스트존]
어정원(25·포항 스틸러스)은 올 시즌 포항 핵심이다.
어정원은 풀백, 수비형 미드필더 등 팀이 원하는 포지션에서 빼어난 경기력을 보인다. 왕성한 활동량으로 공·수를 쉴 새 없이 오가고, 공을 향한 엄청난 투지로 팀에 파이팅을 불어 넣는다.
어정원은 측면 공격수가 제 포지션이다. 어정원은 2021시즌 부산 아이파크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해 김포 FC(임대)를 거쳤다. 2023시즌을 마치고선 부산을 떠나 포항으로 향했다. 올 시즌 개막 전만 해도 어정원이 포항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K리그1 18경기 1도움. 올 시즌 K리그1, 코리아컵에서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포항의 핵심 어정원을 만났다.
Q. 빡빡한 일정으로 떨어진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2024 쿠팡플레이 시리즈로 인한 2주 휴식기는 잘 보냈습니까.
7월 28일 김천상무전을 마친 뒤 3일 동안 푹 쉬었습니다. 오랜만에 여가 생활도 즐겼죠. 훈련장으로 복귀해선 차근차근 몸 상태를 끌어 올렸어요. 가벼운 운동으로 시작해서 점차 강도를 높여갔습니다. 8월 11일 FC 서울전을 앞두고선 연습경기를 치렀습니다.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고 전술 완성도를 높이려고 했죠.
Q. 여가 시간에 즐기는 취미가 있습니까.
시간 여유가 있을 때 골프와 온라인 게임을 즐깁니다. 게임은 리그 오브 레전드만 즐기다가 최근 발로란트란 게임을 재밌게 하고 있어요. 축구가 우선이기 때문에 경기력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만 즐기고 있습니다. 휴식기처럼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가 아니면 여가 생활을 즐기긴 어려운 듯해요.
Q. 올여름 이적 시장 막판 이태석이 서울을 떠나 포항에 합류했습니다. 선수들끼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이)태석이가 서울에 있을 때 우리와의 맞대결에서 자책골을 넣었잖아요. 그걸로 놀렸죠(웃음). 선수들이 태석이에게 장난을 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진 듯해요. 포항엔 이전부터 태석이와 가깝게 지낸 선수도 많습니다. 팀 적응에 전혀 문제가 없어요. 시간이 갈수록 팀이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을 줄 것으로 믿습니다.
Q. 이태석에게 ‘포항전 자책골’을 이야기하니 뭐라고 하던가요.
태석이는 “조르지가 시야를 가려서 어쩔 수 없었다”고 웃으며 말했어요. 훈련장에서부터 열심히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기대가 큽니다. 태석이가 포항에선 더 좋은 경기력을 보일 것으로 봐요.
저는 ‘도전이냐 안정이냐’를 두고 고민하지 않아요. 축구 인생 내내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도전을 택했습니다. 포항은 K리그 최고의 명문구단입니다. 포항을 선택한 순간부터 ‘무조건 선발로 나설 환경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어요. 그런 각오도 없이 포항 이적을 택하지 않았을 겁니다.
Q. 시즌을 준비하고 소화하는 데 있어서 이전과 다른 게 있었습니까.
직전 시즌 부산에 있었을 땐 체력 운동을 아주 많이 했어요. 포항에선 체력 운동에만 신경 쓸 여유가 없었습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일정이 있었기 때문에 전술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체력은 전술 훈련을 하면서 끌어 올려야 했죠.
Q. 측면 공격수였던 어정원이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꿨던 게 김포 임대 시절인데요. 김포 시절은 축구 인생에서 어떤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까.
프로 데뷔 시즌 땐 출전 기회를 잡아내는 게 매우 어려웠습니다. 엔트리에 든 날은 많았지만 출전 기회는 매우 적었죠. ‘프로의 세계가 정말 만만하지 않구나’란 생각을 많이 했어요. 프로 데뷔 시즌을 마치고 김포로 1년 임대를 갔습니다. 그때 김포 고정운 감독님에게 면담을 요청했어요. 감독님에게 “측면 공격수가 아닌 풀백으로 뛰고 싶다”고 했습니다.
Q. 윙어에서 풀백으로 포지션을 바꾸려고 한 이유가 있습니까.
김포로 임대를 갔는데 팀 스타일상 잘 맞지 않을 것 같았어요. 저는 꾸준한 출전을 원했습니다. 경기에 나서려면 제 욕심은 내려놓고 팀에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래서 고정운 감독께 요청드린 거예요. 감사한 건 감독님이 흔쾌히 제 요청을 받아 주셨습니다. 제 축구 인생의 전환점이 아니었나 싶어요.
처음엔 헷갈리는 부분이 있었죠. 경기 중 ‘이 포지션에서 뛸 때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맞나’란 생각을 해요. 혼란스러울 때가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팀이 원하는 자리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이는 게 프로선수잖아요. 최대한 빨리 적응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지금은 어떤 포지션에서 뛰든 어려움은 없어요. 팀이 더 많은 승리를 거두는 데 이바지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Q. 다양한 감독과 함께 했잖아요. 박태하 감독은 어떤 지도자입니까.
평상시엔 선수들에게 스윗하게 대해주세요. 운동할 땐 포인트만 딱 집어서 말씀해 주시죠. 엄할 땐 확실하게 요점을 이야기해 주시고요. 박태하 감독님이 신뢰를 보내주신 덕에 포항이란 명문구단에서 꾸준한 기회를 얻고 있습니다. 감독님 기대에 더 부응하고 싶어요. 지금 제 경기력, 팀 성적에 만족하지 않을 겁니다. 저, 감독님, 포항 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일 거예요. 계속 발전하는 경기력 보여드리겠습니다.
Q. 포항에서 꼭 이루고 싶은 게 있습니까.
K리그1, 코리아컵에서 우승하고 싶어요. ACL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바라는 건 올 시즌을 마친 뒤 억대 연봉을 받아보고 싶어요(웃음). 매 순간 죽을힘을 다해 뛰겠습니다. 그러다 보면 좋은 날이 오지 않을까요.
[포항=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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