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파죽지세` 해리스·`망연자실` 트럼프, 흥미진진 美대선
미국 민주당의 새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심상치 않은 기세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말 그대로 바닥부터 새로운 에너지를 불어넣는 분위기다. 반면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등판 이후 적절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고 헛발질만 거듭하고 있다. 해리스가 최초의 유색인종 여성 대통령 당선이라는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인가. 드라마틱한 곡선을 그리며 전개되고 있는 미 대선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바뀌고 있는 판세
대량 출혈로 죽어가던 민주당이 살아났다. 해리스 부통령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선거 전문 사이트 디시전데스크HQ에 따르면 최근 실시된 111개 전국 여론조사의 평균을 집계한 결과 해리스 부통령은 47.6%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7.3%)에 0.3%포인트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된 뒤 전국 여론조사 평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제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 도전 포기를 선언할 당시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에 2.3%포인트 앞선 상태였다. 그러나 이제는 역전됐다.
뿐만 아니다.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 7개 중 6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앞서거나 지지율이 같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리스가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뒤 3주 만에 선거의 흐름이 바뀌었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해리스의 쾌속 순항은 흑인, 히스패닉, 아시아계 등 소수인종 집단 및 도시 지역의 여성, 젊은이들 사이에서 지지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역동적으로 살아나고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상황 변화는 정치 기부금 추세에서도 뚜렷히 드러난다. 해리스에 기부금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마치 봇물 터진 듯 하다. 돈의 액수가 선거 결과를 결정짓는 것은 아니지만, 기부금 추세의 변화는 '해리스 돌풍'을 보여준다. 이미 민주당 내에서는 승리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막말 좀 자제해 주세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전당대회 이후 지지부진한 양상이다. 현재 트럼프 선거운동은 수세에 몰려 있다. 선거 지형이 극적으로 바뀌면서 공화당은 비상이다. 반격할 방법을 찾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이에 공화당 인사들은 트럼프에게 정책에 초점을 맞춘 선거운동을 하라고 간청하고 나섰다. 트럼프가 이민, 경제문제 등 공화당에 유리한 정책 현안에 초점을 맞추면 이길 수 있다고 보는데, 정작 트럼프는 정반대로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도계 흑인인 해리스 부통령의 혈통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인종 정체성을 문제 삼는 게 금지시되는 미국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자신의 유세에 참석한 인원이 흑인 인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1963년 워싱턴 행진 당시 연설에 참석한 인원보다 많다는 허황한 주장을 펴기도 했다.
그러자 공화당 주요 인사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말과 거짓 주장을 자제하고 정책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트럼프가 경합주에서 이기려면 해리스 부통령과의 정책적 차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첫 TV토론이 최대 분수령
두 사람은 오는 9월 10일 ABC뉴스 주관으로 열리는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한판 승부를 벌인다. 처음으로 TV 토론에서 맞붙는 것이다. 90분의 TV 토론 혈전은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 가장 중차대한 순간이 될 것이다.
지난번 TV 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 완승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토론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을 꺾고 다시 대세론을 굳힌다는 복안이다. 반면 후보 교체 후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토론을 최근의 지지율 상승세를 더 길게 이어갈 수 있는 모멘텀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고령으로 인해 TV 토론에서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트럼프가 바이든과 같은 입장에 서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시 트럼프 진영은 바이든의 고령을 공격했지만, 59세의 해리스가 등장하면서 이번에는 반대의 상황이 빚어질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건은 트럼프가 날카로운 말투를 가진 해리스에게 얼마나 맞설 수 있느냐다. 해리스 캠프는 '검사' 대 '피고인'이란 구도로 공개 토론을 전개할 계획이다. 해리스는 전직 검사이고, 트럼프는 여러 소송의 피고인인 점을 감안한 전략이다. 트럼프가 이 공세를 넘지 못한다면 이는 대선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공화당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력한 상대였다. 대선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도 해리스에게 유리하다. 민주당 후보의 갑작스런 교체로 공화당이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해리스는 트럼프보다 젊고 더 똑똑하다. 정신적으로 미국을 통치하기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그렇다고 해리스가 이길 것이란 보장은 없다. 선거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나기 때문이다. '해리스 붐'이 선거일까지 계속된다면 해리스에게 승산이 있지만 변수는 항상 존재한다. 유권자의 가장 큰 관심사인 경제 상황에 급격한 변화가 있을 수 있고, 5차 중동전쟁이 터질 수도 있는 것이다.
선거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리셋된 미국 대선의 승패는 여전히 미지수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닌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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