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이 현실로' 수원 데뷔전 골키퍼 조성훈의 아주 특별했던 하루

반재민 2024. 8. 16. 0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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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2일, 수원의 골키퍼 조성훈에겐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포항의 견고한 골키퍼 체제를 벗어나 기회를 얻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수원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지만, 수원 역시 양형모와 박지민, 이성주로 이어지는 골키퍼 체제는 좀처럼 그에게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보통 로테이션 멤버들이 출전하는 코리아컵 경기에서도 주로 양형모가 골키퍼를 꼈고, 양형모가 나오지 않는 날에는 박지민이 출전하면서 조성훈은 팀의 3, 4번 키퍼로 자신에게 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2주간의 휴식기가 끝나고 첫 경기인 안양과의 경기, 오랜만에 그의 이름이 명단에 들어있었다. 주전 골키퍼인 양형모가 팔꿈치에 불편을 호소하면서 명단에서 빠졌고 교체멤버이지만 그는 벤치에 앉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리고 수원 골키퍼 조성훈의 데뷔전은 우연히 찾아왔다. 전반 2분 김운의 슈팅을 막아낸 박지민이 골반에 불편함을 느꼈고, 신화용 코치의 지시에 따라 그는 전반 내내 몸을 풀었다. 전반전 45분을 박지민이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1대0 리드, 부상으로 박지민이 더 이상 뛰기 힘들다고 판단한 코칭스태프는 조성훈에게 출격명령을 내렸다. 수원에서의 데뷔전이자 2021년 12월 4일 서울과의 경기 이후 무려 2년 반만에 나서는 그라운드였다.

조성훈은 "항상 바람이 있었다. 수원이라는 빅클럽에 와서 응원가를 듣고 감격스럽고 울컥한 적이 많았다. 항상 밤에 누워서 경기를 뛰는 상상을 했었다."라고 이야기를 하며 수원팬들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고 이야기했다.

후반전에 돌입하기 전, 그는 골대를 붙잡고 중얼거렸다. 그의 친한 선배인 강현무의 루틴을 따라한 것이었다. 2021년 인천과의 경기에서 이 루틴을 하면서 무고사의 결정적인 헤더를 막아내 무실점 경기를 했기에 그는 이날도 똑같은 루틴을 하며 골대신, 할아버지, 할머니, 부처님을 되뇌이며 간절한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후반 초반 조성훈은 수원의 골키퍼가 될 수 있는 시험대에 올랐다. 마테우스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날아왔고 김운의 헤더는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살았다' 라는 한숨을 돌릴 새도 없이 세컨볼은 안양으로 넘어갔고, 김동진의 위협적인 슈팅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도중에 투입된 골키퍼라면 실점도 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조성훈은 침착하게 몸을 날려 슈팅을 막아냈다. 행운의 여신이 그에게 미소를 짓는 순간이었다. 조성훈 역시 그때를 회상하며 "골키퍼가 처음 들어가서 첫 슈팅을 막으면 그 경기는 잘 풀린다는 생각이 있는데 잘 막았던 것 같다. 골대에게도 정말 고마웠다."라고 웃어보였다.

첫 슈팅을 막아내며 안정감을 찾은 조성훈은 안양의 거센 공격을 효과적으로 잘 막아냈다. 마테우스의 위협적인 땅볼 슈팅도 안정적으로 막아냈고, 코너킥 상황에서 뛰어난 판단력으로 상대의 공격을 무력화 시켰다. 국가대표 골키퍼이자 선배인 조현우가 강조했던 '평정심'을 되뇌이며 그는 후반 45분 안정적으로 골문을 지켰다.

비록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에서 이태희의 니어포스트 헤더를 막지 못해 무실점을 해내진 못했지만, 경기의 대세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고 선두인 안양을 맞아 그토록 갈망하던 수원팬들 앞에서 승점 3점을 따낼 수 있게 맹활약을 한 조성훈에게는 팬들의 많은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도중에 투입되었어도 뛰어난 안정감을 보여준 그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동기부여'였다. 골키퍼 포지션은 동기부여를 찾기가 상당히 어려운 포지션이다. 주전이 결정되면 부상이나 치명적인 실책 이외에는 기회를 잡기가 힘들다. 특히 조성훈처럼 3,4 포지션의 키퍼라면 더욱 마음을 다잡는 것이 힘들고, 갑자기 투입되어 실수를 범해 경기를 그르치고, 다시 동기부여를 잃는 악순환에 빠지는 골키퍼들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조성훈은 포항 시절의 경험이 약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
포항 시절에도 3,4번 키퍼로 있다 기회를 받았고, 비록 B팀에 있어도 거기에서 동기부여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모르고 앞선 선수들이 다칠지도 모르기 때문에 기회는 온다고 생각하고 계속 열심히 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던 것 같다."라고 시련을 이겨낸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물론 선수 혼자서 극복을 하기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럴 때마다 변성환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들은 그에게 용기를 잃지 않도록 조언했다. 조성훈은 "언제 들어갈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신화용 코치님이 훈련때도 실전처럼 잘 해주고 감독님이 체계적으로 골키퍼가 빌드업 축구를 해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코칭 스태프들까지 도와줘서 팀이 하나가 된 것 같다."라고 이야기하며 코칭스태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렸다.

이어서 변성환 감독 부임 이후 나타난 변화들에 대해 "
선수들이 운동장에 들어가서 실전처럼 눈빛도 그렇고 경쟁체제가 완벽하다. 감독님이 카리스마도 있어서 개인적으로 노력을 선수들이 하는 것 같다. 이 경쟁구도가 완벽해서 어느 선수가 들어가도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팀의 상승세 비결에 대해 설명했다.

꿈같은 데뷔전을 치른 조성훈, 본격적인 주전경쟁을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자기 스스로 쏘아올렸다. 양형모가 부상에서 회복해 다시 벤치에 머무를 수도, 명단에 빠져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한결같은 마음과 평정심, 동기부여로 자신에게 찾아올 또 다른 기회를 기다릴 것이다. 언제나 그래왔던 것 처럼.

사진=몬스터짐 DB, 수원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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