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로 만나는 ‘미인도’… 여인의 옷고름-치마까지 흔들려

사지원 기자 2024. 8.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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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색의 조명을 받는 커튼들을 헤치고 들어가면 숲속에 여인 한 명이 서 있다.

가체(加髢)를 쓰고 한복을 입은 여인은 새초롬하게 눈을 내리깔고 있다.

그런데 여인의 옷고름과 풍성한 치마가 흔들린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화가 혜원 신윤복(1758∼?)의 '미인도'를 디스플레이 속에 재현한 미디어아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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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DDP서 미디어아트展
훈민정음 해례본 등 99점 전시
고미술 젊은층에 친숙하게 소개

간송미술관의 미디어아트 전시에서 디지털로 재현한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색색의 조명을 받는 커튼들을 헤치고 들어가면 숲속에 여인 한 명이 서 있다. 가체(加髢)를 쓰고 한복을 입은 여인은 새초롬하게 눈을 내리깔고 있다. 그런데 여인의 옷고름과 풍성한 치마가 흔들린다. 코끝에는 숲을 재현한 풀향이 스쳐 몰입을 돕는다. 이 작품은 조선 후기 화가 혜원 신윤복(1758∼?)의 ‘미인도’를 디스플레이 속에 재현한 미디어아트다.

간송미술관은 15일부터 소장 작품 99점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미디어아트 전시 ‘구름이 걷히고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박물관에서 열고 있다. 이는 간송미술관이 여는 최초의 몰입형 미디어아트전이다.

훈민정음 해례본 복제본을 둘러싸고 재생 중인 한글 영상. 간송미술문화재단 제공
신윤복의 미인도를 비롯한 미술관의 주요 소장품들이 디지털 콘텐츠로 새롭게 태어났다. 30장면으로 구성된 ‘혜원전신첩’은 각 그림의 기생과 선비들이 등장하는 14분짜리 영상으로 제작됐다. 조선 중기 화가 탄은 이정(1554∼1626)의 ‘삼청첩’은 대나무와 매화, 난과 같은 사군자가 화려하게 피어난다. 이 밖에도 훈민정음 해례본, 추사 김정희(1786∼1856)의 서화, 겸재 정선(1676∼1759)의 ‘해악전신첩’ 등이 디지털 콘텐츠로 만들어졌다. 전시실 8곳 등 대형 전시공간(1462m²)을 모션그래픽과 라이다 센서를 활용한 몰입형 전시로 꾸몄다.

이번 전시는 고미술을 젊은 세대에게 친숙하게 소개한다는 취지로 열렸다. 어려운 전시 설명 대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사진을 올리기 좋도록 공간 연출에 신경을 썼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젊은 층이 고미술에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 시도”라며 “앞으로 문화유산 IP를 활용해 주제별, 작가별 미디어아트 전시 라인업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4월 30일까지.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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